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기는 스포츠가 공용어입니다.


❝스포츠에서 유일한 것이 승리라면 이기는 그 순간 다시 경합을 벌여야겠다는 욕구는 사라질 것이다. 그렇다면 마이클 조던과 로저 클레멘스가 나이 마흔에 계속 경쟁을 벌였던 사실을 어떻게 이해할 것인가.❞

─ '소크라테스 야구장에 가다' 中에서

서브를 넣고 있는 존 이스너. 뉴욕=로이터 뉴스1

'빅 서버' 존 이스너(38·미국·세계랭킹 157위)가 서브 에이스 48개를 기록하며 선수 생활 마지막 경기를 마쳤습니다.

 

이스너는 31일(이하 현지시간) 2023 US 오픈 테니스 대회 남자 단식 2회전에서 마이클 모(25·미국·89위)에게 2-3(6-3, 6-4, 6-7, 4-6, 6-7)으로 역전패했습니다.

 

이스너는 '이번 대회를 마지막으로 프로 선수 생활을 마무리하겠다'고 선언한 뒤 US 오픈에 참가했습니다.

 

미국 뉴욕 빌리 진 킹 테니스 센터 그랜드스탠드에서 열린 이날 경기는 이스너의 백핸드 발리가 네트에 걸리면서 3시간 57분 만에 막을 내렸습니다.

 

존 이스너 마지막 서브와 마지막 범실. 유튜브 화면 캡처

2007년 프로 전향한 이스너는 이날까지 남자프로테니스(ATP) 역대 1위에 해당하는 서브 에이스 1만4470개를 기록했습니다.

 

이 중 113개를 2010년 윔블던 1회전 딱 한 경기에서 남겼습니다.

 

이스너는 당시 니콜라 마위(41·프랑스)와 2박 3일 동안 맞대결을 벌여 3-2(6-4, 3-6, 6-7, 7-6, 70-68) 승리를 거뒀습니다.

 

이 경기는 지금도 프로 테니스 역사상 최장 시간(11시간 5분) 경기로 남아 있습니다.

 

그리고 '황제'가 3위

현역 선수 가운데 서브 에이스 2위는 샘 퀘리(36·미국·8879개)입니다.

 

다만 퀘리도 사실상 은퇴 선수인데다 이스너보다 서브 에이스가 5591개 적습니다.

 

세계 랭킹 100위 안에 이름을 올린 선수 가운데는 노바크 조코비치(36·세르비아·1위)가 6885개로 1위입니다.

 

현실적으로 '가까운 시일 안에' 이스너를 넘어서는 선수를 보기는 쉽지 않은 겁니다.

 

존 이스너, 마이클 모 그리고 카메라맨. 뉴욕=AP 뉴시스

이스너가 서브에 강점을 보일 수 있던 건 큰 키(208cm) 덕분입니다.

 

ATP 역사상 이스너보다 키가 큰 선수는 이보 카를로비치(44·크로아티아·211cm)와 레일리 오펠카(27·미국·211cm) 두 명뿐입니다.

 

키가 크면 보통 팔도 더 길고 그래서 더 높은 곳에서 서브를 내려 꽂을 수 있기 때문에 리시버가 애를 먹을 수밖에 없습니다.

 

실제로 이스너 이전까지는 카를로비치가 ATP 최다 서브 에이스 기록 주인공이었습니다.

 

역대 최장 시간 경기 당시 존 이스너와 니콜라 마위. 동아일보DB

물론 키만 크다고 서브 에이스 누적 기록이 올라가는 건 아닙니다.

 

당연히 경기를 많이 뛰어야 서브 에이스를 차곡차곡 쌓을 수 있습니다.

 

그리고 테니스는 토너먼트 방식으로 대회를 치르기 때문에 이겨야 계속 경기를 뛸 수 있습니다.

 

이스너는 세계랭킹 8위까지 올랐던 선수입니다. 또 2012년부터 9년 동안 미국 남자 선수 가운데 최고 랭킹을 지켰습니다.

 

선수 생활 마지막 경기를 마친 뒤 감정을 추스르는 존 이스너. 뉴욕=로이터 뉴스1

ATP 단식 타이틀을 16번 차지한 이스너는 "이렇게 오래 하게 될 줄은 미처 몰랐다. 기대 이상의 성과를 낸 것이 분명하다"고 말했습니다.

 

이어 "나 같은 거구가 17년 동안 계속 프로 무대에서 뛸 수 있는 몸을 만드는 건 쉬운 일이 아니었다. 준비를 계속 잘해온 게 자랑스럽다"고 덧붙였습니다.

 

계속해 "다시 치르고 싶은 경기도 생각이 나지만 후회 없는 커리어를 보냈다"고 돌아봤습니다.

 

그러면서도 "언젠가 이런 날이 올 줄은 알았지만 떠나기 참 힘들다"는 말을 남기고 기자회견장을 떠났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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