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기는 스포츠가 공용어입니다.


❝스포츠에서 유일한 것이 승리라면 이기는 그 순간 다시 경합을 벌여야겠다는 욕구는 사라질 것이다. 그렇다면 마이클 조던과 로저 클레멘스가 나이 마흔에 계속 경쟁을 벌였던 사실을 어떻게 이해할 것인가.❞

─ '소크라테스 야구장에 가다' 中에서

2020 US 오픈 남자 단식 정상을 차지한 뒤 코트에 누운 도미니크 티엠. 뉴욕=로이터 뉴스1


남자 테니스 '빅 3'가 자리를 비운 사이 '왕좌'를 차지한 건 역시 도미니크 팀(27·오스트리아·세계랭킹 3위)이었습니다.


팀은 13일(이하 현지시간) 미국 뉴욕 빌리 진 킹 테니스 센터에서 열린 2020 US 오픈 테니스 대회 남자 단식 결승에서 알렉산더 츠베레프(23·독일·7위)와 4시간 2분에 걸친 접전을 벌인 끝에 3-2(2-6, 4-6, 6-4, 6-3, 7-68-6) 역전승을 거뒀습니다.


프로 선수가 메이저 대회에 참가할 수 있게 된 오픈 시대(1968년) 이후 US 오픈 결승에서 첫 두 세트를 내주고 역전에 성공한 건 팀이 처음입니다.


오픈 시대 이전에는 리처드 '판초' 곤살레스(1928~1995·미국)가 올해로부터 71년 전인 1949년 대회 때 같은 기록을 남긴 적이 있습니다.


US 오픈 우승 트로피를 들고 있는 도미니크 팀. US 오픈 홈페이지


팀은 이날 승리로 4대 메이저 대회(호주 오픈, 프랑스 오픈, 윔블던, US 오픈)에서 개인 통산 첫 번째 우승 트로피를 들어올렸습니다.


그 전에는 2018, 2019년 프랑스 오픈 그리고 올해 호주 오픈에서 준우승을 차지한 게 메이저 대회 개인 최고 성적이었습니다.


오스트리아에서 태어난 선수가 US 오픈 정상에 오른 것도 팀이 처음입니다.


메이저 대회 전체로 범위를 넓히면 팀이 두 번째 오스트리아 출신 챔피언입니다.


그 전에는 토마스 무스터(52)가 1995년 프랑스 오픈 정상에 오른 적이 있습니다.


도미니크 팀 2020 US 오픈 남자 단식 결승전 경기 장면. US 오픈 홈페이지


193년 9월 3일생인 팀은 또 1990년 이후 태어난 남자 선수로는 처음으로 메이저 대회 단식 타이틀을 차지했습니다.


그 전까지 가장 늦게 태어난 메이저 남자 단식 챔피언은 1988년 9월 28일에 태어난 마린 칠리치(크로아티아·38위)였습니다.


칠리치 역시 2014년 US 오픈에서 생애 첫 번째이자 현재까지 마지막 메이저 우승을 차지했습니다.


메이저 챔피언 가운데 세 번째로 늦게 태어난 선수는 1988년 9월 23일생 후안 마르틴 델 포트로(아르헨티나·133위)입니다. 


델 포트로 역시 2009년 US 오픈에서 현재까지 하나밖에 없는 메이저 대회 우승 트로피를 차지했습니다.


2008년 호주 오픈에서 생애 첫 메이저 대회 우승 트로피를 차지한 노바크 조코비치. 동아일보DB


네 번째가 1987년 5월 22일생 노바크 조코비치(세르비아·1위)입니다.


그만큼 남자 테니스에 '새 얼굴'이 부족한 상황이었던 겁니다.


칠리치가 2014년 US 오픈에서 우승한 뒤 메이저 대회를 20번 치르는 동안에는 단 한 번도 새 얼굴이 남자 단식 정상을 차지한 적이 없습니다.


팀이 메이저 대회에 출전하기 시작한 2014년 이후 남자 단식 4강 진출 횟수를 따져 봐도 '그 나물에 그 밥'이라는 분위기를 느낄 수 있습니다.



심지어 2016년 US 오픈에서 스타니슬라스 '스탄' 바브랑카(34·스위스·15위)가 우승한 뒤로 올해 호주 오픈 때까지 메이저 대회 챔피언은 항상 조코비치 아니면 라파엘 나달(34·스페인·2위) 아니면 로저 페더러(39·스위스·4위)였습니다.


이번 대회에는 나달과 페더러가 참가하지 않았고 조코비치 역시 공으로 심판 목을 때리는 어이 없는 실수로 조기 탈락했습니다.


그런 이유로 팀이 이번 대회 우승을 통해 진짜 패자(覇者)로 인정받기에는 2% 부족한 느낌이 있는 게 사실.


그래서 팀이 진짜 테니스를 대표하는 얼굴로 거듭나려면 프랑스 오픈에서 한 번 더 (나달을 꺾을 수 있는지) 실력을 증명할 필요가 있습니다.


솔직히 이번 결승 때는 못 해도 너무 못 했잖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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