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기는 스포츠가 공용어입니다.


❝스포츠에서 유일한 것이 승리라면 이기는 그 순간 다시 경합을 벌여야겠다는 욕구는 사라질 것이다. 그렇다면 마이클 조던과 로저 클레멘스가 나이 마흔에 계속 경쟁을 벌였던 사실을 어떻게 이해할 것인가.❞

─ '소크라테스 야구장에 가다' 中에서

저는 공갈포를 정말 정말 사랑합니다.

 

무엇보다 그들이 '싸나이'라는 게 가장 큰 이유.

 

그런데 야구에서 싸나이가 물론 타석에만 들어서는 게 아닙니다.

 

마운드 위에도 싸나이가 존재합니다.

 

2021 프로야구에서 가장 싸나이는 누구였을까요?

 

이를 알아 보는 방법은 이렇습니다.

 

먼저 기초적인 머신러닝 모형을 통해 투구 위치별 스트라이크 확률을 추정합니다.

 

이번에는 일반화 가법 모형(GAM·Generalized Additive Models)을 활용할 겁니다.

 

GAM은 반응(종속) 변수가 비선형적일 때 활용하는 비선형 회귀 모형입니다.

 

이 모형을 활용해 이번 시즌 좌우 타석별 투구 위치별 스트라이크 확률을 계산하면 아래 그림처럼 나타납니다.

 

당연히 스크라이크 존 한 가운데일수록 스트라이크 확률이 높고 멀어질수록 낮아집니다.

 

싸나이라면 스트라이크 확률이 높은 높은 곳에 공을 던지는 일이 많을 겁니다.

 

싸나이는 그냥 한 가운데를 보고 던지는 존재니까요.

 

그것도 되도록 빠른 공을 말입니다. 싸나이에게 '변화구는 거들 뿐'이니까 말입니다.

 

결국 '투구 위치별 스트라이크 확률 × 투구 속력'을 계산한 다음 투구수별 평균을 내면 '싸나이 지수'를 얻을 수 있다고 할 수 있습니다.

 

이 싸나이 지수 계산 결과…

 

KIA에서 이번 시즌 13경기를 뛰고 떠난 브룩스. 동아일보DB

KIA에서 뛰다 대마초 성분 때문에 한국을 떠난 브룩스(31)가 싸나이 지수 76.2로 1위에 이름을 올렸습니다.

 

2위는 이미 은퇴를 선언한 키움 오주원(36)이었습니다. 오주원은 싸나이 지수 76.0을 기록했습니다.

 

그런데 브룩스는 평균 시속 141㎞짜리 공을 던진 반면 오주원은 최고 시속이 139㎞에 그쳤습니다.

 

요컨대 오주원이 제 아무리 한 가운데를 보고 있는 힘껏 공을 던져도 브룩스보다 높은 점수를 받을 수 없는 겁니다.

 

그렇다고 오주원이 브룩스보다 '싸나이다움'이 덜하다고 할 수 있을까요?

 

"내 상황과 위치를 냉정하게 바라보고 은퇴로 마음을 굳혔다"는 키움 오주원. 뉴스1

저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습니다.

 

싸나이와 비교할 수 있는 존재는 오직 자기 자신뿐이기 때문입니다.

 

그런 이유로 '투구 속력' 대신 '투구 속력+'를 써서 싸나이 지수 2.0을 계산했습니다.

 

투구 속력+는 개별 투수 속력을 투수별 평균 속력으로 나눈 값입니다.

 

그 결과 역시나 '현대 마지막 적자(嫡子)' 오주원이 가장 싸나이다운 투수였습니다.

 

오주원이 올해 던진 공은 총 337개.

 

이 중 51.0%(172개)가 스트라이크 확률 80% 이상인 코스로 들어갔습니다.

 

공을 250개 이상 던진 투수 가운데 이 비율이 50%가 넘는 건 오주원 한 명뿐입니다.

 

원 없이 스트라이크를 던진 오주원은 평균자책점 9.31이라는 성적표를 받아들었습니다.

 

그리고 역시나 싸나이답게 유니폼을 벗기로 결정했습니다.

 

그렇다면 거꾸로 이 싸나이 지수가 가장 낮은 선수는 누구였을까요?

 

이번에는 오주원과 같은 팀인 양현(29)이 정답입니다.

 

양현은 싸나이 지수 .392를 기록하는 데 그쳤습니다.

 

스트라이크 확률 80% 이상인 지점에 투구한 비율도 29.9%가 전부였습니다.

 

요컨대 양현은 스트라이크 존 모서리에 '볼'을 던지고 또 던져 타자를 유혹하는 타입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이번 시즌 양현을 상대한 타자 225명은 .312/.389/.418를 남겼습니다. 평균자책점은 4.69.

 

TV 중계를 보다 보면 "낮게 낮게 던지라"는 해설위원 멘트를 어렵지 않게 들을 수 있지만 낮게 던지는 것만이 능사는 아니었던 겁니다.

 

이번 시즌 최고 투수라고 할 수 있는 두산 미란다(32) 투구 기록을 보면 조금 더 확실히 알 수 있습니다.

 

미란다는 양현과 비교하면 확실히 스트라이크 존을 넓게 넓게 썼습니다.

 

스트라이크 존을 넓게 쓴다는 건 다양한 구종을 구사한다는 뜻이기도 합니다.

 

브레이킹 볼 계열을 몸 쪽에 던지는 투수는 드문 법이니까 말입니다.

 

미란다는 △속구 61.0% △포크볼 23.7% △슬라이더 9.8% △체인지업 5.6% 비율로 공을 던졌습니다.

 

양현은 투심 58.7%, 커브 41.3%로 사실상 투피치 스타일이었습니다.

 

그리고 '우리의 호프' 오주원은 전체 투구 가운데 66.1%가 평균 시속 134㎞짜리 속구였습니다.

 

토종 투수 가운데 최고 수준 투구를 선보인 KT 고영표(30) 역시 스트라이크 존을 넓게 썼습니다.

 

단, 왼손 오버핸드 스타일인 미란다가 존을 위·아래로 활용했다면 언더핸드 투수인 고영표는 좌우로 넓게 썼습니다.

 

물론 고영표 역시 △체인지업 40.4% △속구 20.6% △투심 19.4% △커브 13.2% △슬라이더 6.4%로 던질 수 있는 공은 다 던졌습니다.

 

아, 고영표에게도 싸나운다운 면모가 한 가지 있습니다.

 

고영표가 스트라이크 확률 80% 이상인 곳에 던진 공은 평균 시속 129.3㎞로 다른 곳에 던질 때 평균 시속 123.9㎞보다 6㎞ 빨랐습니다.

 

이 차이가 가장 큰 투수가 바로 고영표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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