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기는 스포츠가 공용어입니다.


❝스포츠에서 유일한 것이 승리라면 이기는 그 순간 다시 경합을 벌여야겠다는 욕구는 사라질 것이다. 그렇다면 마이클 조던과 로저 클레멘스가 나이 마흔에 계속 경쟁을 벌였던 사실을 어떻게 이해할 것인가.❞

─ '소크라테스 야구장에 가다' 中에서


올해 프랑스 오픈 여자 단식 챔피언 애슐리 바티(23·호주·사진)가 여자프로테니스(WTA)투어 역사상 스물일곱 번째 세계랭킹 1위 선수로 이름을 올리게 됐습니다.


바티는 23일(이하 현지시간) 열린 WTA투어 2019 버밍엄 클래식 결승전에서 율리아 괴르게스(31·독일·18위)를 2-0(6-3, 7-5)으로 물리쳤습니다.


이 우승으로 바티는 랭킹 포인트 470점을 더하면서 총점 6540점으로 최근 21주 동안 1위 자리를 지킨 오사카 나오미(大坂なおみ·22·일본·6377점)를 끌어 내리고 1위 자리를 차지하게 됐습니다.



호주 선수가 WTA 랭킹 1위를 차지한 건 1976년 4월 26일 이본 굴라공(68) 이후 43년 만에 처음입니다. 사실 굴라공은 1983년 은퇴할 때까지 본인이 랭킹 1위를 차지한 적이 있다는 사실을 몰랐습니다. 랭킹 포인트 계산 과정에서 오류가 있었기 때문. 2007년이 되어서야 굴라공이 랭킹 1위 명단에서 빠졌다는 걸 알게 됐습니다. 그러니까 현역 선수로 본인이 랭킹 1위에 올랐다는 걸 알게 된 호주 여자 테니스 선수는 바티가 처음입니다.


바티는 경기 후 "굴라공 선생님과 같은 문장 안에서 언급된다는 사실만으로도 믿기 힘든 영광"이라면서 "3년 반 전에 다시 밑바닥부터 시작할 때만 해도 생각하지도 못했던 자리다. 지금 이 자리는 나 혼자가 아니라 '우리 모두'에게 위대하고 또 위대한 성취"라고 말했습니다.


여기서 '우리'에는 호주 원주민도 들어갑니다. 굴라공처럼 본인이 원주민은 아니지만 바티 몸에도 원주민 피가 흐릅니다. 바티는 증조모 네 명 가운데 한 명이 원주민인 케이스.


바티는 2011년 윔블던 주니어 단식 챔피언 출신이지만 성인 무대는 달랐습니다. 때마침 호주에 여자 프로 크리켓(빅 배시) 리그가 생기자 그는 테니스 라켓을 내려놓고 (그 전까지 한 번도 정식으로 해본 적이 없던) 크리켓 선수로 변신했습니다.



그 뒤 스무 번째 생일을 앞둔 2016년 다시 테니스 코트로 돌아왔지만 이번에는 팔 부상이 발목을 잡았습니다. 바티가 본격적으로 정상 궤도에 진입한 건 이듬해(2017년) 3월 말레이시아 오픈 정상을 차지하면서부터.


이 우승으로 바티는 생애 처음으로 두 자릿수 랭킹(95위)에 이름을 올렸고 결국 2017 시즌을 랭킹 17위로 마쳤습니다. 이어 지난해 2승, 올해 3승을 거두면서 순위를 끌어올려 기어이 세계 정상에 섰습니다.



세리나 윌리엄스(38·미국·11위)를 마지막으로 여자 테니스는 절대 지존 없이 춘추전국시대 양상으로 흘러가고 있는 상황. 호주 오픈 때만 해도 오사카가 저만치 앞서 가는 듯했지만 결국 바티가 따라잡았습니다.


올해 윔블던 때는 어떨까요? 두 선수가 각축전을 이어갈까요? 아니면 새로운 별이 떠오를까요? 그것도 아니면 잊고 있던 별이 다시 빛을 발할까요? 흥미진진한 잔디 코트 시즌입니다.


▌역대 여자 테니스 세계랭킹 1위
 선수  국적  첫 랭킹 1위 등극일  이름 올린 총 기간(주)
 크리스 에버트  미국  1975-11-03  260
 이본 굴라공  호주  1976-04-26  2
 마르티나 나브라틸로바  미국  1978-07-10  332
 트레이시 오스틴  미국  1980-04-07  21
 슈테피 그라프  독일  1987-08-17  377
 모니카 셀레스  미국  1991-03-11  178
 아란차 산체스 비카리오  스페인  1995-02-06  12
 마르티나 힝기스  스위스  1997-03-31  209
 린지 데이븐포트  미국  1998-10-12  98
 제니퍼 카프리아티  미국  2001-10-15  17
 비너스 윌리엄스  미국  2002-02-25  11
 세리나 윌리엄스  미국  2002-07-08  319
 킴 클레이스터르스  벨기에  2003-08-11  20
 쥐스틴 에냉  벨기에  2003-10-20  117
 아멜리 모레스모  프랑스  2004-09-13  39
 마리야 샤라포바  러시아  2005-08-22  21
 아나 이바노비치  세르비아  2008-01-09  12
 옐레나 얀코비치  세르비아  2008-08-11  18
 디나라 사피나  러시아  2009-04-20  26
 캐럴라인 보즈니아키  덴마크  2010-10-11  71
 빅토리아 아자렌카  벨라루스  2012-01-30  51
 앙겔리크 케르버  독일  2016-09-12  20
 카롤리나 플리스코바  체코  2017-07-17  8
 가르비녜 무구루사  스페인  2017-09-11  4
 시모나 할레프  루마니아  2017-10-09  64
 오사카 나오미  일본  2019-01-28  21
 애슐리 바티  호주  2019-06-24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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