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기는 스포츠가 공용어입니다.


❝스포츠에서 유일한 것이 승리라면 이기는 그 순간 다시 경합을 벌여야겠다는 욕구는 사라질 것이다. 그렇다면 마이클 조던과 로저 클레멘스가 나이 마흔에 계속 경쟁을 벌였던 사실을 어떻게 이해할 것인가.❞

─ '소크라테스 야구장에 가다' 中에서

2018 평창 패럴림픽 출천 당시 서보라미. 강원일보 홈페이지

한국 장애인 크로스컨트리 스키를 대표하던 서보라미가 세상을 떠났습니다. 향년 35세.

 

10일 대한장애인체육회 관계자에 따르면 서보라미는 전날 밤 심장마비로 숨을 거뒀습니다.

 

서보라미는 2010 밴쿠버 대회를 시작으로, 성화 봉송 주자로 나선 2014 소치를 거쳐, 2018 평창 대회 때까지 패럴림픽(장애인올림픽)에 3회 연속 출전한 한국 좌식 노르딕 스키 간판 선수였습니다.

 

이 갑작스런 소식이 더운 안타까운 건 올해 4월 17일 결혼한 서보라미가 임신 사실을 안 지 아직 얼마 지나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2018 평창 올림픽 및 패럴림핌 한국 대표팀 단복 공개 행사에 참가했던 서보라미. 동아일보DB

원래 무용수가 꿈이었던 서보라미는 강원 상지여고 3학년에 재학 중이던 2004년 계단에서 굴러떨어지는 바람에 척수를 다쳐 하반신 마비 장애 판정을 받았습니다.

 

어머니 이희자(60) 여자가 이 사실을 먼저 알게 됐지만 딸에게는 차마 이 사실을 말하지 못했습니다.

 

서보라미가 자신이 장애인이 됐다는 걸 알게 된 건 재활병원에 입원한 다음이었습니다. 같은 처지 환자들을 보면서 자기 상태도 짐작했던 것.

 

서보라미는 생전에 "그때는 병상에 있는 동안 주위에 있는 모든 것이 자살 도구로 보였다"고 회상했습니다.

 

'나쁜 마음'을 먹고 실행에 옮기려는 순간 간호에 지쳐 잠든 어머니 모습이 눈에 띄었습니다.

 

서보라미는 "그 순간 '엄마는 얼마나 큰 고통 속에서 살아갈까'하는 생각에 마듬을 다잡았다"고 말했습니다.

 

고교 졸업 후 디지털서울문화예술대 사회체육학과에 진학한 서보라미는 휠체어 럭비, 휠체어 육상 등을 통해 재활에 힘썼습니다.

 

2010 밴쿠버 패럴림픽에 출정 중인 서보라미. 동아일보DB

그러다 학교 추천으로 3박 4일 (비장애인) 스키 캠프에 참가하면서 운명이 바뀌었습니다.

 

'스키는 내 운명'이라고 느낀 서보라미는 2008년 국내 1호 장애인 크로스컨트리 스키 선수가 됐습니다.

 

그리고 2년 뒤 여성 장애인 크로스컨트리 스키 선수로는 처음으로 패럴림픽에 진출하는 기록도 남겼습니다.

 

서보라미는 결국 마지막 패럴림픽 무대가 된 2018 평창 대회를 앞두고는 자신이 딴 스포츠 관련 자격증 7개를 집에 택배로 보냈습니다.

 

자신을 뒷바라지하느라 고생한 어머니에게 보내는 선물이었습니다. 이 여사는 "연습과 경기로 바쁜 와중에도 공부를 놓지 않던 모습이 떠올라 한참을 울었다"고 말했습니다.

 

 

평창 대회에서 총 20.6㎞를 달린 서보라미는 2022 베이징 패럴림픽 출전 준비와 장애인 체육 홍보 활동으로 누구보다 바쁜 나날을 보내고 있었습니다. 

 

비보가 들리기 전에는 장애인 체육인을 대표해 E채널 스포츠 예능 프로그램 '노는 언니' 촬영도 마친 상태였습니다.

 

너무 아까운 사람이 너무 먼저 세상을 떠났습니다. 삼가 고인의 명복을 빕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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