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기는 스포츠가 공용어입니다.


❝스포츠에서 유일한 것이 승리라면 이기는 그 순간 다시 경합을 벌여야겠다는 욕구는 사라질 것이다. 그렇다면 마이클 조던과 로저 클레멘스가 나이 마흔에 계속 경쟁을 벌였던 사실을 어떻게 이해할 것인가.❞

─ '소크라테스 야구장에 가다' 中에서

37승 41패를 기록하며 6위로 전반기를 마감한 유니콘스. 시즌 개막전에 유력한 단독 꼴찌 후보로 예상됐던 걸 생각하자면 나름 선전을 했다고 볼 수도 있다. 하지만 지난 해 정규시즌 2위의 전력임을 감안하자면 아쉬운 것도 사실.

한번 작년 기록과 비교할 때 선수들의 기록이 어떻게 달라졌는지 알아보도록 하자. 지난 시즌 78 경기를 치른 시점은 8월 1일. 당시 성적은 42승 1무 35패로 삼성에 이어 2위였다.

먼저 타자들.

2006년 당시 현대 타자들은 GPA .255를 때려내고 있었다. 올해 기록은 .256. 그러니까 타선의 전체적인 무게감은 작년과 큰 차이가 없다는 이야기. 사실 올해 -4로 전반기를 마감한 것은 투수진이 무너졌기 때문이지 타선의 잘못이라고하는 하기 어렵다.




'안타치고 도루하는' 전준호의 경우 지난 해보다 올해 더 뛰어난 성적을 거두고 있다. 물론 전체적으로 볼넷이 늘어난 영향을 무시하긴 어렵지만, 지난해보다 좀더 향상된 선구안을 자랑중. 덕분에 BABIP가 62 포인트 늘었다. 좀 더 세밀한 타격을 하고 있다는 의미다.

덕분에 8개 팀 1번 타자 가운데 가장 높은 .402의 출루율을 기록하고 있다. 물론 도루라는 측면에서는 예년만 못한 게 사실이지만, 여전히 리그 탑클래스의 리드오프임은 부인하기 어렵다. 양준혁에 가려있기는 하지만 전준호 역시 대단한 노장 타자다.

하지만 그런 의미에서 김시진 감독의 2번 타순 기용 패턴이 아쉽게 느껴진다. 8번에 김동수가 버티고 있기는 하지만, 9번 지석훈은 사실상 쉬어가는 타순이다. 그런데 현대 2번 타자들은 이번 시즌 GPA .210밖에 때려내지 못했다. 전준호만 혼자 중간에 고립되는 것이다.

이것이 8개 구단 가운데 가장 높은 팀 GPA를 기록하고도 평균 득점 3위에 그친 한 원인이 아닐까? 김일경, 차화준은 전준호 출루시 번트를 대기 위한 목적을 제외하자면 도저히 2번 타순에 기용될 이유를 찾아보기 힘든 선수들이다.

"전 지구상에서 당신보다 번트를 잘 대는 선수는 없다는 제 믿음은 아직 변하지 않았습니다. 몇년만 좀 더디게 늙어주세요. 진심으로 부탁드립니다."




이택근은 작년이 엄청난 '크레이지 모드'였기 때문이지 올해 활약도 나쁜 편이라고 말하기는 어렵다. 물론 지난 시즌보다 전체적인 성적이 하락했지만, 5월 이후 .328/.412/.557을 때려주고 있다는 점을 감안하자면 최근의 모습역시 믿을 만하다고 말해도 좋을 것 같다.

이택근에게 이번 시즌은 아마도 군 입대 전 마지막 시즌이 될 가능성이 높다. 공백기를 가져야 하는 만큼 최선을 다하는 모습을 보이고 떠나 주기를 바란다.

"어머님이 사흘이 멀다 하고 천배를 올린다는 소식 들었다. 나도 네가 군에 가지 않고 계속 활약하는 모습을 보면 좋겠어. 하지만 남자라면 다 갔다 오는 거잖아. 씩씩하게 잘 다녀오자고."




브룸바 역시 4월에 극심한 부진에 시달렸지만 그 성적을 반영해도 훌륭한 전반기를 보냈다. 마찬가지로 시즌 초반에 고전을 면치 못한 서튼과 비교해도 4번 포지션 자리는 확실히 업그레이드 됐다고 말할 수 있다. 병살이 많은 게 아쉽긴 하지만, 홈런 단독 1위에겐 그 정도는 영광의 상처.

내년 시즌에도 유니콘스 유니폼을 입고 뛰는 게 희망이라고 말하는 브룸바. 매각이 우선이겠지만, 계속해서 '현대 유니콘스'를 응원하고 싶은 건 어쩌면 나 혼자만의 바람은 아닐 것 같다.

"Just one expression. U DA MAN, CLIFF!"




부상으로 인한 결장이 있기는 했지만 이숭용의 성적 역시 '완소' 그 자체. 팀이 안팎으로 어려울 때 '캡틴'의 역할이 무엇인지를 가장 확실하게 보여준 선수다. 규정 타석에 들지는 못했지만 장타율(.448)보다 높은 출루율(.448)은 언제든 매력적인 게 사실. 현대 타순이 고만고만한 선수들로 이뤄졌다는 점을 감안하면 확실히 그렇지 않은가.

또한 한편으로 생각해 보면 성적이 떨어질 때 즈음 어찌됐든 '휴식기'를 가진 게 오히려 득이 되고 있는지도 모르겠다. 복귀 이후 .364/.488/.424를 때려내고 있다는 것이 그 방증. 물론 역시나 파워는 찾아보기 어렵지만 그것을 비난하는 유니콘스 팬이 과연 있을까?

"유니폼 뒤에 적힌 이름보다 앞에 적힌 이름이 더 의미있다는 캡틴의 말씀 기억하고 있습니다. 당신이 아니었다면 나는 돌핀스를 꿈꾸지 못했을 것이고, 유니콘스를 이만큼 사랑하지 못했을 겁니다. 정말 고맙고, 또 고맙습니다."




3루수 정성훈은 지난 시즌 데뷔 이래 처음으로 삼진(43)보다 많은 볼넷(49)을 기록했다. BB/K 비율이 향상된다는 것은 선수의 성장에 있어 고무적인 징조. 하지만 올해는 나쁜 공에 방망이가 자주 따라 나가는 모습을 보여 안타까움을 주고 있다.

사실 BABIP만 놓고 보면, 지난 시즌과 큰 차이가 없다. ISO 역시 마찬가지. 결과적으로 타석에서 좀 더 침착함을 길러야 한다는 것이다. 지금처럼 계속 덤벼서는 좋을 게 하나도 없다.

"성훈아, 너한테 홈런 못 친다고 뭐라 그럴 사람 아무도 없단다. 어제 예쁜 여자 친구랑 홈플러스서 장보는 거 목격했다. 얼굴에 웃음이 떠나지 않더구나. 야구장에서 너 때문에 팬들도 그렇게 늘 웃게 좀 해줘!"




믿기지 않지만, 그리고 믿고 싶지 않지만, '집사님'의 성적 역시 지난 해보다 뛰어나다. 물론 작년에 완전 '쇼블링' 모드였던 걸 감안하자면 당연한 결과인지도 모르겠지만. 등번호를 바꾼 효과인지 파워가 72 포인트 상승한 것이 성적 향상의 가장 큰 원동력이다.

하지만 역시나 아쉬운 건 6월까지 점점 상승세를 타던 방망이가 한풀 꺾였다는 것이다. 4월에 .240에서 시작했던 타율은 .289, .310으로 달마다 오르며 모처럼 희망을 줬던 송지만. 그러나 7월 들어 그의 타격 라인은 .161/.316/.258으로 주저앉고 말았다.

결국 지난 금요일 경기에선 찬스를 맞아 대타 강병식으로 교체되는 설움을 맛본 송지만. 정말 송지만을 어찌해야 할 것인가.

"싹쓸이 2루타가 터졌을 때 혼자만 우울해 하시던 집사님의 얼굴을 기억합니다. 여전히 정이 안 가지만, 어쩌겠습니까. 우리 팀 최고 연봉 선수인 것을요. 이따금 당신이 6억이나 받는다는 걸 생각해 주시면 안 되겠습니까?"




'동수 동수 김동수'는 사실 마스크만 써준다면 '지석훈 라인'을 때린다고 해도 비난하기 힘들었을 것이다. 하지만 지난 시즌에 이어 올해도 타석에서 리그 평균 정도의 생산력을 자랑하는 김동수. 그의 방망이는 여전히 믿을 만하다.

하지만 수비는 조금 아쉬워진 게 사실. 투수들이 이렇게 맞아나가는데 포수에게 책임을 묻지 않기는 좀 힘든 것 같다. 뭐랄까? 볼 배합의 패턴이 상대에게 손쉽게 읽히는 느낌. 그리고 스트라이크를 볼로 만드는 미트질은 역시 세월 탓이라고 해야 하는 것일까?

"숨 쉬다 부상 당하셨다고 해도 놀라지 않을 겁니다. 그리고 예전 같으면 넘어갔을 타구가 펜스 앞에서 잡히는 것 저도 아쉽습니다. 순발력과 파워는 줄었지만, 경험과 관록으로 내년까지는 든든히 마스크 써주실 거죠?"




사실 지난해까지는 타석에서 지석훈에게 좀 더 많은 것을 바라기도 했다. 하지만 업그레이드 된 수비를 보고 있자면 올해는 일단 이 정도로 버텨야겠다는 생각이 든다. 물론 포지션이 유격수라고는 하지만 기록을 언급하기도 힘든 수준. 지난 해 서한규가 더 잘 쳤다면 말 다한 게 아닌가.

그러나 서한규와 비교할 때 수비에서는 확실한 업그레이드. 아직도 자잘한 실수가 보이는 건 사실이지만, 경험과 함께 점차 안정될 것으로 믿는다. 어찌됐든 이제 유격수 수비 때문에 짜증을 내는 일은 많이 줄지 않았는가.

"석훈아, 과연 이렇게 야구장을 찾아주시는 부모님이 또 계실까? 네가 대타로 교체될 때마다 너무도 안타까워 하시는 어머님을 뵈면 나 역시 가슴이 짠하더라. 석훈아, 지금껏 잘해온 것처럼 후반기엔 더더욱 효도 하자꾸나! 형은 널 믿는다."




그리고 유니콘스의 '백기사' 강병식. 물론 BABIP가 .411이나 된다는 건 '거품'이라고 봐야 할지도 모른다. 하지만 대타로 나와서 .414/.471/.690을 때려주는 타자를 어떻게 사랑하지 않을 수 있겠는가.

지난 시즌부터 강병식은 확실히 최고의 대타로 자리매김 해가고 있다. 물론 이숭용의 부상에도 선발 자리를 꿰차지 못한 것은 아쉬운 일. 그러나 좌익수 수비에서도 불안한 모습을 드러냈으니 당연한 귀결인지도.

"선발로 나와서 못 쳐도 좋습니다. 수비 좀 불안하면 어떻습니까. 정말 꼭 점수가 필요할 땐 자연스레 당신의 이름이 떠오르는 것을요. 동기 전근표가 한국 시리즈서 때려냈던 그 홈런, 강병식이라는 이름이 두 배, 세 배 멋지게 재현해 주길 바랍니다."




마지막으로 한준이.

"기록은 참 아쉬워서, 바로 멘트만 남긴다. 한준아 대한민국엔 니가 상대해야 될 팀이 7개가 있단다. 그러니까 롯데, 삼성만 상대팀이 아니라는 얘기야.

그리고 너는 좌완 공만 잘 때리면 돼. 또 네가 변화구 못 친다는 거 상대도 다 안다고. 불리한 카운트에서 늘 변화구에 헛스윙 삼진하는 걸 언제까지 봐야겠니? 그때는 거의 100% 변화구야. 노림수를 좀 가지만 안 되겠니?

작년 시범 경기 때 보여준 모습은 어디로 갔니? 요새 형이 '한준아~ 형이야!' 안 해줘서 그런 거야? 후반기부터는 해줄 테니까, 제발 확실히 해보자!"

투수 편은 내일.

+

GPA : (출루율 × 1.8 + 장타율 ) ÷ 4, OPS가 장타율을 과대평가하는 것을 보정한 타격 지표.
SO%, BB% : (삼진 or 볼넷) ÷ 타석,  전체 타석에서 삼진을 당하거나 볼넷을 얻어낸 비율.
ISO : 장타율 - 타율 , 순수한 장타 능력을 나타내주는 지표.
G/F : 땅볼 아웃 ÷ 뜬공 아웃, 타구의 결과 패턴.
BABIP : 타자가 공을 때렸을 때 안타로 연결되는 비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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