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기는 스포츠가 공용어입니다.


❝스포츠에서 유일한 것이 승리라면 이기는 그 순간 다시 경합을 벌여야겠다는 욕구는 사라질 것이다. 그렇다면 마이클 조던과 로저 클레멘스가 나이 마흔에 계속 경쟁을 벌였던 사실을 어떻게 이해할 것인가.❞

─ '소크라테스 야구장에 가다' 中에서

사실 한장의 스냅 사진만 가지고 한 타자의 타격 매커니즘을 논하기란 쉬운 일이 아니다. 투구도 마찬가지지만, 선수의 폼이나 자세라는 건 정적인 과정에서 빚어지는 산물이 아니라 동적인 밸런스가 얼마나 유지되느냐에 크게 좌우되기 때문이다. 말하자면, 연속적인 동작에서 빚어진 한 과정의 문제를 스냅 사진을 통해 잡아낼 수는 있지만, 딱 한장의 차이로 인해 한 선수에게 이런저런 문제가 있다고 고주알 미주알 늘어놓을 수는 없다는 얘기다.

그래서 .400 짜리 타자도 스냅 사진 한장으로는 아주 형편없는 타자처럼 보이기도 하고, .100할대의 타자 역시 한 장의 사진만으로는 아주 뛰어난 타자인 것처럼 보이기도 한다. 하지만 선수 본인이 자신의 문제점이라고 체크해 놓은 만큼, 한번 어떤 문제가 있는지 짚고 넘어가 보도록 하자. 다음 사진은 이택근 선수가 자신의 싸이월드 미니홈피에 문제점이라는 제목으로 올려 놓은 사진이다.


6월에 올려 놓은 사진이니 찍힌 날짜가 아마 그 이전일 것이다. 이때까지만 해도 이택근은 3할 중반의 높은 타율을 자랑하고 있을 때였다. 하지만 본인 스스로가 자신이 가진 매커니즘으로는 계속해서 오래 버틸 수 없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던 것이다. 사실 정말 4할대의 타율을 기록하고 있던 무렵의 이택근은 거의 모든 타구를 라인드라이브로 날렸다. 하지만 타율의 급락이 보여주듯 이후에는 빗맞은 타구가 안타로 연결되는 경우가 많았고(소위 바가지 안타), 최근에는 번트 안타를 몇 차례 만들어낼 정도로 타구의 질 자체가 많이 나빠진 게 사실이다. 그리고 위에 사진으로 나타난 폼은 이런 문제점을 어느 정도 포함하고 있다.

기본적으로 임팩트 포인트가 너무 늦었다. 사진이 찍힌 순간을 정확히 알 수는 없지만, 변화구를 예상한 시점에서 직구가 들어왔다든지 아니면 의도적으로 1-2간으로 밀어치려고 시도한 모양이다. 게다가 극단적인 인사이드-아웃 스윙이 구사됐다. 한마디로 왼팔과 오른팔이 적절히 조화된 스윙이 이뤄지지 못했다는 뜻이다. 그 결과 방망이의 머릿 부분이 적어도 손의 위치 정도까지는 나와줬어야 했는데 너무 뒷부분에서 공이 맞아 버렸다. 결국 머리가 날카롭게 돌아가기 전에 공이 방망이에 맞은 셈이다. 강한 타구를 만들어낼 수 없었던 건 당연한 일이다.

게다가 저 정도 로케이션으로 들어오는 투구라면, 방망이가 지면에 거의 수평에 가깝게 맞아야 한다. 하지만 보는 것처럼 약 35~40도 정도 기울어져 있다. 사진에 체크된 대로 탑 핸드가 제 역할을 소화해내지 못했다는 얘기다.  저 시점에 올바른 타격이 되려면 탑 핸드가 딱 후려치는 힘을 발휘해야 하는데 그러지 못한 것이다. 아마도 2루 땅볼이나 평범한 우익수 플라이로 끝났을 확률이 높은 타격 자세다.

하지만 사실 이런 사진을 자신의 싸이에 올렸다는 것만으로도 이택근에게 믿음이 간다. 최근 들어 각종 스포츠 언론에 등장한 이택근의 인터뷰를 읽어봐도 그렇다. 자신에게 주어진 기회를 절대 놓치지 않겠다는 굳은 신념이 느껴지기 때문이다. 물론 야구 선수도 사람이기에 야구만 열심히 한다는 건 쉬운 일이 아닐 것이다. 하지만 야구만 열심히 하는 선수는 반드시 숫자가 그 노력을 알아주게 마련이다. 게다가 국내 최고 타격 조련사 김용달 코치님의 지도 아래 있다는 건 확실히 이택근에게 유리한 조건이다.

지난 해까지만 해도 자신에게 알맞는 포지션을 찾지 못해, 가방 속에 4개의 글러브를 가지고 다녀야 했던 이택근이다. 하지만 그는 결국 현대의 주전 중견수로, 또 리그의 리등 히터로 확실히 자신의 이름을 팬들에게 널리 알리고 있다. 올해 도하 아시안 게임이 끝나고 금메달 수상대 위에서 환하게 웃는 그의 잘생긴 얼굴을 볼 수 있게 되길 희망해 본다. 역시 노력하는 자에게 반드시 기회는 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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