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기는 스포츠가 공용어입니다.


❝스포츠에서 유일한 것이 승리라면 이기는 그 순간 다시 경합을 벌여야겠다는 욕구는 사라질 것이다. 그렇다면 마이클 조던과 로저 클레멘스가 나이 마흔에 계속 경쟁을 벌였던 사실을 어떻게 이해할 것인가.❞

─ '소크라테스 야구장에 가다' 中에서



내야할 점수를 내지 못하고, 주지 않아도 될 점수를 줬으니 질 수밖에 없는 게 당연하다. 어제에 이어 오늘 또 한번 무사만루 찬스를 날려 버렸다. 지석훈의 병살타가 컸다. 그밖의 찬스에서도 타자들이 모두 오늘은 내가 스타가 되어야지 하는 듯한 스윙으로 일관하고 있다. 확실히 타선에서의 응집력이 부족해 보인다.

실점 과정 역시 마찬가지다. 넉 점 모두 2사후에 실점한 점수다. 홍성흔에게 맞은 솔로포는 이해가 간다. 밀어 친 타구가 125m나 날아갔으니 배터리의 잘못이라기보다 홍성흔이 잘 쳤다고 평해주는 게 옳을 것이다. 하지만 2사후 2스트라이크까지 잡아 놓고 연달아 점수를 허용한 건 분명 짚고 넘어갈 만한 일이다.

특히 마지막 두 점이 뼈아팠다. 두산이 치고 달리기로 만든 1사 1/3루의 위기, 그러나 뒤로 공이 빠진 사이 홈으로 들어오던 3루 주자를 잡아내며 2번째 아웃카운트를 잡았다. 그리고는 스트라이크 낫아웃. 볼이 너무 뒤로 빠져서 사실 손써볼 수도 없는 세이프였다. 발빠른 주자 전상열은 이에 만족하지 않고 도루까지 감행했다. 이로서 2사 2/3루. 이미 이닝이 끝났어야 할 상황이 위기로 돌변한 것이다.

사실 여기서도 이닝을 끝낼 기회는 있었다. 안경현이 때린 타구는 좌익수 쪽 파울 지역으로 날아갔고 훅이 걸리며 점점 펜스 쪽에 붙고 있는 상황이었다. 좌익수 이택근이 부지런히 따라갔지만 펜스에 막혀 잡지 못했다. 어려운 타구였지만 잡을 수도 있는 상황이었다. 하지만 원래가 포수 출신인 이택근의 수비가 사실 다소 아쉬웠다.

팀이 연패에 빠지며 여러 가지 문제점이 노출되고 있다. 송지만의 이른 타격과 자동 아웃 모드는 팬들의 인내심을 시험하기에 충분하고, 정성훈의 3루 수비 역시 칭찬해줄 만한 수준이 못 된다. 둘 모두 침착함이 부족하다. 정성훈의 경우 공격에서는 그래도 참아줄 만한 수준이지만, 송지만을 계속 기용하는 감독님의 속내는 잘 이해가 되지 않는다. 차라리 수비 보완을 위해 정수성을 쓰는 게 낫다는 생각이 들 정도다. 타순이 3번부터 시작하면 점수를 뽑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어야 하는데 오히려 그 반대의 생각만 드는 건 확실히 심각한 수준이다.

물론 시즌은 길고, 현대가 좋은 성적을 거둔 것부터가 이변에 가깝다는 건 알고 있다. 하지만 연승 후 연패는 확실히 기분 나쁜 조합이다. 2번 타자의 중요성에 대한 김재박 감독님의 의중은 이해가 간다. 하지만 이숭용 선수가 2번 타순에 어울리지 않는다기보다 송지만 선수가 3번에 어울리지 않는다는 게 문제다. 그래서 타순조정이 좀 필요해 보인다. 현재 컨디션으로는 2번을 살리자고 클린업 트리오를 죽여 놓는 모양새처럼 보이기 십상이기 때문이다.

지적할 건 하나 더 있다. 빈약한 라인업을 고려해 플래툰을 실시하는 게 나쁘다는 건 아니다. 하지만 어차피 공격력에서 큰 기대를 하지 않는 유격수 자리라면 누구 하나를 아예 붙박이로 눌러 앉히는 게 어떨까. 차화준-지석훈 플래툰이 과연 팀의 공격력에 도움이 되는지 의아할 수밖에 없다. 물론 지석훈은 좌투수(.214/.421/.429)에게 우투수(.333/.375/.400)보다 더 강점이 있다. 하지만 차화준은 프로 통산 1군 무대에서 좌투수를 상대로 딱 2 타석밖에 들어서보지 않았다. 차라리 차화준에게 좀더 기회를 줘보는 것도 나쁘지 않을 것 같다.

정말이지 한순간에 끈끈한 맛이 사라져 버렸다. 지고 있어도 이길 것만 같던 그 분위기는 어디로 간 걸까. 오늘은 두산에 약한 캘러웨이와 현대에 강한 박명환의 대결이 펼쳐진다. 상대전적이나 분위기 모두 두산이 우세하다. 캘러웨이가 연패를 끊는 에이스의 모습을 보여주지 못한다면 자칫 침체된 분위기는 오래갈지도 모를 일이다. 지난 주말에 예상했던 대로 정말 현대의 이번 시즌 운명이 결정될 한판이 계속되고 있다.



댓글,

더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