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기는 스포츠가 공용어입니다.


❝스포츠에서 유일한 것이 승리라면 이기는 그 순간 다시 경합을 벌여야겠다는 욕구는 사라질 것이다. 그렇다면 마이클 조던과 로저 클레멘스가 나이 마흔에 계속 경쟁을 벌였던 사실을 어떻게 이해할 것인가.❞

─ '소크라테스 야구장에 가다' 中에서


미국프로농구(NBA)에 정말 사기적인 팀이 탄생했습니다. 예상하시는 것처럼 골든스테이트 이야기입니다. 


지난 시즌을 포함해 최근 네 시즌 중 세 시즌 NBA 정상을 차지한 이 팀은 2일(현지시간) 드마커스 커즌스(28·사진)를 영입했다고 발표했습니다. 


2010~2011 시즌 새크라멘토에서 데뷔한 커즌스는 그해 NBA 올 루키 퍼스트 팀에 뽑혔고,  2014~2015 시즌부터는 계속 올스타 명단에 이름을 올린 '특급 센터'입니다. 2016년 리우데자네이루 올림픽 때는 '드림팀' 일원으로 금메달을 목에 걸기도 했습니다. 


지난 시즌에는 더 대단했습니다. 커즌스는 올해 1월 26일 안방 휴스턴전에서 아킬레스힘줄 부상을 당해 시즌 아웃 되기 전까지 경기당 평균 25.2득점, 12.9 리바운드, 5.4 어시스트를 기록했습니다. 경기당 3점 성공은 2.2개였습니다. NBA 역사상 한 시즌에 25득점 이상 + 리바운드 12개 이상 + 3점 성공 2개 이상을 기록한  커즌스가 처음이었습니다.

 

골든스테이트는 이렇게 대단한 선수를 영입하기 전부터 올스타가 즐비했던 팀. 커즌스를 영입하면서 골든스테이트는 1975~1976 보스턴 이후 처음으로 주전 선수 전원을 직전 시즌 올스타로 채울 수 있는 팀이 됐습니다. (커즌스는 팬 투표로 올스타로 뽑히고도 부상 탓에 경기에 출전하지는 못했습니다.) 


다음 시즌 골든스테이트가 아예 처음인 것도 있습니다. 이전까지 NBA 역사상 그 어떤 팀도 주전 선수 5명 중 4명이 직전 시즌에 경기당 평균 20득점 이상을 기록하거나, 3명이 25득점 이상을 기록하지는 못했습니다.


▌다음 시즌 골든스테이트 예상 붙박이 2017~2018 기록

 선수  포지션  득점  리바운드  어시스트  3점 성공
 케빈 듀랜트  스몰포워드  26.4  6.8  5.4  2.5
 스테픈 커리  포인트가드  26.4  5.1  6.1  4.2
 드마커스 커즌스  센터  25.2  12.9  5.4  2.2
 클레이 톰슨  슈팅가드  20.0  3.8  2.5  3.1
 드레이먼드 그린  파워포워드  11.0  7.6  7.3  1.1


여기서 끝이 아닙니다.  이 리스트에서 유일하게 지난 시즌 평균 20득점을 올리지 못한 드레이먼드 그린(28)은 2016~2017 시즌 올해의 수비 선수상 수상자이고, 이 팀 식스맨 안드레 이궈달라(34)는 2014~2015 시즌 챔피언 결정전 최우수선수(MVP) 출신입니다.


이 정도 멤버라면 골든스테이트에게 다음 시즌 챔피언 등극은 따 놓은 당상인 것처럼 보입니다. 만약 골든스테이트가 정말 우승에 성공하면 1999~2002 로스앤젤레스(LA) 레이커스 이후 처음으로 챔프전 3연패에 성공한 팀이 됩니다.


정말 그렇게 될까요? 그 다음은요? 그러니까 골든스테이트가 1958~66 시즌 연속으로 8연패를 차지한 보스턴처럼 진짜 '왕조'를 구축할 수 있을까요? 



아닙니다. 다음 시즌이 이런 '슈퍼 팀'을 볼 수 있는 마지막 기회일지 모릅니다. '더럽게 복잡한' NBA 샐러리캡(연봉 상한선) 제도 때문입니다. 커즌스는 '급전(急錢·급하게 쓸 돈)'이지 장기 저축이 되기는 어렵습니다.


커즌스는 지난 시즌 뉴올리언스에서 1695만7900 달러(약 189억4197만 원)를 받았습니다. 다음 시즌 연봉은 533만7000 달러(약 59억6143만 원)로 70% 가까이 줄어듭니다. 이건 커즌스가 '미드 레벨 예외조항'(MLE)을 통해 골든스테이트와 계약했기 때문에 생긴 일입니다.


2018~2019 시즌 NBA 샐러리캡은 1억186만9000 달러(약 1138억 원)입니다. 이 금액을 넘겼다고 바로 사치세를 내는 건 아닙니다. 다음 시즌 사치세 부과 기준은 연봉 총액 1억3200만 달러(약 1474억 원)입니다. 이날 현재 기준으로 골든스테이트가 다음 시즌 지급해야 하는 연봉은 총 1억4200만 달러(약 1586억 원)가 넘습니다.



그러면 샐러리캡은 왜 있느냐? 이 금액을 넘기면 외부에서 자유계약선수(FA)를 영입할 수 없습니다. 그렇다면 샐러리캡은 물론 사치세 기준까지 넘긴 골든스테이트 역시 외부 FA를 데려올 수 없었을 겁니다. 그런데 어떻게 FA 신분이던 커즌스와 아무 문제 없이 계약할 수 있었을까요?


이런 계약을 가능하게 하는 제도가 바로 MLE입니다. 1999년 노사협약(CBA)을 통해 도입한 이 제도는 샐러리캡을 넘긴 구단도 필요에 따라 '롤 플레이어'를 영입할 수 있도록 숨통을 틔워주려는 목적입니다. 팀 연봉 상황에 따라 최대 한도를 정해 놓고 '그 금액 안에서는 FA를 영입할 수 있다'고 허용하는 방식입니다.


이때 기준점은 사치세 부과 기준 그러니까 사치세선(線)입니다. 이 선보다 연봉 총액이 600만 달러 이상 낮을 때는 '풀 MLE'로 선수를 데려올 수 있습니다. 다음 시즌 기준으로 풀 MLE 기준액은 864만1000달러(약 96억5200만 원)입니다. 


거꾸로 골든스테이트처럼 사치세선보다 연봉 총액이 600만 달러 이상 될 때는 '미니 MLE'를 적용해야 합니다. 2018~2019 시즌 이 금액은? 네, 533만7000 달러입니다. 원래 이 금액은 여러 선수에게 나눠 써도 되는데 골든스테이트는 커즌스 한 명에게 몰아줬습니다.



이 금액이 중요한 또 한 가지 이유는 다음 시즌 골든스테이트에서 커즌스에서 제시할 수 있는 최대 한도를 결정하기 때문입니다. 다음 시즌 종료 시점을 기준으로 커즌스는 골든스테이트에서 딱 한 시즌만 뛴 상태로 FA 자격을 얻습니다. 이러면 커즌스는 '논버드(Non-Bird)' 예외 조항 적용을 받게 됩니다. 


논버드 예외 조항은 '래리 버드 예외 조항' 이나 '얼리 버드 예외 조항' 대상자가 아니라는 뜻입니다. 래리 버드 예외 조항을 아주 간략하게 설명하면 한 팀에서 3년 이상 뛴 FA가 다시 그 팀과 계약할 때는 샐러리캡 적용을 받지 않는다는 뜻입니다. 얼리 버드 예외 조항은 2년 이상 같은 팀에서 뛴 선수가 직전 시즌 연봉 1.75배 또는 리그 평균 연봉 가운데 더 높은 금액으로 계약할 때는 이 선수 계약으로 샐러리캡을 초과해도 괜찮다는 뜻입니다.


논버드 예외 조항은 직전 연봉 1.2배 또는 최저 연봉 1.2배 가운데 높은 쪽이 기준입니다. 9년차 최저 연봉은 230만 달러 수준이기 때문에 커즌스는 자기 직전 시즌 연봉 1.2배가 기준입니다. 그러면 골든스테이트에서 커즌스에게 제시할 수 있는 연봉은 640만4400달러(약 71억5371만 원)가 전부입니다. '건강한' 커즌스가 이 금액에 만족할 리는 만무한 일입니다. 거꾸로 커즌스가 기량을 회복하지 못한다면 골든스테이트가 그를 붙잡아야 할 이유가 없습니다.



문제는 이제 시작입니다. 다음 시즌이 끝나면 클레이 톰슨(28·사진 왼쪽)이 FA 자격을 얻습니다. 골든스테이트에 대해 무한 충성심을 드러낸 톰슨이기에 팀에서 계속 세 번째 혹은 네 번째 공격 옵션으로 지내는 데 만족할지도 모릅니다. 그렇다고 해도 계약 액수는 또 다른 문제입니다.


케빈 듀랜트(30) 역시 내년 여름에 또 한번 옵트아웃을 선택할 확률이 높습니다. 그 다음 다시 골든스테이트와 계약할 확률이 제일 높은 건 사실. 그래도 우승 반지를 챙길 만큼 챙긴 상황에서 듀랜트가 다른 길을 선택을 한다고 해도 놀랄 일은 아닙니다.


그린은 2019~2020 시즌이 끝나면 FA가 됩니다. 이게 걸림돌이 될 수 있습니다. 만약 톰슨과 듀랜트가 모두 남는다면 제 아무리 골든스테이트라고 해도 그린이 만족할 만한 계약을 제시하기가 어렵습니다. NBA는 네 시즌 가운데 세 번 이상 사치세를 낸 구단에 대해서는 '징벌적 세율'(Repeater Rate)을 적용하기 때문입니다.


게다가 겉으로는 모든 게 좋아 보이지만 속으로는 꼭 그런 것만은 아닙니다. 지난 시즌 챔피언 결정전이 끝난 뒤 이 팀 포워드 데이비드 웨스트(38)는 "라커룸에서 벌어진 일을 밖에서 알면 충격 좀 받을 것"이라고 말하기도 했습니다.



2016년에도 그린과 스티브 커 감독(53) 사이에 골이 깊다고 미국 스포츠 전문 방송 ESPN에서 보도할 정도였으니 사실 새삼스러운 일은 아닙니다.


그런 이유로 지금은 82전 전승을 해도 놀랍지 않을 것처럼 보이는 골든스테이트 왕조 역시 생각보다 수명이 길지 않을지 모릅니다. 최근 몇 년 동안 골든스테이트가 샐러리캡 제도를 농락하고 있는 건 사실이지만 그렇다고 영원히 이 제도로부터 도망칠 수는 없으니까요. 그리고 지금은 팀을 위해 모두들 희생하는 것처럼 보여도 이 팀 선수들 역시 로봇이 아니라 감정이 있는 사람이니까요. 


그러니까 LA 레이커스 팬 여러분, 힘 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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