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기는 스포츠가 공용어입니다.


❝스포츠에서 유일한 것이 승리라면 이기는 그 순간 다시 경합을 벌여야겠다는 욕구는 사라질 것이다. 그렇다면 마이클 조던과 로저 클레멘스가 나이 마흔에 계속 경쟁을 벌였던 사실을 어떻게 이해할 것인가.❞

─ '소크라테스 야구장에 가다' 中에서


한국야구위원회(KBO) 홈페이지에서 타자 세부기록을 찾아보면 GPA라는 지표가 자리 잡고 있습니다(사진). GPA(Gross Production Average)는 OPS(출루율+장타력)보다 정확하고 기록도 알아보기도 쉽지만 OPS보다는 낯설게 느끼는 팬들이 많습니다. 그래서 KBO에서 둘 중 하나를 써야 했다면 OPS를 소개하는 게 옳은 일이었다고 생각합니다. KBO 홈페이지는 출루율과 장타력은 따로 보여주지만 이 둘을 합친 OPS 순위는 제공하지 않습니다. 


그렇다고 한국언론진흥재단 기사통합검색(KINDS) 검색 결과 한국 언론 역사상 GPA를 제일 먼저 지면에 소개한 기자로서 KBO에서 GPA를 제공하는 게 잘못됐다는 얘기는 아닙니다. 찾아보니 이 블로그에는 딱 10년 전 오늘 GPA를 소개하는 글을 썼더군요. 10년이면 강산도 변한다는데 그동안 쌓인 기록을 가지고 한번 다시 똑같은 내용을 알아볼까요?


먼저 계산법. GPA는 출루율에 1.8을 곱한 뒤 장타력을 더한 다음 4로 나눠 계산합니다. 1.8을 곱하는 건 출루율이 장타력보다 80% 중요하다는 세이버메트릭스(야구 통계학) 연구 결과에 따른 것. 4로 나누는 건 계산 결과가 타율 범위로 나오게 해 알아보기 쉽도록 만드는 절차입니다.



타율은 야구 팬에게 가장 익숙한 숫자지만 정확도는 떨어집니다. 타율은 볼넷이나 몸에 맞는 공으로 출루하는 경우를 전혀 반영하지 않고 장타력도 따지지 않습니다. 그런데 실제로는 출루나 장타가 득점에 영향을 끼치는 일이 많습니다. 이 때문에 타율은 득점력 변화를 설명하는 데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습니다.


변화를 설명한다는 건 이런 뜻입니다. 키하고 몸무게를 예로 들어 설명해 보겠습니다. 키가 크면 몸무게도 많이 나갈 확률이 높지만 꼭 그런 건 아닙니다. 키는 큰데 아주 마른 사람도 있고 그 반대 사례도 있기 때문이죠. 이런 개념을 논할 때는 r제곱값(r-square)이라는 숫자를 씁니다. 시대나 나라에 따라 다르지만 키하고 몸무게 사이 r제곱값은 보통 0.7 안팎으로 나타납니다.


r제곱값은 0에서 1 사이로 나타납니다. 예를 들어 y=x 그래프가 있다고 치면 x가 변할 때 y가 변하는 걸 100% 정확하게 예측할 수 있을 겁니다. 이럴 때 r제곱값이 바로 1입니다. 따라서 r제곱값이 0.7이라는 건 키가 변할 때 몸무게가 변하는 걸 70% 정도를 설명할 수 있다는 뜻입니다. 


프로 원년(1982년)부터 지난해까지 타율과 경기당 평균 득점 사이 r제곱값을 알아보면 0.7657이 나옵니다(사진). 일반적인 사회학 연구 조사 결과라면 퍽 높은 상관관계라고 할 수 있지만 야구에서는 다른 기록하고 비교하면 아쉬운 숫자입니다. 같은 방식으로 계산하면 출루율은 0.7975가 나오고 장타력은 .8657가 나오거든요. 


저는 타율 1위를 '타격왕'이라고 부르는 데 찬성하는 사람입니다. 그래도 이렇게 더 잘 설명할 수 있는 숫자가 있는데 타율만 보고 타자를 평가하는 건 확실히 합리적이지 못한 선택입니다. 흔히 타격라인이라고 부르는 타율/출루율/장타력 중에서는 오히려 장타력을 앞세우는 게 더 팀에 도움이 많이 되는 타자를 알려주는 방식입니다.


여기서 OPS가 위대한 이유도 나옵니다. 팀 OPS하고 평균 득점 사이 r제곱값은 .9201입니다. 그저 장타력과 출루율을 더했을 뿐인데 팀 득점을 92% 이상 설명할 수 있게 된 겁니다. 이는 OPS가 아웃을 최대한 적게 당하면서(출루) 주자가 득점할 수 있도록 공을 최대한 멀리 보낸다(장타)는 야구 공격 기본 원리를 그대로 반영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GPA는 어떨까요? GPA는 이보다 높은 .9225입니다(사진). 근소한 차이지만 OPS보다 득점력이 더 높은 게 사실입니다. 물론 이게 GPA 장점 전부는 아닙니다. 역대 OPS 1위는 이승엽(40·삼성) .973입니다. 이게 얼마나 잘 친 건지 감이 오시나요? 역대 GPA 1위는 한화 김태균(34)인데 .324입니다. 이승엽이 .322로 2위고 말입니다. 타율에 익숙한 일반 팬들에게는 GPA가 확실히 더 직관적으로 알기 쉬운 정보를 제공하는 겁니다.


그런데 아직 GPA가 OPS보다 인기가 없는 건 이렇게 설명이 길게 필요하기 때문일 겁니다. 저도 여기까지 1962자를 썼습니다. 저도 2011년까지는 GPA를 블로그에 즐겨 썼는데 그 뒤로는 OPS를 쓰고 있습니다. KBO에서 앞장섰으니 이제 대세가 좀 바뀔 수 있을까요?


▌1982~2015 프로야구 단일 시즌 GPA 상위 10걸
 순위  이름  연도  구단  OPS  GPA
 ①  테임즈  2015  NC  1.288  .421
 ②  백인천  1982  MBC  1.237  .408
 ③  호세  2001  롯데  1.198  .400
 ④  심정수  2003  현대  1.197  .395
 ⑤  강정호  2014  넥센  1.198  .391
 ⑥  이승엽  1999  삼성  1.190  .389
 ⑦  박병호  2015  넥센  1.150  .375
 ⑧  이승엽  2002  삼성  1.125  .368
 ⑨  이승엽  2003  삼성  1.127  .367
 마해영  1999  롯데  1.114


※KBO 홈페이지 상세 기록 중에서 IsoP가 궁금하신 분은 여기, XR이 궁금하신 분은 이 포스트를 참고하시면 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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