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기는 스포츠가 공용어입니다.


❝스포츠에서 유일한 것이 승리라면 이기는 그 순간 다시 경합을 벌여야겠다는 욕구는 사라질 것이다. 그렇다면 마이클 조던과 로저 클레멘스가 나이 마흔에 계속 경쟁을 벌였던 사실을 어떻게 이해할 것인가.❞

─ '소크라테스 야구장에 가다' 中에서

현대 유니콘스가 삼성 라이온즈를 7대 2로 꺾으면서 지난 '04년 최종일 이후 처음으로 시즌 1위 자리를 차지했다. 최근 기록은 6연승, 정말 놀라운 기세다. 먼저 7일 경기 WP 그래프를 보고 이 팀의 저력을 알아보기로 하자.



세이버메트릭스 이론이 어떻게 평하든 한 점차 승부는 보는 사람의 피를 말린다. 근소한 차이로 WP에 있어서 우위를 보이고 있기는 했지만 7회까지 거의 평행선으로 진행됐다. 선발 투수 캘러웨이의 구위에 상대 삼성 타자들이 별다른 힘을 못 쓴 까닭이었다. 하지만 현대 타선 또한 별로 보여준 게 없는 건 마찬가지였다.

그리고 9회 현대 타선은 대거 넉 점을 뽑으며 승부를 마무리 지었다. 이점이 바로 요즘 현대 타선이 가진 최고 장점이다. 한번 잡은 찬스는 끈질기게 물고 늘어지고, 2사후에도 주눅들지 않고 점수를 뽑아낸다는 점 말이다.

사실 현대의 선발진은 시즌 초반부터 리그 상위권이었다. 불펜 역시 이현승/신철인-박준수로 이어지는 필승 계투조가 완성된 이후 큰 문제를 불러일으킨 적이 거의 없었다. 하지만 타선은 늘 문제였다. 외국인 타자 서튼마저 부진 및 부상으로 1군 엔트리에서 제외되면서 상황은 더더욱 심각해지는 것처럼 보였다. 하지만 최근 타선이 보여주는 응집력은 확실히 매서울 정도가 됐다.

쉬어가는 것처럼 보였던 하위 타선에서 힘을 모아주고 있다는 점이 주목할 만하다. 채종국 선수는 그제 경기에서 솔로 홈런을 터뜨린 데 이어, 오늘 경기에서도 9회에 적시타를 때려냈다. '자동아웃' 이미지를 탈피하기 시작한 것이다. 김동수 선수 역시 시즌 초반의 매서운 기세는 다소 수그러들었지만 여전히 .410의 높은 출루율을 자랑한다. 차화준의 타격 기록이 좀 아쉬운 게 사실이지만 시즌 초반 강정호에 비해 확실히 수비의 안정화를 가져왔다는 점에서 팀에 도움이 됐다고 할 만하다.

상위 타선은 이택근이 이끌어 주고 있다. 주전 중견수로 내정됐던 정수성의 부진으로 외야수로 나서게 된 이택근은 .414/.443/.741의 매서운 타격 솜씨를 뽐내고 있다. 타율에 비해 낮은(?) 출루율이 마음에 걸리긴 하지만 워낙 잘 맞고 있기에 우려스런 수준은 아니다. 전준호는 나이탓에 느려진 배트 스피드를 뛰어난 노림수와 적절한 체크 스윙으로 커버하고 있다. DH로 나서 수비 부담이 적은 만큼 그의 경험에 충분히 기대를 걸어볼 수 있다.

이숭용은 .421의 높은 출루율이 보여주듯 타석에서 끈질긴 모습을 보이고 있다. 타격 자세 또한 갈수록 안정된 면모를 보이고 있어 희망적이다. 정성훈은 공격보다 수비가 더 다급하다. 과정은 괜찮지만 포구나 송구 모두에서 마지막에 '어리버리'한 모습을 보여 불안함을 안기고 있다. 유한준은 맞아 나가는 타구의 질이 괜찮아 아직은 좀더 지켜볼 필요가 있다고 본다. 롯데와의 시리즈에서 여러 차례 아크로바틱한 수비를 보여 주긴 했지만, 기본적으로 타구 판단이 빠르지 못한 건 다소 아쉽다.

하지만 송지만은 여전히 문제다. 현대팬들에게 '스텔스'로 알려져 있다시피 찬스에서 거의 아무 것도 해준 게 없는 선수가 바로 송지만이다. 장타율 .307은 확실히 기대에 못 미치는 게 사실이다. 중견수 수비에 있어서도 정수성에 비해 넓은 수비 범위를 보여준다고 하기는 어려운 실정이다. 하지만 그가 이대로 주저앉지는 않을 것이다. 그에게도 Regression to the mean(평균으로의 회귀)가 곧 적용되길 바란다. 물론 득점권 타율은 제외하고 말이다.

가장 강력한 '꼴지후보' 현대 유니콘스, 과연 그들의 반란이 언제까지 계속될 수 있을 것인가, 마찬가지로 상승세를 타고 있는 한화와의 맞대결에서 그 향방이 드러날 걸로 보인다. 과연 현대의 '짝수해' 전통은 올해도 계속될 수 있을지 기대되는 5월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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