여기는 스포츠가 공용어입니다.


❝스포츠에서 유일한 것이 승리라면 이기는 그 순간 다시 경합을 벌여야겠다는 욕구는 사라질 것이다. 그렇다면 마이클 조던과 로저 클레멘스가 나이 마흔에 계속 경쟁을 벌였던 사실을 어떻게 이해할 것인가.❞

─ '소크라테스 야구장에 가다' 中에서

니혼이치(日本一) 확정 후 더그아웃을 박차고 나오는 한신 선수단. 한신 페이스북

어라? 일본 프로야구 한신(阪神)이 아레(アレ)에 이어 '아레의 아레'마저 달성했습니다.

 

센트럴리그(CL) 챔피언 한신은 5일 퍼시픽리그(PL) 우승팀 오릭스 안방 구장 교세라돔에서 열린 2023 일본시리즈 최종 7차전에서 7-1 승리를 거뒀습니다.

 

그러면서 시리즈 전적 4승 3패로 니혼이치(日本一)에 올랐습니다.

 

한신이 일본 챔피언에 등극한 건 1985년 이후 38년 만이자 역대 두 번째입니다.

 

2023년 일본시리즈 마지막 플레이. 유튜브 화면 캡처

(위 GIF 마지막에 등장하는) 오카다 아키노부(岡田彰布·66) 한신 감독은 1985년 우승 멤버이기도 했습니다.

 

그러니까 한신 구단 역사상 처음으로 선수와 감독으로 모두 우승하는 기록을 남긴 것.

 

오카다 감독은 2004~2008년에 이어 올해부터 두 번째로 한신 지휘봉을 잡았습니다.

 

1985년 우승 당시 사령탑이던 요시다 요시오(吉田義男·90) 감독 역시 두 번째 임기 첫 해에 니혼이치를 이룩했습니다.

 

오카다 아키노부 한신 감독(왼쪽)과 나카지마 사토시(中嶋聰 · 54) 오릭스 감독. 아사히(朝日) 신문 제공

오카다 감독은 2010~2012년 오릭스 지휘봉을 잡은 경험이 있습니다.

 

이전까지 자신이 지휘했던 '옛날 팀'과 일본시리즈 맞대결을 벌여 승리한 건 미하라 오사무(三原修·1911~1984) 감독밖에 없었습니다.

 

미하라 감독은 니시테쓰(西鐵·현 세이부)를 이끌고 1956, 1957, 1958년 3년 연속으로 요미우리(讀賣)와 맞대결을 벌여 모두 이겼습니다.

 

오 사다하루(王貞治·왕정치·83) 감독도 2000년 일본시리즈 때 다이에(현 소프트뱅크)를 이끌고 역시 요미우리와 맞붙었지만 2승 4패로 패했습니다.

 

선수단으로부터 헹가래를 받고 있는 오카다 아키노부 한신 감독. 아사히(朝日) 신문 제공

오카다 감독은 만 65세 11개월 11일에 우승 헹가래를 받았습니다.

 

이보다 많은 나이에 헹가래를 받은 건 호시노 센이치(星野仙一·1947~2018) 감독 한 명뿐입니다.

 

호시노 감독은 만 66세 9개월 12일이던 2013년 11월 3일 라쿠텐(樂天)에서 니혼이치를 경험했습니다.

 

한국에는 선동열(60), 이종범(53)이 뛰던 시절 주니치(中日) 사령탑으로 유명한 호시노 감독은 2002, 2003년 한신 지휘봉을 잡은 적도 있습니다.

 

몬테카를로 시뮬레이션으로 계산

한신은 1~7차전에서 승-패-패-승-승-패-승을 기록하며 우승했습니다.

 

7전 4승제로 진행한 일본시리즈에서 이런 조합이 나온 건 이번이 처음입니다.

 

한국시리즈에서는 현대가 2003년 이 패턴으로 우승을 차지한 적이 있습니다.

 

월드시리즈에서는 1960, 1964, 2014년이 이런 패턴으로 끝났습니다.

 

1964년 일본시리즈에서 대결 중인 한신 투수 무라야마 미노루(村山實·1936~1998)와 난카이 타자 노무라 가쓰야(野村克也 · 1935~2020). 아사히(朝日) 신문 제공

한신이 시리즈 전적 3승 3패로 일본시리즈 7차전을 치른 건 1964년2003년에 이어 이번이 세 번째입니다.

 

한신은 1964년 일본시리즈 때 오사카(大阪)를 연고지로 삼고 있던 난카이(南海)와 흔히 '미도스지(御堂筋) 결전'이라고 부르는 '간사이(關西) 시리즈'를 치렀습니다.

 

당시 한신은 3승 2패로 앞선 상태로 한신 고시엔(甲子園) 구장에 돌아왔지만 내리 두 경기를 내주고 패했습니다.

 

이어 2003년에는 난카이 후신인 다이에와 역시 7차전 승부를 벌였지만 이번에도 결과는 패배였습니다.

 

 

고시엔 구장은 오사카가 아니라 효고(兵庫)현 니시노미야(西宮)시에 자리 잡고 있습니다.

 

행정구역은 다르지만 고시엔 구장에서 교세라돔까지는 전철로 16분 정도밖에 걸리지 않습니다.

 

한신이 니혼이치에 성공하면서 한신 팬 다이빙 경연장으로 변신할 확률이 100%인 에비스바시(戎橋)는 사실 고시엔 구장보다 교세라 돔과 더 가깝습니다.

 

이 다리가 가로지르는 강이 바로 그 유명한 도톤보리강(道頓堀川)입니다.

 

한신 고시엔 구장에 전시 중인 커넬 샌더스 인형

1985년 니혼이치 때 한신 팬들은 너무 신이 난 나머지 켄퍼키프라이드치킨(KFC) 매장 앞에 있던 커넬 샌더스 인형을 도톤보리강에 던졌습니다.

 

당시 시리즈 최우수선수(MVP)로 뽑힌 바스(69·미국)와 닮은 다이버(?)를 찾다가 실패하자 애꿎은 인형이 물에 빠지게 된 것.

 

이후 한신이 일본시리즈에서 우승하지 못하면서 '커넬 샌더스의 저주'라는 표현이 등장했습니다.

 

2009년 도톤보리강 준설 작업 도중 이 인형을 발견하자 '드디어 저주를 풀 수 있게 됐다'는 목소리도 들렸지만 저주를 풀 때까지 14년이 더 필요했습니다.

 

2023 일본시리즈 최우수선수(MVP) 지카모토 고지(近本光司). 아사히(朝日) 신문 제공

올해 일본시리즈 MVP는 한신 톱타자 지카모토 고지(近本光司·29)에게 돌아갔습니다.

 

바스는 외국인 선수였으니까 한신 우승 때 일본인이 시리즈 MVP로 뽑힌 건 지카모토가 처음입니다.

 

지카모토는 이번 시리즈 때 .483/.545/.586, 4타점, 8득점을 기록했습니다.

 

(정규시즌 때는 굳이 필요 없었던) 외국인 타자 노이지(29)도 7차전 4회초에 선제 3점 홈런을 날리면서 팀 승리를 도왔습니다.

 

퍼시픽리그(PL)에서 지명타자 제도를 도입한 1975년 이후만 따지면 PL이 29승 20패로 우위

2021년 야쿠르트, 지난해 오릭스 모두 방문 경기에서 니혼이치를 확정했습니다.

 

일본 챔피언이 3년 연속으로 방문 경기에서 나온 건 이번이 처음입니다.

 

또 CL팀이 2년 만에 정상을 차지하면서 일본시리즈 역대 전적에서는 CL와 PL이 37승 37패로 동률을 이루게 됐습니다.

 

내년에도 한신이 우승해 CL이 38승 37패로 우위를 되찾기를 바라지만 아마 안 될 겁니다(라고 역레발을 쳐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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