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기는 스포츠가 공용어입니다.


❝스포츠에서 유일한 것이 승리라면 이기는 그 순간 다시 경합을 벌여야겠다는 욕구는 사라질 것이다. 그렇다면 마이클 조던과 로저 클레멘스가 나이 마흔에 계속 경쟁을 벌였던 사실을 어떻게 이해할 것인가.❞

─ '소크라테스 야구장에 가다' 中에서

1, 2 차전은 한번씩 양 팀의 타선이 폭발하며 손쉽게 나눠가졌다. 3차전에서는 9회초까지 한 점 차 리드를 지키던 현대에서 마무리 박준수를 올렸지만, 결과적으로 박준수는 패전 투수가 되고야 말았다. 박준수의 시즌 두 번째 블론 세이브였다.

대타로 나온 정수근은 3루수 뒤쪽으로 날아가는 블루퍼를 때렸다. 유격수 서한규와 좌익수 송지만이 모두 전력 질주해 봤지만, 공은 좌익수 송지만의 글러브를 맞고 떨어졌다. 이 때만해도 '이 정도에 흔들릴 박준수가 아니지.'하는 소리가 관중석에서 들려왔다. 허벅지가 좋지 못한 정수성이 빠지고 존 갈이 대주자로 들어오자 조롱의 목소리도 있었던 게 사실이다. 1점차 상황에서 롯데의 강병철 감독은 희생번트 사인을 냈다. 황성용 역시 번트 자세에 돌입했다.

하지만 여기서부터 문제가 꼬이기 시작했다. 번트를 대주지 않으려고 박준수가 너무 피해가는 피칭으로 일관한 것이다. 물론 대타 기용이 충분히 예상되는 시점에서 주자를 득점권에 보내놓는 건 불안한 일이었을 것이다. 더욱이 그 다음 타순이 호세, 이대호로 이어진다면 더더욱 그렇다. 하지만 이 순간은 점수를 한 점 덜 줘야 하는 타이밍이 아니라 아웃 카운트를 빨리 지워내야 하는 순간이었다. 그것이 마무리의 역할이다. 주자를 2루에 보내놓는 한이 있더라도 재빨리 상대로부터 아웃 카운트 하나를 얻어냈어야 했다는 뜻이다. WP 역시 이와 같은 주장을 보여준다.


9회초가 시작될 때, 현대의 WP는 .822였다. 달리 말해, 이 경기에서 승리를 거둘 확률이 82.2%였다는 뜻이다. 정수근의 안타가 터졌을 때, 이 확률은 71.7%로 줄어들었다. 불안하기는 하지만, 여전히 승리에 훨씬 가까운 상황이었다는 얘기다. 이 지점이 중요하다. 만약 상대에게 번트를 혀용하면, 이 확률은 .772로 오히려 높아진다. 하지만 볼넷의 경우엔 .561로 급속하게 낮아진다. 굳이 피해갈 일이 없었다는 뜻이다. 볼을 인플레이지 시키지 않을 정도의 충분한 탈삼진 능력, 그리고 BABIP가 낮은데도 손쉬운 아웃 카운트 하나를 늘이지 못했는지 정말 아쉽다.


대타 추경식을 상대할 때도 마찬가지다. 물론 호세를 앞에 두고 1사 주자 2, 3루의 위기에 맞딱뜨리고 싶은 투수는 없을 것이다. 하지만 무사만루에 상대하는 것보다는 확실히 낫다. 이미 핀치에 몰릴 만큼 몰린 상황이었다. 이 상황에서도 대주는 편이 나았다. 희생번트가 성공했을 땐 .552의 WP지만 볼넷으로 만루에 몰리면 .371이다. 이길 확률보다 질 확률이 높아지게 만드는 볼넷이었다는 얘기다. 아웃 카운트 하나를 늘일 수 있는 기회가 두 번이나 있었음에도 단 하나의 아웃 카운트도 채우지 못한 것이다. 결국 호세의 안타로 동점이 터졌고, 박준수는 신철인에게 마운드를 넘겨야 했다.

사실 이때 분위기는 이미 롯데 쪽으로 기울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다음 타자 이대호가 때린 타구는 방망이와 함께 유격수 서한규 앞으로 날아갔고, 서한규가 볼을 흘린 사이 주자 두 명이 홈으로 쇄도했다. 이걸로 승부는 사실상 끝이었다. 이후에 전진 수비를 펼치며 롯데 타자들을 압박했지만 오히려 그것이 화근이 돼 더 많은 실점을 하고야 말았다. 박준수가 너무도 자신감이 없는 피칭을 보인 결과였다. 자기 자신이 결국 책임을 져야 할 문제였기에 그 누구도 원망할 수 없는 완패였다.

  • 비록 규정 타석을 채우지는 못하고 있지만, 서튼은 지난주에도 홈런 2개를 때려내며 16개로 6위에 올랐다. 지난 한 주간 .381/.417/.857의 타격 라인으로 확실히 타격이 살아났음을 증명해 보이고 있다. 본인 또한 내년에도 계속해서 한국에서 뛰고 싶다는 의사를 밝힌 만큼, 용병 보유 한도 숫자가 변경된다면 브룸바-서튼 쌍포를 내년에는 볼 수 있게 되길 바란다.

  • 커리어 첫 안타는 날리지 못했지만, 1군 무대를 처음으로 밟은 조평호 역시 희생플라이로 자신의 커리어 통산 첫 타점을 올렸다. 키가 커서 코칭 스탭들 사이에선 '야오밍'이라 불린다는 조평호 선수, 현대의 외야 자원이 풍부한 만큼 1군 무대에서 살아남기 위한 노력을 게을리하지 말아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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