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기는 스포츠가 공용어입니다.


❝스포츠에서 유일한 것이 승리라면 이기는 그 순간 다시 경합을 벌여야겠다는 욕구는 사라질 것이다. 그렇다면 마이클 조던과 로저 클레멘스가 나이 마흔에 계속 경쟁을 벌였던 사실을 어떻게 이해할 것인가.❞

─ '소크라테스 야구장에 가다' 中에서

"타순이 한 바퀴 돌았으니 이제 배터리가 좀더 신경 쓸 필요가 있어요."
야구 중계를 보다 보면, 3회 무렵 가장 흔히 들을 수 있는 멘트 가운데 하나이다. 상식적으로 생각을 해봐도, 처음 상대한 경우보다는 공이 눈에 익었을 테니 타자에게 좀더 유리한 것처럼 보인다. 실제 기록 역시 이런 사실을 증명할 수 있을까?

2006 시즌 우리 리그 타자들은 GPA .240을 때려냈다. 하지만 첫타석에서의 기록은 .228밖에 되지 않는다. 두 번째 타석에서 이 기록은 .243으로 좋아진다. 확실히 첫 번째 타석보다는 두 번째 타석에서의 성적이 더 좋았다. 그리고 이런 경향은 이후 타석에서도 거의 그대로 적용된다. 아래 표는 타석별 타격 성적을 정리해 놓은 자료다.
 

일반적으로 말해서 타자가 타석에 더 많이 들어설수록 타자의 적응력이 더 뛰어나다고 할 수 있다. 순수하게 안타를 만들어내는 능력인 타율을 보자면, 네 번째 타석이 예외일 뿐 계속해서 증가하고 있다는 사실을 알 수 있다.

하지만 한 투수와 네 번이나 상대를 한다는 건 상대 투수가 호투를 하고 있다는 증거로 봐도 큰 무리가 없을 것이다. 게다가 지속적인 상승에서의 예외일 뿐, 그 기록 역시 첫 번째 타석과 비교해 보자면 확실히 뛰어나다. GPA 역시 거의 유사한 결과를 보여준다.

첫 번째 타석과 나머지 타석 전체의 결과를 비교해 봐도 역시 유사한 결과물을 얻을 수 있다. 나머지 타석 전체의 GPA는 .244로 첫 번째 타석에 비해 16포인트 높은 기록이다. 이해를 돕기 위해 이를 경기당 득점으로 한산을 해 보면, 첫타석에서의 GPA .228은 경기당 약 3.62점에 해당하는 기록이다. 나머지 타석은 이보다 0.66점 가량 높은 4.28점이다. '일반적으로 말해서' 타자들은 확실히 첫타석에 약하다.

해마다 많은 투수와 타자가 새로 데뷔하는 MLB의 경우에는 이런 사실을 바탕으로 좀더 흥미로운 연구 결과를 이미 내 놓은 바 있다. 투수와 타자가 생애 첫 대결을 벌일 경우에는 .258의 타율밖에 기록하지 못하지만 이후 타석에서는 .270을 때려낸다는 것이 그들의 결론이었다. 그러니까 생애 첫 대결이든 해당 경기에서의 첫 상대든 투수의 공이 눈에 익지 않은 상태에서는 확실히 타자들이 공을 때려내기가 어렵다는 얘기다.

그래서 결론은 단순하다. 승리를 원한다면, 투수는 첫타석부터 더더욱 상대를 봉쇄할 필요가 있고 타자는 거꾸로 첫타석부터 상대 투수를 신나게 두드릴 수 있어야 한다. 선취점이 중요하다는 것은 바로 그런 의미다. 물론 팬들에겐 앞서거니 뒤서거니 하는 야구가 더 재미있겠지만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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