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변은 당연히 없었고 이탈자도 당연히 없었습니다.
오타니 쇼헤이(大谷翔平·30·LA 다저스)가 또 한 번 '만장일치 최우수선수(MVP)' 타이틀을 얻었습니다.
미국야구기자협회(BBWAA)는 양대 리그 MVP 투표 결과를 21일(이하 현지시간) 공개했습니다.
그리고 메이저리그 역사상 처음으로 50홈런-50도루 클럽을 개설한 오타니가 1위 표 30장을 모두 받으면서 내셔널리그(NL) MVP에 올랐습니다.
오타니는 LA 에인절스 시절인 2021년과 지난해에도 만장일치로 MVP에 뽑힌 적이 있습니다.
오타니는 지난해 메이저리그 역사상 처음으로 만장일치 MVP로 두 번 뽑힌 선수가 됐고 올해 그 기록을 세 번으로 늘렸습니다.
다저스 선수가 MVP를 차지한 건 13번째인데 만장일치는 올해 오타니가 처음입니다.
오타니가 지난해까지 뛰던 에인절스는 아메리칸리그(AL) 소속입니다.
양대 리그 MVP를 모두 차지한 건 프랭크 로빈슨(1935~2019)에 이어 오타니가 두 번째입니다.
로빈슨은 1961년 신시내티 소속으로 NL MVP를 차지한 뒤 1966년 볼티모어 유니폼을 입고 AL MVP 트로피를 받았습니다.
이 외에도 지미 폭스(1907~1967), 배리 본즈(60), 알렉스 로드리게스(49), 브라이스 하퍼(32)도 팀을 옮겨 MVP를 받은 적이 있습니다.
그리고 이들 중 2년 연속으로 MVP를 받은 선수는 본즈밖에 없었습니다.
본즈는 1992년에는 피츠버그 소속으로, 1993년에는 샌프란시스코 소속으로 NL MVP를 차지했습니다.
본즈는 총 일곱 번 MVP를 받아 이 부문 최다 1위 기록을 보유하고 있기도 합니다.
본즈를 제외하면 MVP로 네 번 뽑힌 선수도 없습니다.
그러니까 오타니는 이날 MVP 최다 수상 공동 2위 기록 보유자가 된 겁니다.
폭스, 로드리게스를 비롯해 △조 디마지오(1914~1999) △스탠 뮤지얼(1920~2013) △로이 캄파넬라(1921~1993) △요기 베라(1925~2015) △미키 맨틀(1931~1995) △마이크 슈미트(75) △앨버트 푸홀스(44) △마이크 트라우트(33) 등 10명이 MVP로 세 번 뽑힌 이력이 있습니다.
첫 번째 MVP부터 세 번째 MVP까지 3년밖에 걸리지 않은 선수는 본즈와 오타니뿐입니다.
본즈는 대신 세 번째와 네 번째 MVP 사이에 8년이 (그리고 스테로이드도) 필요했습니다.
아, 오타니는 일본 프로야구 니혼햄 시절인 2017년 퍼시픽리그(PL) MVP를 받은 적이 있습니다.
2001년, 아시아 선수로는 처음으로, 메이저리그 MVP가 된 이치로!(51) 역시 1994~1996년 PL MVP 출신입니다.
오타니는 원래 투타를 겸업하는 '니도류(二刀流)'지만 지난해 팔꿈치 수술을 받아 올해는 지명타자로만 뛰었습니다.
'풀 타임' 지명타자가 MVP로 뽑힌 건 올해 오타니가 처음입니다.
이전에는 1993년 폴 몰리터(68), 2000년 프랭크 토머스(56), 2005년 데이비스 오티스(49)가 2위를 기록한 게 최고 성적입니다.
1993년 몰리터는 23경기, 2000년 토머스는 30경기, 2005년 오티스는 10경기에 수비 출전 기록을 남아있습니다.
반면 오타니는 올해 단 한 경기에서도 글러브를 낀 적이 없는 '순도 100% 우디(woody) 플레이어'였습니다.
이전 MVP 수상자 가운데는 1979년 AL MVP 돈 베일러(1949~2017)가 65경기에 지명타자로 출전한 게 최다 기록이었습니다.
참고로 아메리칸리그는 1973년, 내셔널리그는 2022년 지명타자 제도를 채택했습니다.
오타니는 "올해는 투수로 나설 수 없는 상황이라 공격에서 만회하려고 했다. 타자 기록만으로 MVP를 수상해 기쁘다"고 말했습니다.
이어 "모든 게 팀 동료들 덕이다. 올해 우리 팀이 좋은 성적을 내서 나도 좋은 평가를 받은 것이다. 내년에도 우승에 도전하겠다"고 덧붙였습니다.
다저스는 올 시즌 양대 리그 최고인 승률 .605(98승 64패)로 시즌을 마쳤고 월드시리즈 우승 트로피까지 차지했습니다.
오타니는 팀이 월드시리즈에서 우승한 해에 정규리그 MVP를 차지한 열네 번째 선수입니다.
오타니는 월드시리즈 2차전 도중 도루를 시도하다 어깨를 다쳐 결국 어깨 수술을 받았습니다.
오타니는 "스프링캠프 때까지 컨디션을 끌어올려 내년 개막전부터 다시 투타 겸업을 할 수 있도록 준비하겠다"고 다짐했습니다.
다저스는 내년 3월 18, 19일 일본 도쿄돔에서 시카고 컵스와 시즌 개막전을 치릅니다.
AL MVP는 양대 리그 통합 홈런왕(58개) 에런 저지(32·뉴욕 양키스)에게 돌아갔습니다.
저지 역시 BBWAA 투표에서 1위 표 30장을 싹쓸이했습니다.
양대 리그 MVP가 모두 만장일치로 뽑힌 건 지난해에 이어 역대 두 번째입니다.
저지는 AL 단일 시즌 최다 홈런 기록(62개)을 새로 쓴 2022년에도 MVP를 받은 적이 있습니다.
양대 리그 MVP 모두 이전에 MVP 수상 경험이 있는 건 1955년 이후 69년 만입니다.
당시에는 베라와 캄파넬라가 각각 세 번째 MVP를 받았습니다.
저지는 2022년에는 1위 표 28장을 받았는데 나머지 2장은 오타니 몫이었습니다.
저지는 "2년 전에는 MVP를 받으면 만장일치든 아니든 다 똑같은 것이라고 생각했는데 솔직히 느낌이 다르다"고 말했습니다.
이어 "핀스트라이프(양키스 줄무늬 유니폼)를 입고 뉴욕에서 이런 기록을 남길 수 있어 신께 감사드린다"고 덧붙였습니다.
AL MVP 투표에서는 바비 위트 주니어(24·캔자스시티)가 2위 표 30장을 모두 받기로 했습니다.
2위 표를 한 명이 다 받은 것도 지난해 NL에 이어 올해 AL이 두 번째입니다.
지난해 NL MVP 투표에서는 오타니 팀 동료 무키 베츠(32)가 30표를 다 받았습니다.
양대 리그 MVP가 모두 신인상 출신인 것도 지난해에 이어 2년 연속입니다.
저지는 2017년, 오타니는 2018년 AL 신인상 수상자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