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기는 스포츠가 공용어입니다.


❝스포츠에서 유일한 것이 승리라면 이기는 그 순간 다시 경합을 벌여야겠다는 욕구는 사라질 것이다. 그렇다면 마이클 조던과 로저 클레멘스가 나이 마흔에 계속 경쟁을 벌였던 사실을 어떻게 이해할 것인가.❞

─ '소크라테스 야구장에 가다' 中에서

1. 안타와 볼넷 가운데 어떤 것이 출루율에 더 큰 영향을 끼칠까요?

적어도 우리 프로야구에서는 안타가 정답입니다. 프로 원년(1982년)부터 지난해까지 타석 대비 안타(H%) 그리고 볼넷 비율(BB%)과 출루율 사이에 상관관계를 알아보면 H%가 더 높습니다.

출루율이라는 말을 들으면 자연스레 볼넷이 떠오르게 마련입니다. 하지만 안타를 쳐도 출루율은 올라갑니다. 홈런을 쳐도, 끝내기 안타를 쳐도 출루율을 올라갑니다.

또 위에서 언급한 것처럼 타석 대비 볼넷 비율이 높은 선수보다 안타가 많은 선수가 출루율이 높을 가능성이 더 큽니다. 타자는 기본적으로 때리는 사람이니까요.


2. 볼넷이 늘면 타수가 줍니다.

타율은 장타에 대한 정보를 우리에게 전혀 제공하지 못합니다. 하지만 볼넷에 관해서는 한 가지 정보를 알려줍니다. 볼넷은 타수를 줄이기 때문입니다.

만약 타율이 타석 대비 안타수라면 600타석을 기준으로 타율 .250인 타자(A)는 안타 150개를 때렸을 것이고 .350인 타자(B)는 210개를 때렸을 것입니다. 하지만 출루율와 장타율이 같다고 했을 때 볼넷을 더 얻은 타자는 타수가 적을 수밖에 없습니다.

그래서 출루율 .400이라면 A는 480타수, B는 554타수를 기록하게 됩니다. 그래서 60개면 충분했던 안타수 차이 역시 74개로 벌어집니다. 그러니까 타율을 올리려고 안타를 치려 들면 들수록 안타를 더 많이 때려야만 타율을 올릴 수 있다는 이야기입니다.


3. 장타율이 같다고 루타수가 같은 것은 아닙니다.

장타율에 율(率)이 붙어 있기는 하지만 장타율은 비율을 나타내는 지표가 아닙니다. 장타율은 '타수당 평균 루타수' 정도로 바꾸는 편이 실제 개념을 좀 더 정확히 반영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A는 B보다 타수가 적습니다. 그래서 A는 B보다 적은 총루타수를 기록하고도 같은 장타율을 기록할 수 있게 됩니다. 장타율 .500을 치기 위해 A는 240루타를 기록해야 하고, B는 37루타 더 많은 277루타를 쳐야 합니다.

아주 단순히 계산해서 240루타는 60득점(240÷4)이고 277루타는 약 69점이 됩니다. 분명 안타를 기준으로 할 때는 B가 A보다 득점에 기여하는 바가 더 큽니다.


4. 그러나 A는 볼넷이 더 많습니다.

A가 출루율 0.400을 기록하려면 볼넷 120개를 얻어내야 하고, B는 볼넷 46개를 얻어야 합니다. 볼넷 74개 차이라면, 역시 단순 계산으로 약 19점이 됩니다. 지금까지 상황을 요약하면 이렇습니다. 총루타수에서 B가 A보다 9점을 더 거뒀으니 이 점을 감안하면 A가 B보다 약 10점 정도를 더 생산했다고 볼 수 있습니다.

여기서 문제가 되는 건 과연 볼넷으로 얻어낸 루타수가 안타로 얻어낸 그것과 같은 의미를 가질 수 있느냐 하는 문제입니다.

물론 선두 타자에게 단타와 볼넷의 의미는 같습니다. 하지만 단타와 볼넷의 가치를 똑같다고 보는 사람은 아무도 없을 것입니다. 볼넷은 분명 안타, 그 가운데서도 단타보다 가치가 떨어진다는 게 일반적인 평입니다.


5. 그럼 과연 볼넷의 가치는 어느 정도일까요?

두 선수는 OPS가 똑같으니 생산력도 똑같다고 가정해 보겠습니다. 그러면 우리는 루타수에서 얻은 B의 9점으로 A의 19점을 없애야 합니다. 그러면 볼넷은 약 0.47루타에 해당한다는 사실을 알 수 있습니다.

거꾸로 말하자면 볼넷이 0.47루타의 가치를 갖는다면 OPS가 같은 두 선수는 타율은 다르지만 생산력은 비슷하다는 뜻입니다. 그럼 과연 볼넷의 가치는 어느 정도일까요? 0.47루타일까요? 아니면 그 이상일까요?

빌 제임스는 RC에서 볼넷을 우리가 구한 0.47의 절반 정도인 0.24루타라고 보고 있습니다. 그래서 A의 RC는 104, B는 110이 됩니다. 그러니까 RC로 볼 때는 B가 A보다 더 뛰어난 타자인 것입니다.

하지만 여러분 생각에 볼넷의 가치가 0.47보다 뛰어나다고 생각하신다면 A가 더 뛰어난 타자가 될 수도 있습니다. 그건 전적으로 각기 다른 여러분의 관점에 달린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보통은 볼넷이 많은 선수가 장타도 더 많으니까요. 저는 여전히 B를 선택하겠지만 말입니다.


6. 실제 선수들은?

그럼 한번 실제 선수들 기록 가운데 여러분이 더 낫다고 생각하는 타자를 골라 보세요. (괄호를 드래그하시면 선수 이름이 나옵니다.)

2000년에 .276/.412/.605(이승엽)를 친 타자와 2001년에 .338/.413/.602(김동주)를 때린 두 타자가 있습니다.

그리고 89년에 .280/.407/.512(김성한)를 때린 타자와 90년에 .335/.400/.518(이강돈)을 때린 타자도 있습니다.

94년에 .277/.367/.494를 타자(김경기)와 92년에 .309/.368/.493(정문언)

아니면 시대가 다르지만 2004년에 .256/.385/.480(심정수)을 때린 타자와 1989년에 .318/.381/.482(박철우)

계속해서 ;

1996년 .218/.349/.403(박경완) or 2002년 .288/.349/.403(안경현)

2005년.254/.373/.433(심재학) or 2000년에 .323/.374/.433(장원진)

2001년 .242/.335/.481(퀴인란) or 1995년 .290/.333/.481(이도형)

1992년 .292/.392/.496(김성래) or 1986년 .345/.393/.496(박노준)

1999년 .272/.365/.405(김성래) or 1987년 .315/.371/.404(박노준)

1998년 .277/.377/.433(유지현) or 2000년 .323/.374/.433(장원진)

1996년 .266/.368/.484(장종훈) or 2004년 .317/.371/.484(고동진)

1987년 .236/.348/.419(한대화) or 1999년 .279/.344/.419(최훈재)

자기 선택에 얼마나 만족하십니까? 혹시 '역시 야구 몰라요~' 하고 생각한 건 저뿐인가요?



+

여기 등장한 선수들은 처음엔 타석수와 시대를 고려해 시작했으나 이후에는 최저 100타석을 기준으로 무시했음을 알려드립니다.

장종훈 대신 고동진 고르신 분, 손 -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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