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기는 스포츠가 공용어입니다.


❝스포츠에서 유일한 것이 승리라면 이기는 그 순간 다시 경합을 벌여야겠다는 욕구는 사라질 것이다. 그렇다면 마이클 조던과 로저 클레멘스가 나이 마흔에 계속 경쟁을 벌였던 사실을 어떻게 이해할 것인가.❞

─ '소크라테스 야구장에 가다' 中에서

삼성, 두산에 이어 이번 시즌 놀라운 반등세로 제 마음을 설레게 했던 SK 와이번스입니다. 사실은 그 반등세가 현대의 몫이 되기를 바랬지만 -_-; 그리고 이번 시즌 현대가 4강의 꿈을 접게 만든 결정적인 경기가 문학에서 정경배 선수에게 끝내기 홈런을 얻어맞던 날이라 생각해서 사실은 저를 무척이나 서글프게 만들었던 팀이기도 합니다.

하지만 태평양의 추억을 공유하고 계신 팬들과, 처음으로 트로트의 가사를 외우게 만들었던 ‘연안부두’의 향수가 울려 퍼지는 결코 미워할 수 없는 팀이 바로 SK이기도 합니다. 이번 시즌 구도 100년을 맞이, 우승을 노렸지만 안타깝게도 한화의 벽을 넘지 못하기도 했습니다. 이래저래 아쉬움이 많이 남을 SK의 2005 시즌을 제 멋대로(?) 정리해 보도록 하겠습니다. 이제 말 짧은 모드로 -_-;

# 0. 아쉬운, 너무도 아쉬운

먼저 가장 인상적인 승패 그래프부터 보자.  이런 모양이다. 5월달까지는 아래쪽, 그러니까 진 경기가 훨씬 많았지만, 중반 이후 진 경기를 손으로 꼽을 정도로 위쪽이 월등하다. 하지만 맨 마지막 아래 한 칸. 어쩌면 그 한 칸이 이번 시즌 SK의 운명을 바꿔놨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독일 속담에 끝이 좋으면 다 좋다는 말이 있다. 이번 시즌 SK는 이 속담과 정반대의 결실을 맺고야 말았다.


# 1. 스몰볼/스마트볼?



역시나 주목할 만한 건 적은 실점이다. SK(485)는 두산(465)에 이어 최소 실점 2위 팀이며, 방어율(3.87)에 있어선 전체 1위다. 그리고 조범현 감독은 소위 '스몰볼'을 추종한다고 알려져 있다. 스몰볼 또는 스마트볼은 사실 자잘한 공격 패턴에 의존한 야구 스타일만을 가리키는 표현은 아니다. 그보다 강한 투수력과 촘촘한 수비를 바탕으로 적은 득점을 가지고도 승리를 챙길 수 있는 스타일을 가리킨다고 보는 편이 옳을지도 모르겠다. 이는 인천 야구의 또 다른 이름, '짠물야구'와도 일맥상통하는 대목이다.




-1 ; '희생'?

표에는 나와 있지 않지만, SK의 공격을 생각할 때 빼놓을 수 없는 패턴이 바로 희생번트다. 2005 시즌 SK가 기록한 134개의 희생번트는 2위 현대의 기록과 30개 차이를 보이는 엄청난 수치다. 이는 '03 현대(139), '97 쌍방울(137)에 이은 리그 역대 3위 기록이기도 하다. 그리고 이 가운데 상당 부분이 '번트 아티스트'라는 애칭을 얻은 조동화 선수의 방망이로부터 비롯됐다. 조동화 선수는 무려 41개의 희생번트를 성공, 2위 신명철 선수(26)보다 15개나 많은 희생번트를 기록했다. 3위 박종호(24), 4위 임재철(22) 선수와 비교해 보면, 조동화 선수가 얼마나 많은 희생번트를 기록했는지 확인할 수 있다.

그리고, 타자들이 꼭 노려 친다고 볼 수는 없지만, 희생 플라이 수에 있어서도 38개를 기록, LG(41)에 이어 리그 2위를 기록했다. (세이버쟁이들의 최근 연구 결과에 의하면, 희생 플라이를 기록할 수 있는 2사 이전의 3루 상황에서, MLB 타자들은 볼을 인플레이시키려는 노력이 상대적으로 증가한다고 한다. 그것이 꼭 희생 플라이를 목적으로 한 행위는 아니라고 하더라도 말이다.) 마찬가지로, 그것에 '희생'이라는 낱말이 꼭 어울리는가는 차치하고, 희생 번트와 플라이 숫자 모두, 타자들이 팀의 득점을 위해 다양한 노력을 기울였다는 사실 정도는 확인할 수 있을 것이라고 본다. 103개의 도루 역시 LG(147)에 이은 2위 기록, 다시 한번 스몰볼을 추구했다는 사실을 확인할 수 있는 증거가 된다.

하지만 위에서도 확인했듯, 이런 스몰볼의 결과로 접전에 강했다고 보기는 어렵다. SK가 2점차 이내의 박빙 상황에서 거둔 승률은 시즌 천체 승률보다 모자란 .533에 지나지 않는다. 박빙 승부에서 강했다고 보기는 어렵다. 그럼 적은 점수를 뽑아내고 이를 지키는 데는 어땠을까? 지난번 拙稿에서 두산과 삼성의 비교했던 방식과 동일한 방식으로 SK의 득점 분포를 살펴보면, 4점 이내까지 SK는 평균적인 팀에 비해 약 3승 정도를 추가적으로 지켜냈다. 다섯 점까지 고려했을 때는 무려 6승으로 차이가 벌어진다. 리그 평균 득점을 4.59점이라 했을 때, 평균점만 뽑아내도 승리를 챙길 수 있다는 뜻이다. 실제로 4득점과 5득점이 난 경우, SK의 승률은 .774 (24승 7패)에 달한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SK를 두산 같은 소총 부대로 오인해서는 곤란하다. 사실 장타율만 놓고 보자면 한화에 이어 2위 팀이 바로 SK다. 하지만 장타율엔 타율이 포함되기 때문에 순수한 장타력을 측정하는 데는 부족한 면이 존재한다. 하지만 이를 보완한 ISO (장타율-타율) 역시 SK의 손을 크게 뿌리치지는 않는다. SK의 ISO는 .134로 4위다. 사실상 상위권이었던 세 팀 가운데 가장 높은 수준이다. 122개의 홈런도 3위, 모두가 투수들에게 유리한 구장에서 나왔다는 점에서 높이 평가할 만하다. 까먹을 뻔 했는데, .355에 달하는 출루율 역시 리그 2위 기록이다. 그 결과 GPA(.261), OPS(.758) 모두 최고의 '뻥야구'팀 한화에 이어 2위다. 스마트볼과 머니볼 두 가지 관점에서 모두 칭찬받을 만했다는 뜻이다.


-2 ; 투수와 수비 : 승리의 원동력

하지만 위에서도 언급했듯 SK의 득점은 5위밖에 되지 않는다. 반면 실점은 2위, 방어율은 1위다. 그건 좀더 많은 점수를 투수 및 수비진이 받아야 한다는 의미다. 장황하게 칭찬하긴 했지만, 과정이 아무리 좋아도 결과가 미흡하면 아무 소용없는 게 사실 공격이다. SK 공격진이 뽑아낸 점수는 리그 평균에 비해 석 점 가량 적었다. 그저 리그 평균 수준의 득점력이었다는 의미다. 공격력에 비해 득점력이 떨어졌다. 다시 한번 독일 속담을 떠오르게 만드는 부분이다. 반면, 수비진이 평균에 비해 막아낸 점수는 87점에 달한다. 적게는 8경기에서 많게는 9 경기 정도, 수비의 승리로 패를 줄일 수 있었다는 뜻이다.

SK가 허용한 타격 라인 가운데 가장 돋보이는 건 역시 피안타율이다. 상대 타자들은 SK를 상대로 .240의 타율밖에는 기록하지 못했다. 이는 리그 평균보다 23포인트 낮은 수치다. 출루 허용률은 삼성에 이어 2위, 장타 허용률은 두산에 이어 2위. 이 둘을 기준으로 계산된 OPS(.679)나 GPA(.241) 허용률은 모두 리그 1위다. 자연스레 실점이 줄어들 수밖에 없었다.

이는 모두 기본적으로 안타를 맞지 않는 데서 비롯됐다. SK의 DER은 .722, 즉 상대 타자가 인플레이된 타구 가운데 27.8%만이 안타로 연결됐을 뿐이다. 이는 리그 최고 기록이다. DER은 사실 팀 수비수들의 능력만을 측정하는 지표는 아니다. 수비수와 투수, 구장과 기타 많은 것들이 복합적으로 결합된 지표다. 하지만 팀의 전체적인 수비력을 가늠하는 데 있어서는 유용한 도구다. 따라서 지난 번에 살펴본 것과 마찬가지로 상위 세 팀 모두 탄탄한 수비력이 성공의 원동력이었음을 알 수 있다. 인플레이 자체를 억제 시키는 힘은 삼성이 가장 강했고, 장타를 억제하는 데는 두산이 가장 능했으며, 이 둘을 균형적으로 조화 최고의 수비를 보인 팀이 바로 SK였던 셈이다.

개인적으로 이런 성공적인 수비는 박경완 선수의 능수능란한 투수 리드로부터 비롯됐다고 믿는다. 지난 시즌 박경완 선수는 공격에서 RCAA +49를 기록하며, 포수 가운데서는 물론 전체 타자들 사이에서도 거의 최고 수준의 공격력을 보였다. 사실 박경완 선수보다 RCAA에서 앞선 타자는 브룸바가 유일했다. 하지만 이번 시즌 박경완 선수의 RCAA는 -1이다. 포수 치고 나쁘다고는 할 수 없지만, 박경완이라는 이름에는 부족하게 느껴진다. 대신 지난해 4.40이던 방어율(6위)은 3.87(1위!)까지 하락했다. 이번 시즌 박경완 선수가 포수로 선발 출장한 경기는 모두 108경기에 달한다. 결장한 경기는 12경기뿐, 나머지 6경기에서도 위기에 몰리면 언제든 마스크를 써야만 했다. 이런 박경완 선수의 진짜 '희생'이 좋은 성적과 연결된 것이라고 봐도 큰 무리는 없을 것 같다.

이밖에도 3루 수비를 안정시켜준 김태균 선수 역시 많은 칭찬을 받을 만하며, 유격수 김민재 선수 역시 자신의 진가를 다른 팀에서 인정받을 정도로 공/수 양면에 걸쳐 쏠쏠한 활약을 보였다. 정경배 선수 공격에서는 물론 수비에 있어서도 모자람이 없는 한 해였다고 본다. 이제 김민재 선수가 FA로 한화 선수가 된 시점에서, 내년에 누가 유격수 자리를 차지하느냐 하는 점이 이런 수비가 내년에도 이어질 수 있느냐 마느냐를 결정짓는 키 포인트가 되리라고 본다.


# 2. 자신들의 한해를 만들지 못한

사실 한참 잘나가던 시절의 SK는 피타고리안 승률로 예측해 볼 때, 시즌 최종 1위가 가장 유력한 팀이었다. 시즌 최종일까지만 해도 SK의 2위 등극을 비관적으로 보는 이보다 그렇지 않은 이가 더 많았던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두산의 좋은 이웃 LG에게 무너지며 SK는 3위로 주저앉아 버렸고, 준플레이오프를 대비해 체력을 비축해 두었던 한화의 벽을 끝끝내 넘지 못하고 이번 시즌을 마감해야 했다. 영광과 좌절, 환희와 고통을 함께 했던 선수들의 면면을 확인해 보도록 하자.


-1 ; 화룡점정을 찍지 못한 붓

2005 시즌 SK의 공격력은 두 명의 이적생 타자가 주도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기아에서 제 2의 고향, 인천 팀으로 돌아온 '박재홍' 그리고 자신을 믿어준 최 단장님 곁으로 다시 올아온 '김재현', 두 '돌아온' 탕아(?)가 바로 그 주인공이다. 먼저 김재현 선수 얘기부터 해보자.




어쩌면 김재현 선수가 가장 원했던 건 돈이 아닌 자존심이었는지도 모르겠다. 자신을 끝까지 믿고 격려를 아끼지 않을 그 어떤 절대적인 존재 같은 것 말이다. 처음 김재현 선수에게 그런 존재는 최종준 단장이었고, 이어서는 끝없이 자신의 이름을 외쳐대는 인천팬들이었다. 이제 김재현은 LG뿐 아니라, SK의 프랜차이즈 스타로서도 자리매김해가는 중이다. 물론 그 밑바탕엔 뛰어난 성적이 깔려 있다. 시즌 막판의 부진으로 비율 스탯에서 많은 손해를 보기는 했지만, 여전히 리그 타자 가운데 가장 높은 출루율을 기록했다. 뿐만 아니라 GPA 2위, RC/25 2위, XR 3위 등, 각종 세이버 지표에서도 리그 최상위권 실력을 자랑했다. 몸에 맞는 볼 이후의 부진만 아니었다면, 리그 MVP로도 손색이 없었을지 모르겠다. 다시 한번 독일 속담이 떠오른다.




박재홍이 이 정도로 되살아 날 것이라고 짐작했던 팬들이 얼마나 될지 사실 궁금하다. 물론 예전의 괴물 같은 모습은 아니다. 하지만, 여전히 리그에서 가장 잘 나가는 중견수 가운데 한 명이다. 그의 거의 모든 세이버 지표는 한화의 데이비스에 이어 중견수 부분 2위권이다. 그러니까 박재홍이 저평가될 때도 있다는 소리다. 더구나 시즌 중 200-200 클럽 달성에 성공함으로써 호타준족의 이미지를 다시 한번 과시했다. 현재 너무도 쓸쓸한 겨울을 맞고 있어 안타깝기는 하지만, 일이 잘 마무리되어 내년에도 다시 한번 그의 홈스틸을 볼 수 있길 희망하는 바이다. (아, 바르가스가 없어서 안 되나? -_-)




지난번에 우회적으로 '처녀자리'에 강하다고 표현하기는 했지만, 실제로 그는 8월 KBO MVP에 오르며 여름에 강한 면모를 보였다. 8월달 이진영 선수의 타격라인은 .329/ .366/ .697 여기에 8홈런과 21타점을 곁들였다. 이 기간 동안 SK는 15승 1무 4패, .789의 승률을 기록했다. 9월 들어 그의 성적은 .265/ .308/ .429로 하락했고, 홈런 2개에 5타점밖에 기록하지 못했다. 덩달아 팀 승률 역시 8승 5패(.615)로 하락했다. 누가 뭐래도 SK의 간판은 이진영 선수다. 군 입대가 연기된 만큼 내년에도 더더욱 성장한 모습을 보여주길 희망한다.




SK는 5월까지 침체를 면치 못했다. 한때 꼴찌까지 떨어지기도 했던 SK의 팀 성적은 6월 이후 갑자기 달라진 팀이 돼 버렸다. 5월 31일까지 두 달 동안 팀 승률은 .364(16승 2무 28패), 이후 6월 1일부터는 무려 .711에 달한다.(54승 4무 22패) 6월의 대반전이라 부를 만하다. 그 중심에 이호준 선수가 있었다. 6월에 .333/ .443/ .747의 타격 라인을 찍으며, 11홈런 25타점을 기록했다. 이는 같은 기간 다른 타자들에 비해 15점이나 더 창출해 낸 수치다. 6월 동안 SK의 승률은 .682, 개막 이후 처음으로 5할을 넘긴 달이었다. 이후 7월엔 박경완 (.364/ .449/ .532), 8월엔 이진영으로 이어진 데는 이호준 선수가 6월에 보여준 게 컸다.




마지막으로 조동화 선수를 빼놓을 수 없다. 사실 박경완 선수를 넣을까 궁리하지 않았던 건 아니지만, 이미 위에서 한 차례 칭찬을 늘어 놓은 바 있다. 그래서 조동화 선수를 짚고 넘어 가기로 했다. 조동화 선수에 대해 가장 칭찬해 줄만 한 건 물론 번트다. 41개의 희생번트를 성공시킨 것 이외에도 17개의 번트로 안타를 만들어 내기까지 했다. 여기에 다섯 개의 내야 안타까지 포함, 모두 22개의 안타를 내야 안에서만 만들어냈다. 그야말로 상대 내야진을 압박하기에 충분한 발을 지니고 있다는 뜻이다. 도루 역시 18개로 준수하다. 이런 타자야 말로 조범현 감독이 활용하기 좋은 선수다. 외야수로 어깨가 다소 약한 게 흠이지만, 차세대 테이블세터로 한 자리를 꿰차기에 이미 어느 정도 궤도에 올라선 것처럼 보인다.


-2; 점이 찍히길 기다렸던 종이

그리고 타자들보다 더 뛰어난 공헌을 했다고 나름대로 판단한 투수진을 보자. 먼저, 고향으로 돌아와 힘을 낸 위재영 선수부터 시작하겠다.




사실 현대에서 거의 쫓겨나다시피 팀을 떠나야 했다. 그런 그를 받아준 곳은 다름 아닌 고향, 인천 팀. 실제로 본 적이 없어서 모르겠지만, 고교 시절 최고의 투수는 동산의 위재영이었다는 소문을 들은 적이 있다. 그만큼 그에게 고향은 각별한 의미였는지 모르겠다. 그리고 인천에서 그는 보란 듯이 재기에 성공했다. 국내 리그처럼 투수 역할 가운데 '마당쇠'가 중요한 열쇠를 쥐고 있는 야구판에서 백전노장의 경험만큼 유용한 자원은 또 찾아보기 드물다. 그래서 이런 선수의 이적이 자유롭지 못한 국내의 FA제도는 문제가 많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이제 '어른왕자'가 된 김원형 선수의 활약 또한 기대 이상이었다. SK의 상승세가 무르 익었을 때조차 SK팬들은 우리는 에이스가 없어요, 하는 볼멘소리를 하고는 했다. 물론 손민한, 배영수급을 원한다면 SK에 슈퍼 에이스가 없었던 건 사실이다. 하지만 크루즈 선수가 무너지기 전까지 크루즈는 리그를 압도할 만한 포스를 뽐냈다. 그리고 묵묵히 자기 자리에서 최선을 다하는 김원형 선수도 있었다. 비록 힘으로 상대를 압도한 스타일은 아니었지만, 3점대 중반의 안정적인 방어율로 170이닝 이상을 던졌다. 그리고 타선 역시 14승이나 챙겨주며 왕자의 복귀를 반겼다. 박경완-김원형 배터리는 해가 무르면 무르익을수록 점점 농익는 기분이다.




선발의 또 한축, 신승현 선수. 그는 올 시즌 유독 한화를 상대로 강한 면모를 보였다. 6경기에 등판 34.3 이닝을 던지면서 방어율 1.31, 3승 무패의 뛰어난 성적을 올렸다. 한화 타선은 그에게 꽁꽁 묶이며 .153/ .259/ .271밖에 기록하지 못했다. 특히 .271의 장타율은 한화의 집단 깡패 타선을 감안할 때 인상적인 수치가 아닐 수 없다. 뿐만 아니라, 삼성을 상대로도 .209/ .250/ .267밖에 허용하지 않았다. 방어율 역시 2.05로 최상급이다. 자신만만한 미소, 그리고 흡사 제프 위버를 연상시키는 투구폼, 지저분한 볼끝, 정말 기대가 가는 투수다. 결혼 이후(한 거 맞죠?)의 안정세가 내년 시즌에도 계속되길 희망한다.




좌완투수 유망주는 꼭 기아의 정재공 단장이 아니더라도 수집하고 싶어하는 존재다. 더구나 140 중반대의 직구를 뿌려줄 수 있는 투수라면 더더욱 그렇다. 사실 이번 시즌 상대 타자에게 .189/ .277/ .277밖에 허락하지 않으며, 허리에서의 역할을 톡톡히 소화해 냈다. 다만 아쉬운 건 좌타자를 상대했을 때 .222/ .291/ .292를 허용하며 나쁜(?) 성적을 거뒀다는 점이다. 하지만 이제 겨우 2년차, 당연히 오늘의 현재보다 미래가 더 기대되는 선수임에 틀림없다.




마지막으로 뜨는 별 하나 더. 190cm의 장신이 언더 핸드라면 누가 떠오르시는지? 언뜻 채드 브래드포드가 스치고 지나간다. 일본 롯데의 와타나베 선수를 보기 전까지 정말 손등이 마운드에 닿지나 않을까 우려됐던 선수. 물론 그렇게 공을 낮은 곳에서 놓아야 한다는 의미는 아니다. 하지만 사실 자뭇 궁금하다. 내려 꽂는 게 훨씬 유리하지 않을까. 하지만 그의 기록을 보고 있노라면, 그리고 예전 박정현 선수의 사례를 보건대, 꼭 그렇지만도 않은 모양이다.


# 3. 하지만 다시…

어쩌면 SK 팬들에게 2005 시즌은 많은 아쉬움으로 기억될 한 해가 될지도 모르겠다. 시즌 초반의 부진을 너무도 드라마틱하게 극복했다. 그리고 고공비행을 거듭하며 1위 삼성을 가장 무섭게 위협하는 존재가 되기도 했었다. 하지만 끝끝내 최종일의 충격을 이기지 못하고 무너졌다.

한때 그런 우스갯소리가 돌았다. 삼성의 선동열 감독이 SK를 너무도 무서워한 나머지, LG의 이순철 감독에게 부탁해 SK를 꼭 잡아주고, 친정팀인 기아 팀에는 두산에게 져줄 것을 부탁했다는 소리 말이다. 이런 농담이 인구에 회자될 만큼 무서운 팀이 바로 SK였다. 정말 절대로 그렇게 무너지지는 않을 것 같은 팀 말이다.

내년도 SK를 전망하며 변수가 너무 많다는 이야기가 들려온다. 하지만, 그 어느 팀에 변수가 없고, 그 어느 해가 이변 없이 지나갔었는가. 그게 야구의 매력이고, 우리가 야구에 중독된 이유가 아닐까? 내년 시즌 SK는 강할 수도 있고, 약할 수도 있다. 그건 그 어느 팀도 마찬가지다. 뚜껑은 열어봐야 아는 것이다. 걱정은 조급증을 부를 뿐이다.

하지만 합리적인 투자, 적극적인 마케팅 그리고 언제나 연고지 인천 팬들과 함께 하고자 하는 프런트가 있는 한 SK의 전력이 쉽사리 무너질 것으로 보이지는 않는다. 내년 시즌, 비룡의 더욱 멋진 비상(飛翔)을 기원해 본다.

역시 집중해서 쓰지 않으면, 글이 길어집니다. 계속 조금씩 생각나는 만큼씩만 적었더니, 시간도 굉장히 오래 걸렸네요. 사실 순수하게 투자한 시간만 따지자면야 얼마 되지 않겠지만 -_-; 2003 한국 시리즈 재미있지 않았나요? 내년에도 다시 한번 붙자구요 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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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타 지적 대환영입니다. 그밖에 내용 틀린 것 지적도 대환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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