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기는 스포츠가 공용어입니다.


❝스포츠에서 유일한 것이 승리라면 이기는 그 순간 다시 경합을 벌여야겠다는 욕구는 사라질 것이다. 그렇다면 마이클 조던과 로저 클레멘스가 나이 마흔에 계속 경쟁을 벌였던 사실을 어떻게 이해할 것인가.❞

─ '소크라테스 야구장에 가다' 中에서

여러모로 보스턴의 힘을 에인절스가 감당해내지 못했다. 이로써 에인절스는 보스턴을 상대로 포스트 시즌 9연패에 빠졌다. 이는 역대 최다 연패 타이 기록. 반대로 보스턴은 싹쓸이로 여유 있게 시리즈를 마무리 지으며 챔피언십 파트너를 기다릴 수 있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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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차전은 싸이영 컨텐더 조쉬 베켓과 존 랙키의 맞대결로 기대를 모았다. 하지만 베켓이 포스트시즌에 강한 자신의 면모를 유감없이 드러낸 반면, 랙키는 끝내 펜웨이파크를 극복해내지 못했다. 결과는 베켓의 4:0이 완봉.

마운드에서 베켓이 상대를 4피안타로 틀어막는 동안, 타석에서는 케빈 유킬리스와 데이빗 오티스가 각각 홈런포를 쏘아 올리며, 상대 마운드를 무너뜨렸다. 반면 베켓의 4피안타는 모두 단타였다. 타선의 화력과 마운드의 무게감에서 모두 에인절스의 완패.

2차전 역시 초반 상황은 1차전과 크게 다르지 않았다. 1회말 레드삭스가 2점을 선취하며 경기 주도권을 쥐어 나간 것. 하지만 에인절스가 오히려 2회초에 볼넷과 내야 안타 그리고 2루타 두 방을 묶어 3실점하며 경기를 뒤집었고, 보스턴의 선발 투수 마쓰자카 다이스케는 5이닝을 채우지 못하고 강판됐다.

행운의 여신이 보스턴을 향해 미소지은 건 5회말 1아웃 매니 라미레즈 타석. 에인절스 포수 제프 마티스가 잡을 수 있던 파울 타구를 스탠드에 있던 보스턴 팬 대니 비니크가 가로챈 것이다. 보스턴은 이 17세 소년의 도움으로 공격 기회를 계속 이어갈 수 있었고, 결국 마이크 로웰의 희생 플라이가 터지며 승부를 원점으로 몰고 갔다.


그리고 9회까지 양 팀 불펜의 치열한 공방전이 계속됐다. 하지만 9회말 훌리오 루고가 저스틴 스파이어에게 안타를 뽐아내며 승부의 추는 보스턴으로 기울기 시작했다. 하지만 더스틴 페드로이아의 진루타로 아웃 카운트를 하나 빼앗은 데 이어, 케빈 유킬리스를 삼진으로 돌려세우며 에인절스 불펜은 한 숨 돌리는 듯 싶었다.

에인절스 코칭 스탭은 3번 타자 데이빗 오티스를 고의사구로 거른 뒤 매니 라미레즈와 승부하기로 결정했다. 그리고 결과는 그린 몬스터를 넘어 장외로 날아가는 끝내기 홈런. 완벽했던 에인절스 불펜이 이 한방에 완전히 무너져 버렸다.

한편, 3차전은 집중력 싸움에서 보스턴의 승리였다. 경기 초반 라미레즈의 볼넷과 로웰의 2루타로 만든, 무사 2/3루의 기회를 날려버린 레드삭스. 곧바로 위기를 맞았지만 커트 실링이 관록이 빛나며 승부는 3회까지 0:0으로 팽팽한 무승부였다.

4회초 선두 타자로 나선 데이빗 오티스가 선제 솔로포를 터뜨렸고, 곧이어 매니 라미레스가 백투백 홈런을 쏘아 올리며 경기 스코어 2:0. 타선의 지원에 힘입은 커트 실링은 더욱 안정된 피칭을 선보이기 시작했고, 7회까지 상대 타선을 무실점으로 막은 뒤 마운드를 히데키 오카지마에게 넘겼다.

그 사이 보스턴 타선은 8회초 공격에서 타자 일순하며 7득점. 그것으로 승부는 완전히 끝이었다. 9회말 마운드에 오른 에릭 가니에가 1점을 헌납하기는 했지만, 이미 에인절스 선수들에게서 투지를 찾아보기는 어려운 상황이었다.

결국 전체적인 힘의 균형에서 앞선 보스턴이 무난하게 챔피언십 시리즈에 선착했다. 보스턴은 이로써 투수들에게 충분한 휴식을 제공할 수 있는 유리한 고지를 점령해, 챔피언십 시리즈 전망 역시 밝게 만들었다. 보스턴 팬들이 Again 2004를 외칠 수 있는 또 하나의 이유가 생긴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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