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기는 스포츠가 공용어입니다.


❝스포츠에서 유일한 것이 승리라면 이기는 그 순간 다시 경합을 벌여야겠다는 욕구는 사라질 것이다. 그렇다면 마이클 조던과 로저 클레멘스가 나이 마흔에 계속 경쟁을 벌였던 사실을 어떻게 이해할 것인가.❞

─ '소크라테스 야구장에 가다' 中에서

좋든 싫든 유니콘스 야구의 근간은 번트다. 물론 아웃 카운트 하나를 상대에게 손쉽게 헌납하는 건 확실히 좋은 징조는 아니다. 하지만 그 타자의 이름이 배리 본즈가 아닌 이상, 모든 타자는 타석에 들어서서 아웃이 될 확률이 더 높다. 그렇다면 아웃 카운트를 활용하는 방법을 강구하는 편이 오히려 현명하다고도 볼 수 있다. 현대는 번트를 가지고 이를 활용한다.

하지만 SK와의 3연전에서는 번트를 제대로 구사하지 못했다. 그 결과 세 경기에서 모두 34개라는 엄청난 잔루를 남겼다. 경기당 평균 11개가 넘어가는 기록이다. 물론 잔루의 가장 큰 원인은 장타 부족이다. 하지만 최근 10경기에서 현대 타선의 IsoP는 .092밖에 되지 않는 형편이다. 이는 두산(.071)에 이어 리그에서 두 번째로 나쁜 기록이다. 따라서 떨어진 장타력을 상쇄할 수 있는 작전, 즉 번트가 원활하게 이뤄져야 했는데 사정은 그렇지가 못했다.

사실 너나 할 것 없이 번트에 있어 미숙한 모습을 보였기에 더더욱 충격이 크다. 정성훈은 속도 조절에 실패했고, 김동수는 방향이 너무 정직했다. 물론 넉 점 차이로 앞서고 있는 8회 공격에서도 번트가 꼭 필요했는지는 의문이지만, 유한준은 번트 파울 두 개로 번트가 가능한 상황을 아예 날려버리는 모습을 보여주기도 했다. 심지어 번트의 달인이라 불려도 좋을 전준호 선수마저 박경완의 머리 위로 타구를 띄우는 실수를 저지르고 말았다.

하지만 유한준의 상황에서 언급한 것처럼, 김재박 감독님의 욕심도 지나친 모습이 크다. 어쩌면 잇단 번트 실패에 대한 경고성 차원이었는지도 모르겠지만, 불필요한 상황에서 번트 지시가 몇 개 있었다. 위에서도 언급한 것처럼, SK 타선의 최근 상승세를 감안하더라도 8회말 넉 점은 안전한 점수다. 굳이 번트 지시를 할 필요가 있었는지 의문이다. 이숭용이 선두 타자로 나와 2루타를 친 시점에서 번트 사인이 나온 것도 아쉬웠다. 이미 한번 번트가 실패한 타이밍에서 이숭용의 발로는 확실히 부담이 됐기 때문이다.

지난 글에서 지적한 것처럼, SK와의 시리즈에서 2사 이후 총 9실점이나 한 것이 루징 시리즈의 가장 근본적인 이유다. 하지만 기회를 살리지 못한다면 위기가 온다고들 한다. 그리고 현대 타자들은 확실히 작전 수행 능력에 있어 부족한 모습을 보였다. 그리고 곧바로 실점이었다. 반 게임 차 앞서 있는 한화와 경기를 치르는 데 있어, 이 점은 확실히 염두에 두어야 할 것이라고 본다. 인조잔디가 깔린 대전 구장이라는 점에서 더더욱 그렇다.

  • 서튼에 이어 캘러웨이도 머리를 모두 자르고 나타나 사람들을 놀라게 만들었다. 아직 물어보지는 못했지만, 아마 서튼처럼 꽤나 더웠던 모양이다. 열심히 하고자 하는 의지의 의미였기를 바란다. 사실, 캘러웨이의 8월 성적을 가만히 보면 '심술쟁이' 미키는 이제 사라진 것처럼 보인다. 8월에 등판한 네 경기에서 2승 1패로 승패는 허전하지만, 29이닝 동안 방어율 0.91을 찍어주고 있다. 네 경기에서 모두 QS+를 기록한 것 역시 인상적이다. 확실히 타자들이 좀더 분발해 승수를 쌓아줄 필요가 있다. 미키가 괜히 ‘몽니'를 부리는 건 아니니까 말이다.

  • 서튼은 머리가 많이 자라, 이제 멀리서 보면 뒷통수가 온통 노랗게 보인다. 물론 많은 잔루의 주범이라 불릴 만큼, 찬스에서 약한 모습을 보이는 건 여전히 아쉽다. 그래도 지난 주 5경기에서 .294/.429/.647, GPA .355를 때려냈다. 물론 최근 유행하는 '영양가' 놀이를 하자면 100% 만족할 만한 건 아니지만, 석 점 홈런을 때려냈으니 그 정도로 만족하는 편이 좋을 것 같다. 모든 타자가 모든 찬스를 살릴 수는 없는 일이니까 말이다.

  • 이택근 역시 지난 주 .400/.500/.400을 쳤다. 장타가 단 하나도 없는 기록이지만 타구의 질 자체가 괜찮았다. 게다가 볼넷을 네 개나 얻어낸 것 역시 고무적이다. 물론 잘 맞을 때는 무턱대고 덤벼도 괜찮았다. 하지만 본인이 풀 시즌을 치루면서 타석에서의 적응력 혹은 참을성을 배워가는 것 같아 기분 좋다. 현재 .332의 타율로 1위 이대호에 5리 뒤져 있지만 현재 같은 페이스를 유지한다면 1위 재등극도 꿈만은 아닐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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