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기는 스포츠가 공용어입니다.


❝스포츠에서 유일한 것이 승리라면 이기는 그 순간 다시 경합을 벌여야겠다는 욕구는 사라질 것이다. 그렇다면 마이클 조던과 로저 클레멘스가 나이 마흔에 계속 경쟁을 벌였던 사실을 어떻게 이해할 것인가.❞

─ '소크라테스 야구장에 가다' 中에서

메이저리그 데뷔전을 치른 피츠버그 배지환. 본인 인스타그램

배지환(23·피츠버그)이 미국 진출 5년차에 메이저리그 데뷔전을 치렀습니다.

 

배지환은 시카고 컵스를 PNC 파크로 불러들여 치른 23일(이하 현지시간) 안방 경기에 9번 타자 겸 2루수로 선발 출전했습니다.

 

그러면서 박찬호(49)가 1994년 4월 8일 메이저리그에서 첫 선을 보인 이후 한국에서 태어난 선수로는 28번째, 한국 고교를 졸업한 선수로는 26번째 메이저리거가 됐습니다.

 

경북고 3학년이던 2017년 황금사자기 전국고교야구대회에서 최다 도루상과 최다 득점상을 받았던 배지환은 우여곡절 끝에 2018년 피츠버그 루키 팀에 합류했습니다.

 

피츠버그 산하 AAA 팀 인디애나폴리스 유니폼을 입고 있는 배지환. 인디애나폴리스 홈페이지

배지환이 올 시즌 종료 전까지 한 번은 메이저리그에 올라올 것이라는 건 기정사실과 마찬가지였습니다.

 

올해도 40인 로스터 안에 이름을 못하면 시즌 종료 후 룰 5 드래프트 대상자가 되기 때문입니다.

 

이러면 피츠버그는 팀 내 11위 유망주를 다른 팀에 빼앗길 수도 있습니다.

 

피츠버그는 결국 정규시즌 종료 13경기를 남겨 놓고 배지환을 콜업하면서 곧바로 선발 출전 명단에도 이름을 올렸습니다.

 

한국 선수로는 박찬호 강정호 박효준에 이어 네 번째로 피츠버그 유니폼을 입은 배지환. 피츠버그=로이터 뉴스1

배지환은 이날 3타수 1안타 1볼넷 2도루를 기록하면서 공수주에 걸쳐 맹활약을 펼쳤습니다.

 

배지환은 양 팀이 2-2로 맞선 2회말 2사 주자 없는 상황에서 메이저리그 데뷔 첫 타석에 들어섰습니다.

 

상대 선발 하비에르 아사드(25)가 던진 초구 스트라이크를 가만히 지켜본 배지환은 이후 볼 4개를 골라면서 1루를 밟았습니다.

 

그리고 다음 공에 바로 2루를 훔치면서 메이저리그 데뷔 첫 도루를 기록했습니다.

 

메이저리그 데뷔 첫 도루를 남긴 배지환. 유튜브 화면 캡처

4회말에는 3루수 뜬공, 6회말에는 2루수 땅볼로 물러난 배지환은 팀이 5-6으로 끌려가던 9회말 1사 주자 없는 상황에서 네 번째 타석에 들어섰습니다.

 

이번에도 에릭 울먼(26)이 던진 초구 스트라이크를 가만히 지켜본 배지환은 다음 공으로 들어온 시속 94마일(약 151km)짜리 싱커를 받아쳤습니다.

 

투수 키를 넘어간 이 타구는 결국 중견수 앞까지 굴러가면서 배지환의 메이저리그 데뷔 첫 안타가 됐습니다.

 

배지환은 2사 1루 상황에서 다시 2루를 훔쳤지만 결국 후속타 불발로 데뷔 첫 득점을 남기지는 못했습니다.

 

배지환 메이저리그 데뷔 첫 안타. 유튜브 화면 캡처

배지환은 이날 5-5 동점이던 8회초에는 깔끔한 수비까지 선보였습니다.

 

전진 내야 수비가 걸린 상황에서 잭 맥킨스트리(27)가 때린 타구를 잡아 홈으로 파고 들던 PJ 히긴스(29)를 잡아낸 것.

 

냉정하게 말해 배지환은 내·외야를 오가면서 자리를 찾아야 하는 선수라 이런 플레이로 눈도장을 받는 건 전혀 나쁠 게 없는 일입니다.

 

배지환은 올해 피츠버그 산하 AAA 팀 인디애나폴리스에서 2루수로 57경기, 유격수로 24경기, 중견수로 20경기를 뛰었습니다.

 

동점 상황에서 깔끔한 2루수 수비를 선보인 배지환. 유튜브 화면 캡처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시대에 한국에서 프로 선수 생활을 시작하지 않은 많은 선수가 그런 것처럼 배지환 역시 온갖 논란에 시달린 게 사실.

 

애틀랜타와 계약이 틀어진 건 꼭 본인 잘못이라고 하기 어려워도 전 여자친구 폭행 사건은 책임을 피하기가 어렵습니다.

 

단, 한국 또는 한국 야구가 싫다는 건 이미 미국에서 야구를 하고 있으니 나무랄 일은 못 됩니다.

 

이럴 때 한국 또는 한국 야구가 자존심을 세우려면 국가대표 팀에 배지환을 부르는 일이 있어서는 안 되겠지만, 이대은(33·전 KT) 케이스에서 보듯이, 아마 안 될 겁니다.

 

▌한국 출신 역대 메이저리거
 이름  데뷔일  포지션  소속팀  상대팀
 박찬호  1994-04-08  투수  LA 다저스  애틀랜타
 조진호  1998-07-04  투수  보스턴  시카고 화이트삭스
 김병현  1999-05-29  투수  애리조나  @뉴욕 메츠
 이상훈  2000-06-29  투수  보스턴  볼티모어
 김선우  2001-06-15  투수  보스턴  @애틀랜타
 봉중근  2002-04-23  투수  애틀랜타  애리조나
 서재응  2002-07-21  투수  뉴욕 메츠  @신시내티
 최희섭  2002-09-03  1루수  시카고 컵스  밀워키
 토미 펠프스  2003-03-31  투수  플로리다  필라델피아
 차승 백  2004-08-08  투수  시애틀  @탬파베이
 구대성  2005-04-04  투수  뉴욕 메츠  @신시내티
 추신수  2005-04-21  중견수  시애틀  오클랜드
 류제국  2005-05-14  투수  시카고 컵스  샌디에이고
 류현진  2013-04-02  투수  LA 다저스  샌프란시스코
 임창용  2013-09-07  투수  시카고 컵스  밀워키
 강정호  2015-04-08  대타  피츠버그  @신시내티
 롭 레프스나이더  2015-07-11  2루수  뉴욕 양키스  @보스턴
 오승환  2016-04-03  투수  세인트루이스  @피츠버그
 박병호  2016-04-04  지명타자  미네소타  @볼티모어
 이대호  2016-04-04  대타  시애틀  @텍사스
 최지만  2016-04-05  좌익수  LA 에인절스  시카고 컵스
 김현수  2016-04-10  좌익수  볼티모어  탬파베이
 황재균  2017-06-28  3루수  샌프란시스코  콜로라도
 김광현  2020-06-24  투수  세인트루이스  피츠버그
 김하성  2021-04-01  대타  샌디에이고  애리조나
 양현종  2021-04-26  투수  텍사스  LA 에인절스
 박효준  2021-07-16  대타  뉴욕 양키스  보스턴
 배지환  2022-09-23  2루수  피츠버그  시카고 컵스

 



댓글,

더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