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기는 스포츠가 공용어입니다.


❝스포츠에서 유일한 것이 승리라면 이기는 그 순간 다시 경합을 벌여야겠다는 욕구는 사라질 것이다. 그렇다면 마이클 조던과 로저 클레멘스가 나이 마흔에 계속 경쟁을 벌였던 사실을 어떻게 이해할 것인가.❞

─ '소크라테스 야구장에 가다' 中에서

선발 투수의 성적을 측정하는 데 가장 자주 쓰는 지표는 승수다. 하지만 승리란 선발 투수 역량만으로 얻을 수 있는 기록이 아니다. 호투를 하고도 타선이 터지지 않아 승수 쌓기에 실패하는 투수들을 우리는 너무 자주 봤다.

그래서 사람들은 선발 투수 호투를 측정하려고 여러 지표를 개발했다. 대표적인 게 퀄리티스타트(이하 QS). 6이닝 3실점을 기준으로 선발 투수가 '질좋은' 투구를 펼쳤다는 사실을 보여주는 도구다.

잠깐? 6이닝 3실점이라고? 6이닝 3실점을 평균자책점으로 환산하면 4.50밖에 되지 않는다. 이 정도를 가지고 확실히 '질 좋은' 투구라고 하기는 망설여지는 것도 사실. 그런데도 정말 6이닝 3실점을 퀄리티 스타트라 불러도 좋은 것일까?


지난 2년간 데이터는 6이닝 3실점을 기준으로 해도 충분히 '질 좋은 투구'를 펼쳤다고 할 수 있다는 사실을 지지한다. QS를 기록한 선발 투수들은 평균 7이닝을 던져 평균 자책점 1.73을 기록했다. 승률 역시 72.6%나 된다.

반면 QS 달성에 실패했을 때는 평균 4⅓이닝밖에 던지지 못했고 평균자책점도 6.54나 됐다. 이러니 승률 27.1%에 머무는 것도 당연한 일. 확실히 퀼리티 스타트는 '질 좋은' 투구 내용을 보장하는 것이다.

이유는 간단하다. QS를 기록한 선발 투수들의 기록을 이닝과 자책별로 나눠보면 6이닝 3실점은 전체 경기의 6.7%밖에 되지 않는다. 나머지 93.3%의 평균 자책점이 4.5보다 낮으니 평균 자책점이 떨어지는 것은 당연한 일.


발생 빈도를 살펴 보면 좀더 분명히 알 수 있다. 가장 잦은 경우는 6이닝 1실점(75회), 이 경우 평균자책점은 1.50이다. 두 번째로 많은 7이닝 1실점(72회)은 평균 자책점 0.78. 투수들이 QS를 기록하고 마운드를 내려간다는 것이 보통 일이 아니라는 게 다시 한 번 증명되는 셈이다.

이번 시즌 현재까지 최고의 선발 투수는 리오스. 두산의 다니엘 리오스는 승수(14승)뿐 아니라 QS를 기록한 횟수(18)도 가장 많은 투수다. 이를 거꾸로 생각해 보면 리오스가 QS를 기록하고도 승수를 올리지 못한 경기가 4번 있다는 뜻도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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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리오스가 이번 시즌 딱히 불운했다고 말하기는 어렵다. KIA 윤석민은 QS를 12번이나 기록하고도 6승밖에 챙기지 못했다. 게다가 윤석민은 QS를 기록하고도 패전 투수가 된 경우가 6번이나 된다. 타자들이 평균만 해줬어도 결코 13패 투수는 아니었을 것이라는 얘기.

한번 윤석민에게 묻고 싶다. 자기가 잘 던진 날 점수를 못 낸 타자들이 더 미운지, 아니면 불펜 투수로 갑자기 자신을 기용한 감독이 더 야속한지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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