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기는 스포츠가 공용어입니다.


❝스포츠에서 유일한 것이 승리라면 이기는 그 순간 다시 경합을 벌여야겠다는 욕구는 사라질 것이다. 그렇다면 마이클 조던과 로저 클레멘스가 나이 마흔에 계속 경쟁을 벌였던 사실을 어떻게 이해할 것인가.❞

─ '소크라테스 야구장에 가다' 中에서


상황이 이런데도 김성근 감독은 9회 윤길현을 또 마운드에 올렸다. 정근우는 경기 후 인터뷰를 통해 "별 일 아니다"고 말했다.

SK팬들이여, 정말 그 팀이 왜 욕을 먹는지 궁금한가?

파이팅도 좋고, 승부욕도 좋다. 굳이 대선배와 상대한다고 해서 주눅들 이유 따위 어디에도 없다. 야구는 나이로 하는 게 아니라 실력으로 하는 것이니까 말이다.

그런데 오늘 윤길현의 행동은 "인간에 대한 '아주 아주 기본적인' 예의"를 저버린 행동이었다. 비난 받아 마땅하다.

감독이야 원래 그런 분이니 그러려니 하자. 하지만 새파랗게 어린 선수가 자기보다 10살이나 많은 선수에게 대드는데 덕아웃 안에 아무도 말리는 선배가 없는 게 정상인가?

아무리 기싸움에 밀리는 게 싫었어도 어차피 경기가 다 끝난 마당에 "불미스러운 일이 있었는데 끝나고 사과할 것으로 안다. 팬 여러분께 이런 장면을 보여드리게 돼서 죄송하다" 이 한 마디 하는 게 그렇게 어려운가?

언제부터 프로야구가 무조건 이기면 장땡인 곳이 돼 버렸는지 안타깝다.

야구는 이기려고 하는 것이지만 인생은 이기려고 사는 게 아니다. 남의 자존심을 지켜주지 못하면 절대 자기 자존심을 지킬 수 없다.

윤길현 선수, 최경환 선배 팔에다 아버지 돌아가신 날짜 문신 새기고 뛰는 것 아시나요? 자기가 미국에서 뛰다 왔다는 프라이드도 다 버리고, 아버지 살아 생전에 좋은 모습 못 보여드렸다고, 여전히 그라운드에서 행복하게 뛰는 것 모르시나요?

진심으로 사과하세요. 순간 욱 했다고… 이종범, 김종국, 이대진 선배한테도 같이요. 승부는 공과 방망이를 가지고 하는 거지, 태도로 하는 게 아니지 않는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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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길현이라는 이름으로 SK 와이번스 홈페이지에 올라온 글

안녕하세요, SK와이번스 투수 윤길현입니다.

먼저 본의아니게 저땜에 많은 팬분들이 마음이 상하신 것 같아서 죄송합니다. 그러려고 한 건 아닌데 3연전동안 동료들이 사구를 많이 맞고 또 경기가 이상한 방향으로 가다보니 저도 모르게 좀 많이 흥분한 것 같습니다.

기아 최경환선배님하고는 좀전에 통화했구요, 죄송하다고 사과드렸습니다. 일부러 맞출라고 한건 아니라고 말씀드렸고 예의없이 군 점 죄송하다고 말씀드렸고요. 선배님도 다 안다고, 다음에는 그러지 말라고 하셨구요.

암튼 저땜에 기분이 상하셨을 모든 팬 여러분께 진심으로 사과드리고요, 앞으로는 좀 더 성숙된 야구선수가 되도록 노력하겠습니다.

윤길현 올림

그래, 지난 경기 때문에 빈볼 던지는 게 SK지, 후후훗… 변명 없이 그냥 잘못했다는 말만 남기면 안 되는 거냐?

사용자 삽입 이미지

그나저나 경기 끝나자 마자 글이 올라오고, 경기 끝나기도 전에 싸이가 닫히고… 프런트 여러분 정말 고생 많으셨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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