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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에서 유일한 것이 승리라면 이기는 그 순간 다시 경합을 벌여야겠다는 욕구는 사라질 것이다. 그렇다면 마이클 조던과 로저 클레멘스가 나이 마흔에 계속 경쟁을 벌였던 사실을 어떻게 이해할 것인가.❞

─ '소크라테스 야구장에 가다' 中에서

푸홀스가 미쳤다. 최근 세이트 루이스 카디널스의 1루수 앨버트 푸홀스의 성적을 보면 정말 이 말이 절로 나온다. 그만큼 정말 뜨거운 타격 솜씨를 선보이고 있는 상태다. 오늘 현재까지 타격 기록을 살펴보면, 타율 .323/출루율 .449/장타율 .804로 구장 효과를 감안했을 때 GPA가 .402나 된다. 물론 이는 리그에서 가장 뛰어난 기록이다.

푸홀스는 데뷔 이래 줄곧 리그에서 가장 위협적인 타자 가운데 한 명이었다. 그러나 배리 본즈라는 벽에 막혀 MVP와는 인연이 멀었던 게 사실이다. 하지만 지난 해 본즈는 부상으로 대부분의 경기를 결장해야 했고, 푸홀스는 드디어 MVP 트로피를 거머쥘 수 있었다. 올해 역시 이런 페이스를 시즌 끝까지 유지할 수 있다면 2년 연속 수상도 무리 없을 정도다. 푸홀스를 이렇게 강하게 만든 원동력은 무엇일까?

'05 시즌이 시작되기 전 푸홀스를 스탠스를 넓혔다. 푸홀스는 원래 스탠스가 넓은 편이기는 했지만, 최근의 타격 자세를 보면 다리를 절반쯤 찢는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로 두 발 사이의 간격이 넓다. 그리고 타석에서 군더더기 동작을 거의 발견할 수 없다. 끝까지 공에서 눈을 떼지 않는 것은 물론이다. 이 모두가 안정적인 하체 균형에서 비롯된 결과다. 스탠스 조정이 극도의 효과를 발휘하고 있다고 볼 수 있다.



타격 자세를 보면 하체의 중심 이동이 무척이나 자연스럽게 이뤄지고 있다는 사실을 발견할 수 있다. 엉덩이 부근이 경쾌하게 돌아가면서도 축이 되는 뒷발이 무너지지 않는다. 동시에 상체를 부드럽게 회전시킬 수 있을 정도로 알맞은 힘이 디딤발에 전달된다. 팔꿈치도 몸통에 붙어 재빨리 돈다. 테이크백도 거의 없다. 빠른 배트 스피드로 타구를 멀리 날려 보낼 수 있는 거의 모든 매커니즘이 완성된 형태인 것이다.

작년 1년 조정기를 거쳐 이런 타격 자세는 이제 푸홀스의 몸에 거의 완벽하게 익었다고 볼 수 있다. 그 결과 스트라이크 존에 들어온 공이면 어느 코스든 강하게 때릴 수 있게 됐다. 그 결과 그는 홈런수(23개)보다도 적은 12개의 삼진밖에는 당하지 않고 있다. 볼넷 또한 고의 사구 7개를 제외하더라도 30개에 달할 정도다. 따라서 투수들은 푸홀스에게 함부로 유인구조차 던지지 못하는 실정이다.

득점권 상황에서 푸홀스는 더더욱 믿기지 않는 모습을 보인다. 득점권 타율(.541)이 5할이 넘는다. 투수가 정면 승부를 피할 때도 16번이나 볼넷으로 걸어 나가며 .655의 거짓말 같은 출루율을 기록 중이다. 그러면서도 홈런 5개, 2루타 두 개를 때려내며 장타율 또한 1.000이나 된다. 볼을 던질 수도, 스트라이크를 던질 수도 없는 푸홀스다. 이전의 본즈에게 그랬듯 이제 만루 상황에서 푸홀스에게 고의사구를 지시하는 진풍경을 보게 될지도 모를 일이다.

뛰어난 타격 기록에 가려져 있긴 하지만 『The Fielding Bible』에 의하면 그는 빅 리그에서 가장 많은 악송구를 건져낸 1루수이기도 하다. 수비 또한 뒤쳐지지 않는다는 뜻이다. 평균적인 수비수와 비교해 한 선수의 수비 능력을 보여주는 메트릭인 FRAA(Fielding Runs Above Average)에 따르면 그의 기록은 +6으로 이런 주장을 뒷받침 해준다. 물론 1루수의 수비 능력이 경기를 지배할 만큼은 아니지만, 확실히 공수 모두에서 최고의 선수라 불러도 모자람이 없다는 뜻이다. 한 선수가 팀 승리에 공헌한 비율을 보여주는 Win Shares 역시 그에게 14라는 기록을 안겨주고 있다. 3 Win Shares를 1승이라고 할 때, 카디널스는 그의 존재로 인해 약 4.7승 정도를 더 거두고 있는 셈이다.

현재 그의 홈런 페이스는 산술적으로 80개를 넘길 수 있는 수준이다. 그래서 단일 시즌 최다 기록 얘기도 심심찮게 들리고 있다. 예전에도 무서운 타자였지만 정말 더더욱 무서운 타자로 거듭나고 있다는 소리다. 게다가 야구 선수의 최전성기라 일컬어지는 만 27세 무렵에 막 들어섰다는 점에서 상대 투수들은 바짝 긴장하지 않을 수 없을 것이다. 공교롭게도 이 괴물 타자를 상대해야 하는 다음 선발 투수가 바로 박찬호 선수다. 올 시즌 들어 살아난 박찬호의 구위가 그의 방망이를 제압할지, 아니면 박찬호 선수 역시 그 방망이의 피해자가 될지 관심이 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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