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기는 스포츠가 공용어입니다.


❝스포츠에서 유일한 것이 승리라면 이기는 그 순간 다시 경합을 벌여야겠다는 욕구는 사라질 것이다. 그렇다면 마이클 조던과 로저 클레멘스가 나이 마흔에 계속 경쟁을 벌였던 사실을 어떻게 이해할 것인가.❞

─ '소크라테스 야구장에 가다' 中에서

롯데와의 사직 시리즈에서 스윕을 당하며 현대는 1위 삼성과 네 게임차로 벌어지게 됐다. 물론 당초 강력한 꼴지 후보로 예상됐던 만큼 현재까지의 성적만으로도 분명 칭찬받아야 마땅한 건 사실이다. 하지만 5월말까지만 해도 가장 강력한 우승 후보로 손꼽혔기에 최근의 이런 침체는 다소 안타까운 것도 사실이다. 3김의 마술은 여기까지인 걸까? 도대체 무엇이 문제이길래 김재박 사단이 흔들리고 있는 것일까?

먼저 이 팀의 공/수를 한번 비교해 보자.



타선에서 기록한 .256의 GPA는 리그에서 가장 높은 기록이다. 외야가 넓은 편에 속하는 수원 구장을 홈으로 사용하면서도 불이익을 보지 않았다는 뜻이다. 실제로 현재까지도 타격 1위에 올라 있는 이택근(.348/.393/.519)을 중심으로 필요로 할 때마다 깜짝 스타가 한번씩 등장해 팀 타선에 활력을 불어 넣었던 게 사실이다. 최근에는 드디어 1군 무대를 밟은 홍원기(.565/.583/1.000)가 그 역할을 해주고 있다.

얼핏 보기에 수비 역시 리그에서 중간 정도는 돼 보이는 기록이다. 그리고 공격력에 비교할 때 상대를 억제하는 능력 역시 뒤쳐진다고 보기는 어렵다. 실제로 3.55의 팀 방어율도 나쁜 편이라 하긴 어렵다. 하지만 좀 자세히 월별로 뜯어보면 상황은 그렇지가 못하다.



시즌이 진행될수록 방어율이 급격히 나빠지고 있다. 6월에는 상대에게 3할이 넘는 피안타율을 허용하며 4점대로 방어율이 급락했다. 5월과 비교할 때도 18.3%나 나빠진 기록이다. 그 결과 공격을 통해 어느 정도 점수를 뽑아냈을 때에도 승리를 챙기지 못하는 모습이 나타나고 있다. 공격보다 수비가 문제라는 뜻이다.



역시 문제가 되는 기록은 DER이다. DER은 Defensive Efficiency Ratio의 약자로 인플레이된 타구를 아웃으로 만드는 수비진의 능력을 보여주는 지표다. 제대로 된 주전 유격수도 없이 시즌을 시작한 만큼 사실 현대의 수비 불안은 어느 정도 예정된 바였다. 하지만 .622의 DER은 확실히 충격적인 수준이다. 이는 리그 평균에 비해 55포인트나 떨어지는 수치다. 이 정도라면 투수진이 수비의 지원을 거의 받고 있지 못하다고 표현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렇다고 투수진이 제 몫을 다해주고 있느냐 하면 그것도 아니다. 투수와 타자간의 직접적인 대결에서 빚어지는 결과물인 삼진과 볼넷, 홈런 모두 나쁜 쪽으로 진행돼 왔음을 알 수 있다. 이 세 가지 이벤트가 줄어든다는 건 타구의 인플레이를 늘린다는 뜻이다. 이는 현대의 수비력을 감안할 때 득이 될 게 전혀 없다.

또한 피홈런의 증가를 통해 투수들이 허용하는 타구의 질 역시 위험하다는 사실을 확인할 수 있다. (수치가 작아서 한번에 감이 잘 오지 않지만, 피홈런 비율이 27%나 증가한 것이다.) 상대 타자의 방망이 중심에 맞는 타구가 그만큼 많이 늘어났다는 얘기다. 다시 말해, 불안한 수비진이 뒤를 받치니 투수들은 부담을 안고 투구를 할 수밖에 없고 그 결과는 다시 장타로 돌아오는 악순환이 반복되고 있는 것이다.

사실 현대는 참 많은 로스터 변동을 겪었다. 주전 유격수는 강정호에서 차화준/지석훈 플래툰을 거쳐 현재는 서한규이 주로 나오고 있는 실정이다. 2루수 채종국이 부상으로 내려간 사이 홍원기가 그 자리를 채워주고 있다. 1루 이숭용과 3루 정성훈 정도만 내야에서 꾸준히 제 자리를 지켜왔다고 할 수 있지만, 정성훈 역시 안정된 수비력과는 거리가 먼 모습을 보였던 게 사실이다.

외야도 마찬가지다. 포수로 출발했던 이택근은 좌익수를 거쳐 중견수로 경기에 나선다. 송지만이 코너 외야 가운데 한 자리를 차지한다고 보면, 나머지 한 자리는 유한준, 강병식, 전근표 등이 번갈아 출장하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모두가 타선을 염두에 둔 포석이다. 따라서 전준호의 노쇠화와 정수성이 2군에 내려가 있다는 점을 감안하자면 사실 믿고 맡길 만한 외야 대수비 요원이 전무한 셈이다.

이러니 자연스레 수비가 문제가 될 수밖에 없다. 물론 내야는 자원이 풍족한 편이다. 적어도 돌려막기 정도는 할 수 있다는 얘기다. 하지만 수비 때문에 김승권이 1군에 올라온 게 아니다. 그러나 이미 공격력에 있어서는 충분히 뽑을 만큼 점수를 뽑고 있다. 비록 방망이로는 아무 기대도 할 수 없지만, 현재 필요한 건 오히려 넓은 수비 범위를 커버할 수 있는 외야 대수비 요원이다. 현대에서 이런 역할을 맡아줄 선수는 정수성뿐이다.

물론 정수성의 타격(.155/.155/.206)은 재앙 수준이다. 그리고 도루 센스 역시 그리 뛰어난 편이라고 하기 어렵다. 하지만 누가 뭐래도 그의 수비 범위만큼은 인정할 수밖에 없다. 운동 외적인 문제가 없다면, 지금은 정수성이 필요한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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