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기는 스포츠가 공용어입니다.


❝스포츠에서 유일한 것이 승리라면 이기는 그 순간 다시 경합을 벌여야겠다는 욕구는 사라질 것이다. 그렇다면 마이클 조던과 로저 클레멘스가 나이 마흔에 계속 경쟁을 벌였던 사실을 어떻게 이해할 것인가.❞

─ '소크라테스 야구장에 가다' 中에서

아시아 출신 내야수로는 처음으로 메이저리그(MLB) 골드글러브 수상자가 된 김하성. 샌디에이고 구단 제공

김하성(28·샌디에이고)이 아시아 출신 내야수로는 처음으로 메이저리그(MLB) 골드글러브 주인공이 됐습니다.

 

마쓰이 가즈오(松井稼頭央·48)가 MLB에 처음 도전장을 던진 지 20년 만의 일입니다.

 

이전까지 아시아 선수가 MLB에서 골드글러브를 차지한 건 외야수 이치로!(50)뿐이었습니다.

 

그러니까 김하성은 한국 선수 가운데서도 1호 골드글러브 수상자입니다.

 

금색 가죽으로 만든 골드글러브 트로피. ESPN 제공

MLB 사무국과 야구 글러브 제조업체 롤링스는 올해 골드글러브 수상자를 확정해 5일(이하 현지시간) 발표했습니다.

 

김하성은 내셔널리그(NL) 유틸리티 부문 수상자로 이름을 올렸습니다.

 

유틸리티 부문은 이름 그대로 여러 포지션에 걸쳐 뛰어난 활약을 선보였다는 뜻입니다.

 

김하성은 올 시즌 2루수로 856과 3분의 2이닝, 3루수로 253과 3분의 1이닝, 유격수로 153과 3분의 1이닝을 소화했습니다.

 

2023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 한국 대표팀에서 호흡을 맞춘 토미 에드먼(왼쪽)과 김하성. 동아일보DB

골드글러브는 2013년부터 코칭 스태프 투표 결과 75%, 미국야구연구협회(SABR) 수비 지표(SDI·SABR Defensive Index) 25%를 반영해 수상자를 결정하고 있습니다.

 

다만 지난해부터 시상하기 시작한 유틸리티 부문은 SDI 100%로 수상자를 결정합니다.

 

김하성은 NL 전체 9위에 해당하는 SDI 9.0을 기록하면서 경쟁 상대였던 토미 에드먼(28·세인트루이스·2.0)과 무키 베츠(31·LA 다저스·1.9)를 제쳤습니다.

 

에드먼은 2021년에 한 번, 베츠는 총 여섯 번 골드글러브를 받았던 선수입니다.

 

2023 메이저리그(MLB) 유틸리티 부문 골드글러브 수상자 김하성. 오클랜드=로이터 뉴스1

김하성은 유틸리티 부문뿐 아니라 2루수 골드글러브 후보에도 이름을 올렸습니다.

 

김하성이 기록한 SDI 9.0은 NL 전체 2루수 가운데 1위에 해당합니다.

 

다만 코칭 스태프 투표에서 밀려 니코 호너(26·시카고 컵스·8.7)에게 2루수 부문 골드글러브를 양보해야 했습니다.

 

호너는 올해 전체 1304이닝 가운데 1167이닝(89.5%)을 2루수로 소화했습니다.

 

3루수로 출전한 김하성. 샌디에이고=로이터 뉴스1

김하성은 페르난도 타티스 주니어(24)가 부상에 이어 도핑 검사에 걸린 틈을 타 지난해 샌디에이고 주전 유격수 자리를 꿰찼습니다.

 

그리고 시즌 종료 후 유격수 부문 골드글러브 최종 후보에 이름을 올렸지만 수상에는 실패했습니다.

 

문제는 샌디에이고가 오프시즌 보스턴에서 잰더 보가츠(31)를 영입했다는 것.

 

김하성으로서는 1년 후배 박효준(27·애틀랜타)에게 유격수 자리를 내주고 2루수를 봐야 했던 야탑고 시절이 떠오를 수도 있던 상황이었습니다.

 

야탑고 시절 박효준(왼쪽)과 김하성. 동아일보DB

그러나 이 포지션 변경이 결국 신의 한수가 됐습니다.

 

김하성은 보가츠가 왼쪽 손목 부상을 당했을 때는 유격수, 매니 마차도(31)가 오른쪽 팔꿈치를 다쳤을 때는 3루수로 들어가 빈자리를 채웠습니다.

 

올 시즌 샌디에이고를 이끌었던 밥 멜빈(61) 현 샌프란시스코 감독은 아예 투수 스타일에 따라 김하성의 포지션을 바꾸기도 했습니다.

 

왼쪽 땅볼 유도가 많은 투수가 나올 때는 김하성을 3루수로 쓰고 반대 스타일 투수 선발 등판일에는 김하성을 2루수로 기용했던 겁니다.

 

 

요컨대 이 포지션 변경 덕분에 김하성이 진짜 유틸리티 플레이어라는 이름에 걸맞은 선수가 된 겁니다.

 

올 시즌 김하성은 DRS(Defensive Runs Saved) 기준으로 2루수로 10점, 3루수와 유격수로 각 3점을 막아냈습니다.

 

김하성도 시즌 말미 애슬레틱 인터뷰에서 "유틸리티 부문 골드글러브를 받는 게 더 값질 것 같다. 여러 포지션을 골드 글러브 수준으로 해낸다는 뜻이기 때문"이라고 말했습니다.

 

그리고 김하성이 유틸리티로 활약한 덕에, 아시아 내야수 유망주들도, 포지션에 관계없이, '나도 할 수 있다'고 자신감을 품게 됐습니다.

 

타격 준비 중인 김하성. 시애틀=로이터 뉴스1

김하성은 포지션별 최고 공격수가 받는 실버슬러거에서도 유틸리티 부문 최종 후보로 이름을 올린 상태입니다.

 

올해 MLB에서 한 타석이라도 들어선 선수는 총 650명이고 이 중 17명(2.6%)만 골드글러브와 실버슬러거 후보에 모두 이름을 올렸습니다.

 

골드글러브에서 2루수 부문 후보로도 이름을 올렸으니 김하성은 총 3개 부문 후보로 이름을 올린 게 됩니다.

 

베츠가 골드글러브와 실버슬러거 모두 외야수와 유틸리티 부문 후보로 이름을 올려 김하성을 능가했을 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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