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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에서 유일한 것이 승리라면 이기는 그 순간 다시 경합을 벌여야겠다는 욕구는 사라질 것이다. 그렇다면 마이클 조던과 로저 클레멘스가 나이 마흔에 계속 경쟁을 벌였던 사실을 어떻게 이해할 것인가.❞

─ '소크라테스 야구장에 가다' 中에서

2004시즌 포수 부문 골든글러브는 두산의 홍성흔에게 돌아갔다. 골든글러브를 수상한 그 어떤 포수도 홍성흔보다 많은 안타(165)를 때려낸 적이 없으니 얼핏 당연해 보였던 일. 하지만 수상자로 호명되자 홍성흔 본인부터 어색한 표정을 감추지 못했다.

홍성흔은 이 시즌 전경기를 출장했지만 포수로는 88 경기밖에 나서지 않았다. 나머지 경기에서는 지명타자 슬롯이 그의 자리. 따라서 포수 부문 단일 시즌 최다 안타 기록의 의미는 다소 희석돼 버리는 게 사실이다.

물론 그렇다고 타자로서 RCAA 25의 뛰어난 성적을 거둔 사실이 상쇄되는 건 아니다. 어찌됐든 포지션이 포수로 분류된다면 이 정도는 정말 엄청난 기록이다. 그런데도 왜 홍성흔은 어색한 표정으로 수상대에 나섰을까?

홍성흔의 가장 유력한 라이벌은 박경완. 2004 시즌 박경완의 RCAA는 50이었다. 홍성흔의 기록도 대단했지만 박경완은 MVP로 선정되기에도 손색없는 기록이었다는 뜻이다. (참고로 2006 시즌 이대호의 RCAA가 50이었다.) 사정이 이런데도 투표단은 팀 순위와 인기에 앞선 홍성흔의 손을 들어줬다.

사실 이런 경우는 우리 프로야구 역사에서 그리 어렵지 않게 발견된다. 1998시즌 우즈는 MVP를 수상하고도 1루수 골든글러브를 이승엽에게 내줘야 했고, 2002 시즌 혹은 2004년에 한번쯤 이영우에게 골든글러브가 돌아갔어야 했다고 생각하는 팬들도 많다. 2001는 호세는 어떻게 생각하는가?

한번 '진짜 억울했을지 모를' 골든글러브 탈락자 6명을 뽑아 보자.

• 2002년 SK 페르난데스



물론 수비만 놓고 보자면 김한수가 훨씬 더 민첩했다. 하지만 그 차이가 RCAA 20의 차이를 극복할 정도는 아니라고 생각한다.

2002년 삼성은 팀 역사상 처음으로 한국 시리즈 챔피언에 등극했다. 김한수에게는 미안한 이야기지만 우승 프리미엄 그리고 외국인 선수에 대한 차별적 성격이 짙은 수상.


• 1985년 해태 송일섭



이름을 가리고 선수를 뽑는다면 누구를 골랐겠는가. 하지만 어쩔 수 없다. 이 때는 선동열-최동원 매치에서 송일섭이 홈런을 때리기 전이니까 말이다.

물론 당대 최고 인기 선수 가운데 한 명이었던 이광은을 빼는 건 쉽지 않은 일이다. 그래도 이 정도 성적 차이는 너무 심한 게 아닐까?


• 2001년 현대 박경완



위에서 2004 시즌 사례를 들었지만 사실 상황은 2001년이 더욱 심각했다. 홍성흔이 10포인트 높은 타율을 기록하기는 했지만 원래 박경완에게 타율은 '그저 거들 뿐'인 수치다. 나머지 공격 지표는 압도적인 박경완의 승리.

게다가 RCAA가 마이너스 값을 기록한 데서 보듯, 홍성흔은 타석에 들어설 때마다 오히려 팀에 손해를 끼치는 타자였다. 하지만 확실히 홍성흔이 더 젊고 잘 생겼다. 또 한번 인기 투표서 밀린 셈.


• 1993년 삼성 양준혁



솔직히 이 기록을 올리고도 양준혁이 골든글러브를 못 탄 게 말이 된다고 생각하는가? 거꾸로 김기태는? 어떤 부문 후보로 올리든 이런 일이 생기는 건 넌센스라고 생각한다.

만약 이 시즌 양준혁이 골든 글러브를 수상했다면, 한대화의 기록은 진작에 깨졌을 것이다. 그 이유는 조금 뒤에 또 한번 나온다.


• 1991년 빙그레 이정훈



눈을 씻고 찾아봐도 이강돈이 더 잘한 일이라고는 겨우 3게임 더 출장한 것밖에 없다. 그러니까 기록만 놓고 봤을 때는 이정훈이 '당연히' 골든 글러브를 차지했어야 했다는 뜻이다.

하지만 1991년은 또 한번 '김영덕 매직'이 발휘된 시즌이었다. 이 해 이정훈은 장효조를 1리 차이로 제치고 타격왕에 올랐는데 그 과정을 알 만한 사람들은 다 알 것이다. 경기 외적인 요소로 밀린 케이스.


• 1995년 삼성 양준혁



또 양준혁이다. 우승 프리미엄 + 머리작기 + 선후배 등에서 양준혁이 밀렸으니 사실 어쩔 수 없는 일인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제 아무리 홈 구장이 잠실과 대구라도 해도 이 정도 차이는 너무 심했다. 김형석이 받을 수 있었다면, 양준혁도 받아야 했다.


제 아무리 '인기상'에 가까운 골든글러브지만 그래도 적절한 수준의 보상은 돌아가야 되는 게 아닐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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