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 파리 올림픽은 남녀 참가자 숫자가 완전히 똑같은 대회가 될 것이다."
국제올림픽위원회(IOC)는 올해 국제 여성의 날(3월 8일)을 앞두고 이렇게 발표했습니다.
IOC는 실제로 26일(이하 현지시간) 막을 올리는 이번 파리 올림픽 전체 참가 인원으로 남녀 각 5500명을 배정한 상태입니다.
다만 나라(NOC)마다 선수마다 각자 사장이라는 게 있기 때문에 이렇게 무 자르듯 딱 떨어지기는 쉽지 않습니다.
17일 AP통신에 따르면 후보 선수를 포함해 이번 대회 참가 신청을 마친 실제 인원은 남자 선수 5712명(50.9%), 여자 선수 5503명(49.1%)으로 남자 선수가 1.8%포인트 더 많았습니다.
여자 선수에게 처음으로 올림픽 문호를 개방한 1900 파리 대회 때는 전체 참가 선수 997명 중 2.2%(22명)만 여자 선수였습니다.
IOC는 이번 대회 올림픽에 걸린 세부 종목 숫자 = 금메달 숫자는 △남자부 157개 △여자부 152개 △혼성부 20개라고 소개합니다.
사실 기술적으로(?) 따지면 △남자부 157개 △여자부 151개 △혼성부 21개가 맞습니다.
예전에 '싱크로나이즈드 스위밍'이라고 부르던 '아틱스틱 스위밍'에는 원래 여자 선수만 참가할 수 있었지만 이번 대회부터 남자 선수에게도 문을 열었습니다.
다만 실제로 참가하는 남자 선수가 없기 때문에 IOC는 이 종목을 여자부 종목으로 구분했습니다.
겨울 올림픽 루지 2인승은 1994년 릴레함메르 대회, 봅슬레이 4인승은 2018 평창 대회 때부터 성별 구분 없이 참가할 수 없는 '오픈' 종목이 됐지만 실제로 참가한 여자 선수는 없었습니다.
이를 달리 말하면 올림픽 성별을 기준으로 세부 종목을 구분하는 게 생각보다는 복잡하다는 겁니다.
1900년 파리 대회 때 혼성 세부 종목 비율이 21.5%에 달한 건 △요트(13개) △승마(5개) △크로케(3개)가 오픈 종목이었기 때문입니다.
다만 실제로 이 두 종목에서 메달을 딴 여자 선수는 엘렌 드 프루탈레스(1868~1945·스위스)밖에 없습니다.
엘렌은 5월 22일 열린 요트 1, 2t급 1차 레이스에서 남편 헤르만(1847~1904) 그리고 조카 베르나르(1870~1935)와 함께 금메달을 목에 걸었습니다.
올림픽 역사상 처음으로 올림픽에 출전한 여자 선수도, 메달을 딴 여자 선수도 엘렌입니다.
여자부 세부 종목이 따로 있는 테니스는 그해 7월, 골프는 10월에야 경기 일정을 소화했습니다.
엘렌은 닷새 뒤 열린 2차 레이스 때도 똑같은 멤버로 은메달을 차지했습니다.
실제로 메달을 가져간 선수 성별을 기준으로 세부 종목을 구분하면 위에 나왔던 그래프를 이렇게 바꿔 그릴 수 있습니다.
금·은·동메달을 전부 특정 성별 선수가 가져갔다면 남녀부 따로따로, 한 명이라도 다른 성별이 있다면 혼성부로 구분하는 방식입니다.
남자부 종목은 3년 전에 열린 2020 도쿄(東京) 대회 때 처음으로 50% 아래로 내려왔고 이번 파리 대회 때는 47.7%로 더 줄었습니다.
대신 혼성부가 도쿄 대회 때 5.3%(18개)에서 6.4%(20개)로 늘었습니다.
또 지금까지 올림픽 마지막 세부 종목으로 남자 마라톤을 배치하는 게 관례였지만 이번 대회 때는 여자 마라톤이 피날레를 장식하게 됩니다.
아, 한국 대표팀은 144명은 남자 67명, 여자 77명으로 여자 선수가 더 많습니다.
'근대 올림픽의 아버지' 피에르 드 쿠베르탱(1863~1937) 남작은 프랑스 사람입니다.
만약 한국 사람이 올림픽을 만들었고 한국에서 100년 만에 다시 올림픽을 열린다면 그 사람 칭송 대회가 열릴 게 당연한 일.
그러나 1924년 파리 대회 이후 100년 만데 다시 올림픽을 치르는 프랑스에서는 '그때는 맞고 지금은 틀리다' 모드로 오히려 쿠베르탱 남작을 외면하기 바쁩니다.
쿠베르탱 남작이 올림픽에 여자 선수가 참가하는 걸 달가워하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이제 여자라는 이유로 어떤 선수가 올림픽에 참가하지 못하는 건 상상도 하기 힘든 일이 됐습니다.
그래서 궁금합니다. 남녀로 성별을 구분하기 애매한 선수들 미래는 어떻게 될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