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기는 스포츠가 공용어입니다.


❝스포츠에서 유일한 것이 승리라면 이기는 그 순간 다시 경합을 벌여야겠다는 욕구는 사라질 것이다. 그렇다면 마이클 조던과 로저 클레멘스가 나이 마흔에 계속 경쟁을 벌였던 사실을 어떻게 이해할 것인가.❞

─ '소크라테스 야구장에 가다' 中에서

아랫글에도 썼지만, 저 서용빈 선수 군대 간다길래 야구장 찾을 정도로 서용빈 선수 좋아합니다. 그날 경기 끝나고 팬들을 향해서 '저 꼭 돌아올 겁니다.'하고 말씀하셨을 때, 유혜정 씨처럼 저도 눈시울이 붉어지던 경험을 했던 게 기억이 납니다.

하지만, 솔직히 말씀드려서, 김경기 선수만큼 좋아하지는 않습니다. 그리고 제가 보기엔 큰 문제가 없는 내용이라고 생각한지라 표현을 수정하지 않았습니다만, 저는 타점/득점 수치를 사실 절대적이라고 보는 편이 아닙니다. 많은 분들께서 이미 언급해 주셨지만, 그런 기록 자체를 올렸다는 것 자체만으로도 팀에 매우 도움이 된 건 틀림없는 사실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제가 타자를 판단할 때 쓰는 지표에도 포함되어 있고 말입니다. 하지만, 그건 매우 상황맥락적인 기록이라고 생각합니다. 다시 한번, 말씀드리지만, 그렇다고 해서 그 점에 있어 김경기 선수가 더 나았다는 말씀을 드리고자 하는 건 아닙니다. 그건 분명, 서용빈 선수가 잘한 겁니다.

하지만 이런 기록들을 한번 보세요.



OPS대신 GPA를 쓴 건, 출루율에서 서용빈 선수가 앞서기 때문에, 오히려 더 어드밴티지를 주기 위해서였습니다. 그런데도 김경기 선수가 앞섭니다. 어떤 분께서 파크팩터도 말씀하셨는데, ISO가 2배차이나 나는 건 구장 차이만을 탓할 수준은 아니라고 봅니다.

그리고 수비요? 서용빈 선수의 1루 수비가 국내에서 최고 중의 최고 수준이라는 건 저도 1100% 동의하는 점입니다. 김성근 감독님, 뜬금없이 왼손잡이 선수에게 3루 수비 연습을 시켜서 기삿거리가 된 적도 있었죠.

하지만 이건 어떨까요? 96년부터 스포츠 서울에서 해당 포지션별로 최고 수비수에게 시상하고자 만든 '매직 글러브'라는 게 있습니다. 뭐 이후에 취지에서 벗어났는지는 모르겠지만, 적어도 시상 첫해만큼은 설립 취지에 충실하고자 하지 않았을까요? 원년도 1루 부분 수상자는 김경기 선수였습니다.

그러니까, 사실 이런 논쟁이 가능한 게 두 선수가 앞서거니 뒷서거니 하기 때문이라고 생각합니다. 제 기준엔 아무리 봐도 김경기 선수가 뒤쳐질 게 없다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LG 및 서용빈 팬 여러분께는 마찬가지로 서용빈 선수가 우위겠죠. 그 점을 부인하고 싶지는 않습니다.

하지만 그 점 때문에 여러분의 기분을 편찮게 해드리고 싶지는 않습니다. 지난 글에도 말씀드렸지만, 제게 김경기 선수가 최고의 영웅인 건, 분명 기록 때문이 아닙니다. 제가 글에서 김경기 선수와 비교한 선수는 장종훈 선수와 양신이었습니다. 제게는 정말 그보다 더한 영웅입니다.

다소 논란의 소지가 있었던 점, 그 정도의 애정 탓이었다고, 너그럽게 이해해주시길 바라며, 다음 시즌 서용빈 선수가 다시 한번 황금장갑을 낄 수 있기를 기대해 보겠습니다.

논란을 일으킨 점, 다시 한번 사과 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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