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기는 스포츠가 공용어입니다.


❝스포츠에서 유일한 것이 승리라면 이기는 그 순간 다시 경합을 벌여야겠다는 욕구는 사라질 것이다. 그렇다면 마이클 조던과 로저 클레멘스가 나이 마흔에 계속 경쟁을 벌였던 사실을 어떻게 이해할 것인가.❞

─ '소크라테스 야구장에 가다' 中에서

투구와 관련해서 어떤 것이 가장 의미 있는 기록일까?

여기에 관해서는 누구나 각기 다른 의견을 가지고 있다. 어떤 사람들은 평균자책점이라고 말하고, 다른 쪽에서는 승수라고 주장하기도 한다. 탈삼진 역시 투수의 능력을 평가하는 데 있어 빼놓을 수 없는 척도다.

스포츠 전문지 스포츠 일러스트레이티드(SI)는 현역 메이저리그 투수들에게 이 대답을 듣고자 했다. 212명의 현역 메이저리그 투수들이 가장 많이 선택한 답변은 평균 자책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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점수를 적게 내주는 투수일수록 팀에서 의미 있는 역할을 맡고 있다 것이 현역 투수들의 생각인 셈이다. 우리가 투수에게 기대하는 것도 바로 이 실점 억제력이다.

하지만 한번 우리 프로야구의 1999 시즌을 생각해 보자. 이 시즌 평균 자책점 1위는 삼성의 임창용(2.14)이었다. 2위는 2.54를 기록한 현대의 정민태.

하지만 정민태(230⅔)는 임창용(138⅔)보다 92이닝이나 더 던졌다. 과연 임창용이 정민태보다 더 의미 있는 시즌을 보냈다고 할 수 있을까? 그러니까 평균 자책점만으로 임창용의 활약이 더 대단했다고 평할 수 있는지를 묻고 있는 것이다.

1999 시즌은 리그 평균 자책점(4.98)이 역사상 가장 높은 시즌이었다. 원년부터 지난 시즌까지 통산 평균 자책은 이보다 1점 이상 낮은 3.96. 확실히 1999 시즌은 타고투저가 절정에 달한 때였다.

거꾸로 리그 평균 자책점이 가장 낮았던 때는 1986년(3.08)이다. 이 시즌 선동열은 0점대 평균 자책점(0.99)을 기록하며 리그를 평정했다. 소화 이닝 역시 무려 262⅔나 됐다. 1986년 선동열의 기록을 정민태와 비교할 수는 없을까? 

그래서 고안된 도구가 바로 RSAA(Runs Saves Above Average)다. RSAA는 리그 평균과 견줘 해당 선수가 한 시즌 동안 몇 점이나 더 막아냈는지를 보여준다. 기준은 실점과 투구 이닝.

이를 테면 이렇다. 리그 평균 자책점이 4.5인 시즌을 생각해 보자. 9이닝당 4.5점의 점수가 난다는 건 1이닝에 0.5점이 난다는 뜻이다. 만약 이 리그에평균 자책점 2.7을 기록한 투수 A가 있다면, 그의 이닝당 평균 실점은 0.3점으로 계산할 수 있다.

그럼 A는 이닝당 평균 0.2점을 덜 실점한 꼴이다. 그리고 그가 실제로 더 막아낸 점수는 그의 소화 이닝에 따라 달라지게 된다. 만약 A가 100이닝을 던졌다면 그는 20점을 더 막은 셈이 되고, 150이닝을 던졌다면 30점의 실점을 억제했다고 말해도 좋을 것이다.

같은 방식으로 1999 정민태의 RSAA를 계산해 보면 70이 나온다. 1986 선동열의 기록은 69다. 평균 자책점과 이닝에서 압도적인 우위를 점했던 선동열과 정민태의 기록이 그리 큰 차이를 보이지 않는 것이다. 아니, 이 수치를 전적으로 신뢰하자면 정민태가 오히려 더 나은 활약을 펼쳤다. (다시 한 번 말하지만 RSAA만 놓고 볼 때 그렇다는 뜻이다.) 

위에서도 이야기했지만, 이는 두 선수가 뛰는 환경이 달랐기 때문이다. 1999년은 투수에게 가장 불리한 시즌이었고, 거꾸로 1986년은 투수에게 가장 유리한 시즌이었다. 이 차이 때문에 정민태의 기록이 높게 나온 것이다.


<표> 역대 RSAA 상위 10걸

그럼 올해 유일한 1점대 평균 자책점(1.74)으로 2위에 1점 가까이 앞선 리오스의 RSAA는 어느 정도 수준일까? 24일 현재까지 리오스의 RSAA는 40으로 역대 27위권이다. 아직 시즌이 끝나지 않았으니 이 기록은 더운 높아질 수도 있다.

만약 현재의 컨디션으로 두 경기 정도만 더 던진다면, 리오스는 2004년에 세운 자신의 최고 RSAA 기록 42를 경신하게 된다. 그리고 여기서 한 경기만 더 잘 던지면, 2000년 LG 해리거가 세운 역대 외국인 선수 최고 RSAA 기록(43) 역시 리오스가 갈아치울 수 있다.

이미 리오스는 지난 시즌까지 105의 RSAA를 기록 역대 외국인 선수 통산 최고 기록 보유자다. 올해 리오스가 해리거를 뛰어 넘는다면, 양과 질 모두에서 최고의 외국인 투수로 확실히 자리매김할 수 있게 되는 셈이다.

리오스가 한국 무대에서 이렇게 뛰어난 성적을 거둘 수 있던 가장 큰 이유는 바로 성실성. 그리고 리오스는 이미 여러 차례 "한국 야구에 대한 존경심"이 자신이 성실함을 꾸준히 유지할 수 있는 원동력이라 밝혔다.

어쩌면 바로 "야구에 대한 존경심"이 특정 기록을 뛰어 넘어 투수에게 가장 의미 있는 것이 아닐까? RSSA가 뛰어난 투수는 감독에게 승리를 안기지만, 야구에 대한 존경심을 가진 선수는 팬들을 감동시키니까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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