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기는 스포츠가 공용어입니다.


❝스포츠에서 유일한 것이 승리라면 이기는 그 순간 다시 경합을 벌여야겠다는 욕구는 사라질 것이다. 그렇다면 마이클 조던과 로저 클레멘스가 나이 마흔에 계속 경쟁을 벌였던 사실을 어떻게 이해할 것인가.❞

─ '소크라테스 야구장에 가다' 中에서

최근 Baseball Analysts (http://www.BaseballAnalysts.com)라는 세이버메트릭스 블로그에 Rich Lederer가 '탈삼진 능력을 측정하는 새로운 방법(A new way to measure Strikeout Proficiency)'이라는 게시물을 올렸습니다. 결론만 말씀드리자면, 탈삼진 능력을 측정하는 데 있어 K/9나 K/BF(K per Batters Faced, 전체 타자 가운데 몇 %를 삼진으로 돌려세웠는지를 나타내주는 수치입니다.) 등보다 K/P(K per Pitches, 투구수당 삼진수) 또는 K/100(100 투구당 삼진수)이 투수의 탈삼진 능력을 더 잘 보여주며, 투수와 수비진의 능력을 분리시켜주는 다른 메트릭들(FIP, DIPS 등)과 더 깊은 상호연관성을 보인다는 것입니다.

원문에서 저자는 K/BF에 비해 K/P가 우수한 원인을 다음과 같이 설명하고 있습니다.

Just as striking out the side in order is preferred over getting all three outs via the K regardless of the number of batters faced, a pitcher who strikes out hitters on three pitches is more effective than those who take five or six to get the job done. By definition, he is missing bats a higher percentage of the time and is also more likely to pitch deeper into games and record a greater number of outs than his counterparts.
그러니까 공 세 개로 삼진을 잡아내는 투수가 공을 5~6개 던져서 삼진을 잡아내는 투수보다 좀더 효율적이라는 뜻입니다. 물론, 맞는 말입니다. 그러나 이런 건 어떨까요? 기억하시는 분이 계실지 모르겠지만 예전에 '투구수에 관한 몇가지 史實'이라는 게시물을 포스팅한 적이 있었습니다. 그때 알아본 삼진과 투수의 R-스퀘어 그래프는 아래와 같습니다.



R-스퀘어값이 .1282밖에 안 됩니다. 그러니까 삼진으로 인해 투구수가 늘어난다는 명제를, 원년부터 '03 시즌까지 데이터로 설명하고자 할 때 12.82%밖에 설명할 수가 없다는 뜻입니다. 말하자면 1) 빠른 볼카운트에서 삼진을 잡아낸다. 2) 투구수를 줄일 수 있다. 3) 더 오래 마운드를 지킬 수 있다. 이 과정이 우리의 생각만큼 딱딱 맞아떨어지지는 않는다는 것입니다. 다시 한번 말씀드리자면, 투구수와 삼진의 관계가 저자의 전제처럼 높은 연관성을 지니지 않는다는 뜻입니다.

즉, 빠른 볼카운트에서 한번에 삼진을 잡아내든 승부를 길게 끌고 가서 수싸움 끝에 삼진을 잡아내든 그것이 전체 투구수에 미치는 영향은 미미하다는 점입니다. 그러니까 적은 공을 던지며 많은 삼진을 잡아내는 게 쉬운 일도 아닐뿐더러, 그렇게 한다고 해서 투구수를 줄이며 이닝을 좀더 먹어줄 수 있는 것도 아니라는 뜻입니다. 결론적으로 말해서, 저자가 K/BF보다 K/100이 더 우월하다고 주장한 건 그리 설득력 높은 이야기가 아니라는 말씀입니다.

또한 프로원년부터 '05 시즌까지 60이닝 이상을 투구한 선수들을 상대로 K/BF와 K/100의 R-스퀘어값을 알아보면 그 값은 무려 .9768에 달합니다. 이 정도면 거의 완전히 일치하는 결과물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또 다른 메트릭이 거의 필요 없다는 뜻입니다. K/9와 K/BF 또한 .9729라는 높은 R-스퀘어값을 보입니다. 이 역시 굳이 또 다른 메트릭이 필요 없다고 해도 좋을 정도의 설명력입니다.

K/BF는 직관적으로 알아채기 어려운 수치를 보입니다. 반면 K/100과 K/9의 가장 큰 장점은 직관적으로 이해하기 쉬운 수치를 보여준다는 점입니다. 전체 타자의 33.3%를 삼진으로 돌려세웠다. 이보다 공 100개를 던지면서 (그러니까 선발로 등판해 평균 투구수를 던질 때마다) 삼진 9개를 잡았다. 이것이 훨씬 직관적입니다. 9이닝 당 10명을 삼진으로 처리한다. 이 역시 마찬가지 수준으로 직관적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런데 그 설명력 차이는 크지 않고, 데이터를 구하기도 K/9가 훨씬 쉽습니다. 이닝과 삼진수는 어디서든 손쉽게 구할 수 있는 데이터니까 말입니다.

어쩌면 실제 삼진 능력을 가장 가까이 보여주는 지표는 K/100이 맞을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리고 그 다음이 K/BF. (실제로 저도 이 지표를 가장 좋아합니다.) 반대로 가장 부족한 메트릭이 K/9인지도 모르겠습니다. 하지만 별 차이가 없다면 구하기 쉬운 자료가 좀더 나은 게 아닐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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