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기는 스포츠가 공용어입니다.


❝스포츠에서 유일한 것이 승리라면 이기는 그 순간 다시 경합을 벌여야겠다는 욕구는 사라질 것이다. 그렇다면 마이클 조던과 로저 클레멘스가 나이 마흔에 계속 경쟁을 벌였던 사실을 어떻게 이해할 것인가.❞

─ '소크라테스 야구장에 가다' 中에서

먼저, 안 보시면 섭할 플레이오프 1차전 WP 그래프를 먼저 보고 넘어가도록 하겠습니다.



양 팀 모두 1회부터 선두 타자 출루로 찬스를 잡았습니다. 양 팀 모두 똑같이 희생번트. 하지만 한화가 후속타 불발로 찬스를 살리지 못한 데 비해, 두산은 문희성 선수의 적시타로 선취점을 얻었을 수 있었습니다. 한화는 2회 다시 무사 1,2루의 찬스를 잡았지만, 후속타 불발로 득점에 실패하고 맙니다. 반면 두산은 2회에 다시 전상열, 임재철 선수의 안타로 2점을 더 추가 굳히기에 들어가게 됩니다. 결국 5회에 터진 김동주 선수의 솔로 홈런으로 완전히 승기를 잡으며, 2005 시즌 플레이오프 1차전을 손에 넣을 수 있었습니다.

사실, 한 팀이 한 점도 못 얻으면 그래프 모양이 좀 싱겁죠 ^^; 오늘은 엎치락 뒤치락 하는 모양새의 그래프가 나오길 기원하겠습니다. 그럼 왜 그래프가 이렇게 일방적으로 흘렀을까? 물론, 두산 타자들이 초반 쉽게 점수를 내고 시작한 것도 그 원인이겠습니다만, 리오스의 호투 역시 주요한 원인이었다고 생각합니다. 어제 경기에서 리오스 선수의 WPA는 .313입니다. .500을 거두면 팀이 1승을 거둔다는 점을 고려할 때, 약 62.6%의 승리를 책임진 셈이라고 해도 무방하겠습니다.



그래서 리오스 선수의 투구를 한번 뜯어 봤습니다. 리오스 선수는 모두 30명의 타자를 상대로 96 투구, 타자당 3.2개밖에 던지지 않는 아주 효과적인 피칭을 했습니다. 초구 스트라이크 비율이 73.3% (22/30)에 이를 정도로 유리한 고지를 점령한 채 승부를 시작했고, 스트라이크/볼 비율 역시 정확히 2.00(64/32)으로 준수한 내용을 보였습니다. 이를 카운트 별로 뜯어 보면 ;



확실히 빠른 볼 카운트에서 승부를 본 경우가 많았다는 사실을 알 수 있습니다. 거꾸로 말씀드리자면, 한화 타자들이 그만큼 승부를 서둘렀다는 사실 역시 확인할 수 있습니다. 컨디션이 좋은 투수를 상대하는 데 있어, 끈질기게 괴롭히는 면이 사실 좀 부족했습니다. 파울로 커트된 공 17개, 확실히 끈질긴 승부가 안타깝다고 하지 않을 수가 없습니다. 이어서 로케이션 별로 보겠습니다.



색깔이 짙을수록 더 많은 투구가 들어왔음을 의미합니다. 대체로 공이 낮게 깔려 들어왔다는 사실을 알 수 있습니다. 한화의 장타력을 감안했을 때 이는 매우 인상적이라고 하겠습니다. 또한 좌우타자의 몸쪽 역시 효율적으로 공략했다는 사실을 알 수 있습니다. 이를 한번 구종별로 나누어 보겠습니다. 크게 횡으로 휘는 변화구와 종으로 떨어지는 변화구로 나누었습니다. 맨 앞이 속구, 횡으로 변하는 부류, 종으로 떨어지는 부류의 순입니다.



전체적으로 낮은쪽에 제구력이 좋았다는 사실 위에서도 설명드렸습니다. 묵직하게 깔려 들어오는 직구에, 횡으로 휘는 변화구는 오른쪽 타자의 바깥쪽 낮은 코스로 절묘하게 들어갔습니다. 게다가 이따금씩 몸쪽으로 붙어 드어오는 직구까지 곁들이며, 타자에게 위협을 주기에 충분한 투구 내용이었습니다. 종으로 떨어지는 변화구 역시 낮은쪽으로 낮게 낮게 멋지게 떨어졌습니다. 한번 좌타자만 상대로한 기록을 보시면 ;



몸쪽으로 붙이는 빠른 직구와 함께, 두 변화구를 적절히 사용해 공략한 낮은 인코스쪽이 승부의 관건이었습니다. 컨트롤이 잘 됐음을 두말할 나위 없는 사실입니다. 위협적인 좌타자는 데이비스 선수 한 명뿐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지만, 2번 타순에 위치했던 고동진 선수, 그리고 9번 타선의 한상훈 선수를 봉쇄함으로써 1번 타자 조원우 선수를 고립시키는 데 있어 성공했다고 볼 수 있겠습니다. 데이비스 선수에게 앞선 건 다시 말할 필요가 없는 일이겠고 말입니다.

이 결과를 이닝별로 종합해 보면 ;


(最로 표시된 건 최고 구속을 뜻합니다.)

타자들이 쉽게 속아나간 경우엔 횡으로 떨어지는 변화구를 쓰지 않았다는 사실을 발견할 수 있습니다. 말하자면, 슬라이더 계열의 공이 주로 승부구로 쓰였다는 점입니다. 1회에는 힘으로 상대를 윽박질렀습니다. 2회엔 떨어지는 변화구를 구사하기 시작했고, 투구수가 가장 많았던, 그리고 위기가 찾아왔던 3회엔 완급조절을 통해 고비를 넘어갔다는 사실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5회도 마찬가지. 투구수가 많은 이닝엔 슬라이더로 타자의 눈을 속여 놓고 빠른 직구를 던지거나, 역으로 체인지업성의 떨어지는 변화구로 잡아내는 경우가 많았습니다. 어제 홍성흔 포수가 리드에 가장 신경쓴 패턴은 어쩌면 슬라이더 계열의 활용 방안이었는지도 모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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