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기는 스포츠가 공용어입니다.


❝스포츠에서 유일한 것이 승리라면 이기는 그 순간 다시 경합을 벌여야겠다는 욕구는 사라질 것이다. 그렇다면 마이클 조던과 로저 클레멘스가 나이 마흔에 계속 경쟁을 벌였던 사실을 어떻게 이해할 것인가.❞

─ '소크라테스 야구장에 가다' 中에서

야구 절대~ 볼 필요 없습니다. 매뉴얼만 숙지하시면 됩니다.

일단 야구 전문가가 되기 위해 좋아해야 하는 선수들이 있습니다.

전문가 레벨에서 좋아하는 타자로 브룸바나 페타지니를 고르는 건 절대 금물입니다. 김현수도 위험합니다. 이들을 꼽으면 다른 야구 전문가에게 무시당하기 쉽습니다. 제일 좋은 매뉴얼은 최준석과 김원섭 정도입니다. 베어스나 타이거즈 경기 한 번도 안 봐도 됩니다.

장타력은 이대호보다 이만수, 클러치는 이승엽보다 김우열을 추앙해야 합니다. 이도 저도 싫으면 최소 1982년 한일전 한대화 추천합니다. 투수도 선동열, 최동원, 김시진보다 동산고 위재영입니다. 박찬호는 절대 안 됩니다. 경북고 시절 남우식 얘기를 꺼내면 전문가들도 우러러보게 될 것입니다.

요즘 투수 중에서는 김광현을 타깃으로 잡고 "박경완 리드가 좋을 뿐"이라고 까대는 게 시작입니다. 송은범도 SK 소속이라 안 됩니다. 이현승과 양현종에 열광하십시오. 불펜으로 유동훈은 조금 애매한 위치군요. 황재규 추천드립니다. 타자는 박정권을 찬양하십시오.

감독이나 해설자도 기억해야 합니다. 강병철은 "동원아, 우야노? 여까지 왔는데…" 김영덕은 "비난은 잠시뿐 기록은 영원하다", 백인천은 "요시", 서정환은 "야!"만 기억하면 됩니다. 김상훈이라는 이름이 나오면 그냥 비웃으십시오. 아, 어우홍 감독이 누구인지 몰라도 무조건 이름은 외우셔야 합니다. 김동엽 감독 성함도 알고 있으면 도움될 때가 많습니다.

가장 좋아하는 팀은 엘롯기 절대 금물입니다. (엘롯기는 LG, 롯데, KIA를 묶어서 일컫는 표현입니다. 이 말도 전문가가 되는 기본입니다.) 두산도 위험합니다. 실업 시절 롯데나 농협, 제일은행, 한일은행이 무난합니다. 군 팀도 경리단 시절이 좋았다고 말씀하셔야 합니다. 옛날이라 잘 모르겠다면 일단 2군 팀을 섭렵하는 게 좋습니다. 함평 한우는 역시 2군 선수들과 함께 먹어야 제 맛이라거나, 원당구장 소똥 냄새가 식욕을 돋우었다고 덧붙이면 평정할 수 있습니다.

중년 여성 팬 중에도 고수가 많습니다. 이 분들 만나면 일단 ‘독일병정’ 박노준을 추억하고 시작해야 합니다. ‘그때 다치지만 않았어도…’하고 같이 우시면 됩니다. ‘스플리터 노이로제’ 때문에 박노준이 꺼려진다면 핀토스 감독 시절 허구연을 회고하셔도 됩니다. 미남 선수도 김재현보다 오영일입니다.

대충 이 정도입니다…

아.. 그리고 마지막으로 베이징 올림픽이나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 때문에 야구 보기 시작했다고 절대 말하지 마십시오. 캐무시 당합니다…

※ 혹시 모르는 분들을 위해 말씀드리자면 이 글은 듀나 게시판에서 유행하고 있는 '당신을 ○○ 전문가로 만들어 드립니다' 시리즈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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