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기는 스포츠가 공용어입니다.


❝스포츠에서 유일한 것이 승리라면 이기는 그 순간 다시 경합을 벌여야겠다는 욕구는 사라질 것이다. 그렇다면 마이클 조던과 로저 클레멘스가 나이 마흔에 계속 경쟁을 벌였던 사실을 어떻게 이해할 것인가.❞

─ '소크라테스 야구장에 가다' 中에서



타석에서의 침착함이 승부를 갈랐다. 현대는 정성훈의 3회말 선두 타자 홈런으로 포문을 열었다. 그 전 1~2회는 삼자 범퇴였다. LG 선발 최원호의 절묘한 볼배합에 타자들이 제대로 된 컨택을 하지 못한 결과였다. 하지만 LG의 3회 실점 역시 홈런으로 인한 1점이 유일했다. 잊고 넘어갈 만한 분위기였던 게 사실이다.

그리고 계속된 LG의 4회초 공격, 1사후 마해영의 2루타로 동점 주자를 득점권에 두게 됐지만 최길성이 초구에 파울 플라이로 물러나며 아쉬움을 남겼다. 최근 잘 맞고 있는 안재만은 볼넷, 다음 타자 박병호 역시 2구만에 우익수 플라이로 물러났다. 경기를 동점으로 만들 수 있는 분위기에서 타자들의 침착함이 아쉬운 대목이었다.

5회말 현대는 차화준의 2루타에 이은 채종국의 적시타로 1점을 더 달아났다. 하지만 1사 1/3루의 위기를 삼진으로 마무리 지으며 LG 역시 분위기를 추스린 상태였다. 이어서 터진 이병규의 선두 타자 안타. 마해영이 삼진으로 물러나긴 했지만, 빗맞은 안타 두 개가 연거푸 터졌다. 마운드를 이어받은 황두성이 분명 기분 나쁜 상황이었을 것이다. 하지만 여기서도 LG 타자들은 삼진과 내야 플라이로 허무하게 물러나고야 말았다.

7회 역시 마찬가지다. 이번엔 무사만루였다. 그것도 클린업 트리오가 타석에 들어선 기회였다. 하지만 이병규는 연속 안타 허용으로 흔들리고 있던 이현승의 구위를 이겨내지 못했으며, 마해영의 스윙은 신철인의 구속을 따라가기엔 너무 무뎠다. 최길성 역시 평범한 외야 플라이로 물러났다. 뭔가 끈기가 느껴지지 않는 공격이었다. 어쩌면 LG의 최근 팀 분위기를 대변하는 장면이었는지도 모르겠다.

이 두번의 찬스에서 1~2점만 따라갔더래도 경기의 흐름을 달라졌을지 모를 일이다. 이 장면에서 현대는 적절한 투수 교체로 위기를 모면한 반면, LG는 공격에서 그 어떤 변화도 시도하지 못했다. 결국 승부가 이미 기울어진 후에 진필중, 강상수를 투입했지만 오히려 상황은 더욱 악화됐을 따름이다. 경기마다 많은 수의 불펜진을 투입하고도 효율적인 모습은 거의 보여주지 못하고 있는 LG 코칭 스탭의 현주소를 다시 한번 확인시켜준 상황이라고 하겠다.

반면 현대는 만루 기회에서 두 번의 밀어내기 타점을 기록했다. 대타 강병식, 그리고 주장 이숭용 선수가 자신의 역할이 무엇인지 정확히 파악하고 있었던 것이다. 침착함이 원동력이었다. 그리 선구안이 뛰어나지 못한 이택근 선수조차 자신이 원하는 공을 정확히 노려쳤기에 홈런성 타구를 만들어낼 수 있었다. 비록 박용택의 호수비에 플라이로 끝나긴 했지만 말이다. 최근 현대는 잘 나가는 팀의 여유가 느껴진다.

LG는 공격뿐 아니라 수비에서도 너무 서두는 듯한 모습이 보인다. 상대의 작전에 맞춰 너무 서둘러 움직이는 바람에 채종국 선수에게 안타를 얻어 맞고 말았다. 휠(wheel)을 너무 빨리 돌린 결과였다. 반면 채종국 선수는 박용택의 도루 때에도 침착함을 잃지 않는 수비로 안타성 타구를 건져냈다. 공격과 수비 모두 안 되는 팀은 이길 수가 없다.

결국 현대는 물 만난 고기마냥 보기 좋게 LG를 요리하며 4연승을 내달렸다. 공수가 완벽히 조화된 강팀의 면모를 과시하면서 말이다. 요즘 선수단에는 우리는 안진다는 분위기가 감도는 것 같아 흐뭇하다. 게다가 선수들 사이에 선의의 경쟁 구도도 펼쳐지고 있기에 팀은 더더욱 좋은 분위기를 달릴 것 같다. 그래서 역시 상승세를 타고 있는 기아지만 광주 원정이 별로 걱정이 되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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