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기는 스포츠가 공용어입니다.


❝스포츠에서 유일한 것이 승리라면 이기는 그 순간 다시 경합을 벌여야겠다는 욕구는 사라질 것이다. 그렇다면 마이클 조던과 로저 클레멘스가 나이 마흔에 계속 경쟁을 벌였던 사실을 어떻게 이해할 것인가.❞

─ '소크라테스 야구장에 가다' 中에서

2020 일본시리즈 우승 후 기뻐하는 소프트뱅크 선수단. 아사히(朝日)신문 제공

소프트뱅크가 아주 제대로 요미우리(讀賣)를 물 먹였습니다.

 

소프트뱅크는 25일 안방 구장 후쿠오카(富岡) 페이페이돔에서 열린 2020 일본시리즈 4차전에서 요미우리를 4-1로 물리쳤습니다.

 

그러면서 소프트뱅크는 시리즈 전적 4전 전승을 거두며 4년 연속으로 니혼이치(日本一) 자리에 올랐습니다.

 

일본시리즈에서 4연패를 차지한 팀이 나온 건 1965~1973년 요미우리가 9연패를 차지한 뒤로 이번이 처음입니다.

 

분위기가 심각한 요미우리 더그아웃. 아사히(朝日)신문 제공

요미우리가 '물을 먹었다'고 표현한 건 그저 올해 일본시리즈에서 싹쓸이 패배를 당했기 때문만은 아닙니다.

 

요미우리는 지난해 일본시리즈 때도 소프트뱅크에 4전 전패를 당했습니다.

 

1950년 첫 일본시리즈 개최 이후 2년 연속으로 싹쓸이 패배를 당한 건 올해 요미우리가 처음입니다.

 

매치업과 무관하게 2년 연속 4전 전승이 나온 것도 1959, 1960년 이후 올해가 처음입니다.

 

2020 일본시리즈 경기가 진행 중인 페이페이돔. 후쿠오카=교도(共同)

올해 일본시리즈가 특이한 건 안방 구장에 관계 없이 전 경기에 지명타자 제도를 채택했다는 점입니다.

 

원래는 지명타자 제도를 채택한 퍼시픽리그 안방 구장 경기 때만 각 팀 선발 라인업에 지명타자를 포함하는 게 원칙입니다.

 

그러나 소프트뱅크는 "올해 일본시리즈 때는 모든 경기에 지명타자를 두기로 하자"고 제안했습니다.

 

"올해는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 우려로 시즌 개막을 늦춰 빡빡한 일정을 소화하는 바람에 투수들 피로도가 예년과 다르다"는 이유였습니다. 

 

센트럴리그 챔피언 요미우리도 이 제안을 받아들이면서 이번 일본시리즈 때는 투수가 타석에 들어서지 않았습니다.

 

(참고로 요미우리는 도시 대항 야구 대회 일정 때문에 원래 안방 도쿄돔이 아니라 퍼시픽리그 소속 오릭스 안방 교세라돔에서 일본시리즈 안방 경기를 치렀습니다.)

 

2020 일본시리즈 2차전 7회초에 만루홈런을 터뜨린 소프트뱅크 지명타자 데스파이네. 아사히(朝日)신문 제공

얼핏 보면 양 팀이 똑같이 지명타자 제도를 채택하는 게 공평할 것 같지만 실제로는 그렇지 않습니다.

 

지명타자 제도를 채택한 리그 소속팀에서는 '주전 타자'가 원래 9명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반면 갑자기 지명타자 자리를 채워야 하는 팀 선발 라인업에는 '백업 타자' 한 명이 이름을 올려야 합니다.

 

이 때문에 지명타자 제도를 채택한 리그와 그렇지 않은 리그가 맞대결을 벌이면 지명타자가 있는 쪽이 유리할 수밖에 없습니다.

 

일본 프로야구 고류센(交流戰·교류전) 성적만 봐도 알 수 있습니다.

 

2005년 이 대회를 시작한 뒤 지난해까지 성적을 보면 퍼시픽리그가 1098승 60무 966패(승률 .532)로 앞서 있다는 걸 알 수 있습니다.

 

(올해는 코로나19 확산 방지 차원에서 고류센을 진행하지 않았습니다.)

 

고류센에서 퍼시픽리그가 센트럴리그에 뒤진 건 2009년(승률 .489·67승 7무 70패) 한 번뿐입니다.

 

메이저리그 인터리그 경기에서도 역시 지명타자 제도를 채택한 아메리칸리그가 내셔널리그에 3315승 3047패(승률 .521)로 앞서 있습니다.

 

챔피언 결정전 성적도 마찬가지입니다.

 

퍼시픽리그에서 지명타자 제도를 도입한 1975년 이후 올해까지 46년 동안 퍼시픽리그가 28번(60.9%) 니혼이치 자리에 올랐습니다.

 

센트럴리그 팀이 일본시리즈 정상에 오른 건 2012년 요미우리가 마지막입니다.

 

그 뒤로는 8년 연속으로 퍼시픽리그 팀이 승리를 거두고 있습니다.

 

이제 일본시리즈 역대 전적에서도 퍼시픽리그가 36승 45패로 앞서가게 됐습니다.

 

메이저리그 월드시리즈 역시 아메리칸리그에 지명타자가 첫 선을 보인 1974년 이후 24승 22패(승률 .522)로 아메리칸리그가 우위를 점하고 있습니다.

 

2020 일본시리즈 4차전에서 3타수 무안타에 그친 요미우리 지명타자 휠러. 아사히(朝日)신문 제공

사실 이제 야구에서는 지명타자 제도가 오히려 '기본 옵션'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내셔널리그와 센트럴리그 그리고 일본 고교야구 정도를 제외하면 지명타자 제도를 채택하지 않은 리그(대회)를 보기가 힘든 지경이니 말입니다.

 

센트럴리그는 내셔널리그보다 더 지명타자에 대한 거부감이 강합니다.

 

그래도 다른 구단도 아니고 요미우리가 이렇게 계속 일본시리즈에서 물을 먹고 있는 건 센트럴리그에 달가울 게 없는 일.

 

이 정도면 센트럴리그도 지명타자 도입 카드를 만지작거릴 때가 되지 않았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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