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기는 스포츠가 공용어입니다.


❝스포츠에서 유일한 것이 승리라면 이기는 그 순간 다시 경합을 벌여야겠다는 욕구는 사라질 것이다. 그렇다면 마이클 조던과 로저 클레멘스가 나이 마흔에 계속 경쟁을 벌였던 사실을 어떻게 이해할 것인가.❞

─ '소크라테스 야구장에 가다' 中에서

 
순위 성명 포지션 출신교 투타 생년월일
2
장효훈
투수
천안북일
우우
87.11.01
15
임태준
포수
전주
우우
88.04.23
18
김남형
내야수
인천
우우
88.05.08
31
조성원
포수
광주제일
우우
88.10.27
34
박종선
투수
마산용마
좌좌
88.04.19

1차 지명권이 없다고 투털대던 팀이 5명밖에 뽑지 않은 건 확실히 의외라고 하지 않을 수가 없다. 하지만 미래는 어차피 알 수가 없는 만큼, 양(量) 대신 질(質)을 택했다고 보는 편이 옳으리라고 본다. 게다가 이제는 대학진학 시 2차 지명권이 사라진다는 점 역시 적은 선발의 한 원인이었을 것이다. 그러니까 즉시 입단이 가능한 선수들 위주로 선발했을 가능성이 높다는 얘기다. 개인적인 느낌은 오랜만의 이른 순번을 잘 활용한 듯한 느낌이지만, 권윤민을 놓친 건 좀 아쉽다.

전체 2번 픽으로 현대는 천안 북일의 장효훈을 선택했다. 장효훈은 한화 팬들이 꽤 탐내던 연고지역 선수였다. 140km 후반대의 직구를 뿌릴 수 있으며, 낙차 큰 커브를 주무기로 삼고 있다고 한다. 이상군 씨의 수제자로 알려진 선수이기도 하다. 좋은 하드웨어를 바탕으로 뛰어난 스터프를 갖춘 투수를 선호하는 구단의 선발 특성에 잘 맞아 떨어진 선수였다고 본다. 위에서 모처럼만의 이른 순번을 잘 활용했다고 표현한 건 바로 이 선수 때문이다. 현대의 선수 육성 시스템을 거치면 좋은 투수로 자라날 것으로 믿는다.

이는 박종선에게도 마찬가지로 해당되는 이야기다. 비록 올해 부상으로 인해 제대로 된 활약을 보여주지는 못했지만, 강석훈과 함께 용마고를 이끈 에이스다. 한때 롯데 1차 지명감이라는 이야기가 돌기도 했었다. 기본적으로 좋은 하드웨어를 기본적으로 갖추고 있기 때문에, 장효훈과 마찬가지로 체계적인 코칭을 경험한다면 더 좋은 선수로 거듭날 수 있으리라고 본다. 게다가 장원삼 역시 좌완에 용마고 선배기 때문에 도움을 줄 수 있다는 점 역시 박 선수 본인에게는 장점이 될 가능성이 높다.

임태준과 조성원이라는 두 명의 포수, 특히 권윤민 앞에서 포수를 뽑았다는 건 현대 구단에서 권윤민을 선발할 의사가 없었다는 뜻으로 해석해도 될 것이다. 김동수가 내년을 기약할 수 없고, 강귀태의 군 입대가 기정사실화된 이 시점에서 즉시전력감 포수는 반드시 필요한 자원이었다고 생각한다. 그런 의미에서 권윤민을 지명하지 못한 것이 아쉽다. 하지만 구단의 생각은 이와 달랐던 모양이다.  임태준은 다른 포수들이 아닌, 다른 선수들과 비교해도 준족이라 불릴 만큼 발이 빠르다. 게다가 포수 수비 역시 어느 정도는 인정을 받고 있는 상태다. 물론 즉시 전력감이 되기는 힘들겠지만, 차근히 포수 수업을 받아주길 바란다. 조성원의 경우엔 외야도 볼 수 있는 거포로 변화구의 약점을 좀더 가다듬을 필요가 있다고 알려져 있다. 포지션 정착에 실패한 선수들이 아쉬운 현대이니만큼 빨리 자기 포지션을 정했으면 좋겠다.

김남형은 정말 기대가 가는 내야수다. 현대의 내야진은 박진만의 공백을 현재까지도 매우지 못하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물론 지석훈, 차화준 같은 어린 선수들이 성장을 하고 있기는 하지만 아직은 부족하다. 물론 올해 고교야구는 전체적으로 내야의 수준이 낮아졌다는 평이다. 그래도 김남형은 그 가운데서도 그나마 좋은 평을 받았던 선수다. 기본적으로 수비에 대한 센스가 뛰어나다는 것이 중론. 따라서 김재박 감독님과 재계약이 성사된다면 이번 동계 훈련에서 확실히 주목할 만한 가치가 있는 선수가 될 것이다. 시즌 개막 주전 유격수로 강정호를 선택할 정도로 내야 혁신에 대한 의지가 강하신 분인 만큼, 센스와 열정 그리고 노력이 결합된다면 제 2의 박진만이 되지 말라는 법도 없는 일이다.

정리하자면 이렇다. 에이스가 될 자질을 갖춘 재목을 뽑고, 거의 성장이 멈춘 포수 자원을 위해 수비가 좀 되는 포수 자원을 뽑는다. 그리고는 여전히 구멍인 내야수 수집, 그리고 타격 보강. 다시 좌완 투수 모으기. 어쩌면 늘 현대가 2차 지명에서 가장 선호하는 패턴의 드래프트를 그대로 따랐다. 그리고 뜻하지 않은 보물들이 곧잘 발견되고는 했다. 올해는 비록 숫자 자체가 워낙에 적어서 판단이 쉬울지도 모르겠지만, 오히려 그래서 더 어려운 사건이 터질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든다.

연고지도 없는 팀에 입단해야 한다고 우울해 할지도 모르겠지만, 선수 육성에 있어선 최고인 분들이 코칭 스탭을 이루고 있는 팀인 만큼, 선발된 선수 모두들 최선을 다해 프로 무대에 뛰어들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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