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기는 스포츠가 공용어입니다.


❝스포츠에서 유일한 것이 승리라면 이기는 그 순간 다시 경합을 벌여야겠다는 욕구는 사라질 것이다. 그렇다면 마이클 조던과 로저 클레멘스가 나이 마흔에 계속 경쟁을 벌였던 사실을 어떻게 이해할 것인가.❞

─ '소크라테스 야구장에 가다' 中에서

미국 영화 '윔블던'은 세계랭킹 119위인 서른세 살짜리 테니스 선수 피터 콜트(폴 베타니 분)가 주인공입니다. 한때 세계랭킹 11까지 올랐던 선수지만 이제 스스로를 퇴물 취급합니다. 윔블던 오픈 테니스 대회에도 '초청 선수' 자격으로 출전했죠. 영국 출신인 그는 이 대회를 마지막으로 현역에서 은퇴하겠다는 뜻을 밝힌 상태입니다. 기자 회견 때 이 사실을 밝혀도 아무도 관심을 기울이지는 않았지만 말입니다.

로맨틱 코미디 영화 줄거리가 흔히 그렇듯 결과는 물론 해피 엔딩. 미국 여자 테니스 스타 리지 브래버리(커스틴 던스트 분)와 사랑에 빠지게 되고, 사랑의 힘으로 이 대회 우승을 차지합니다. 언론은 68년 만에 영국 선수가 윔블던 우승을 차지했다고 호들갑을 떱니다. (실제로는 지난해 앤디 머리가 77년 만에 우승했습니다.)

올해 호주 오픈 테니스 대회 16강에 진출한 스테판 로베르(34·프랑스·119위·사진)도 비슷한 코스를 밟고 있습니다. 사생활이야 제가 알 리가 없지만 로베르는 원래 이 대회 예선에서 탈락했습니다. 그런데 필리프 콜슈라이버(31·독일·23위)가 부상으로 대회 출전을 포기하는 바람에 '럭키 루저' 자격으로 대회에 참여하게 됐습니다. 로베르는 단식 1회전이 열리기 10분 전에야 대회에 출전할 수 있게 됐다는 소식을 들었습니다.

그래도 알라슈 베데네(25·슬로베니아·104위)를 3-0(7-6, 6-3, 6-0)으로 이기는 데 아무 지장이 없었습니다. 그 뒤로 연승 행진. 2회전에서는 미할 프르지니프(30·폴란드·64위)을 3-1(7-6, 6-1, 6-7, 6-1)로 꺾었고, 3회전에서도 마르틴 클리잔(25·슬로바키아·106위)을 3-0(6-0, 7-6, 6-4)으로 이겼습니다.

이전까지 로베르는 메이저 대회에서 4승이 전부였는데 이 대회에서만 3승을 거뒀습니다. 테니스 메이저 대회 4회전은 16강입니다. 메이저 대회 역사상 '럭키 루저'가 16강에 오른 건 로브레가 처음입니다. 로베르는 "준비 시간이 부족해 1회전에서 어려움을 겪었다"며 "2회전과 3회전에선 준비도 잘 됐고 경기력도 매우 좋았다"고 말했습니다.

덩달아 상금도 많이 번 게 당연한 일. 로베르는 16강 진출로 상금 11만8000달러(약 1억2525만 원)를 확보했습니다. 이 대회 전까지 13년 동안 프로에서 뛰면서 벌어들인 총 상금이 80만 달러(약 8억 4920만 원)에 못 미치는 걸 생각해 보면 행운을 '대박'으로 바꾼 셈입니다.

16강에 올라왔으니 상대도 만만찮은 게 사실. 로베르가 16강에서 맞대결을 벌일 선수는 앤디 머리(27·영국·4위)입니다. 물론 쉽지 않아 보이는 승부지만 로베르는 2011년 프랑스 오픈 때 6번 시드를 받은 토마시 베르디흐(29·체코·7위)에 3-2(3-6, 3-6, 6-2, 6-2, 7-6)로 역전승을 거둔 적이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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