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기는 스포츠가 공용어입니다.


❝스포츠에서 유일한 것이 승리라면 이기는 그 순간 다시 경합을 벌여야겠다는 욕구는 사라질 것이다. 그렇다면 마이클 조던과 로저 클레멘스가 나이 마흔에 계속 경쟁을 벌였던 사실을 어떻게 이해할 것인가.❞

─ '소크라테스 야구장에 가다' 中에서

사용자 삽입 이미지
야구는 목가적이다.

야구는 몸을 움직이는 시간보다 생각하는 시간이 더 길다. 운동능력을 필요로 하지만 그보다 마음가짐, 센스 그리고 전략이 더 중요하다.

때문에 야구는 선수, 감독, 심판 그리고 팬들에게도 창조성을 요구한다. 상상력이 부족한 사람들이 야구를 지루하다고 평하는 건 그런 까닭이다.

하지만 진짜 야구팬들은 최소 두 시간 동안 수없는 선택과 판단이 그라운드 위를 부유하고 있다는 사실을 안다. 선수, 감독, 심판의 선택 하나 하나에 웃고 울고 화내고 안도한다.

행복한 사람은 시계를 보지 않는다. 야구에 푹 빠진 팬들도 그렇다.

There's no clock in baseball. 야구의 오랜 자부심이다.

그래서 야구팬들은 터무니없이 뚱뚱한 선수만큼이나 타율 2할을 겨우 때려내는 선수가 타석에 들어서는 것도 이해한다. 교체하려는 선수에게 감독이 직접 찾아가 의견을 묻는 종목도 야구뿐이지 않은가?

맞다. 야구는 목가적이기에 참 민주주의적인 스포츠다.

그런데 국제야구연맹(IBAF)이 베이징 올림픽 때부터 도입하기로 한 '승부치기' 제도는 이런 민주성을 앗아간다.

무사 1, 2루는 상상력의 폭을 좁힌다. 원래 무사 1, 2루는 24가지 아웃카운트-주자별 상황 가운데 하나일 뿐이다. 왜 일부러 점수를 주기 위해 이런 선택을 해야 하는 것일까?

또 타율 2할 짜리 선수가 타석에 들어서는 일도 더욱 줄어들 것임에 틀림없다. 야구가 자랑하는 '기회의 평등'을 앗아가는 일이다.

단타 하나를 내줬다는 마운드에서 물러나는 투수들도 늘어날 우려가 크다.

이건 확실히 야구 정신에 위배되는 일이다.

올림픽을 코앞에 둔 상황에서 갑작스레 제도를 바꾸는 것 역시 전혀 목가적이지 못하다. 충분한 논의를 거친 '실험'이었다면 굳이 반대하지 않았을지 모른다.

타순을 멋대로 바꿀 수 있다는 점이 사실 가장 싫으니까 말이다.

규칙을 바꿔서 본래의 재미를 잃어버리는 것 배구 하나면 충분하다고 믿는다.

끝날 때까지 끝난 게 아닌 그런 야구를 계속 보고 싶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




댓글,

더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