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윈스 팬들은 한대화 이후 오랜만에 우타거포 내야수가 입단했다며 환영의 뜻을 전했다. 11년간 평균 타율 2할8푼6리에 173홈런, 698타점을 기록한 내야수가 영입된다면 이런 팬덤의 환영은 사실 당연한 일인지도 모른다.
하지만 홍현우는 곧 '홍미륵'이 됐고 이후 LG 구단 "FA 영입 잔혹사"의 초대 주인공이 되고 말았다.
사실 KIA에서 뛴 마지막 시즌이었던 2000년도에도 홍현우는 88게임밖에 출장하지 못했다. GPA .280은 나쁘지 않은 성적이었지만, 361타석은 이전 9년 평균(504)에 비해 28.4%나 줄어든 수치였다.
그리고 그는 두 번 다시 이 정도 타석을 보장받지 못했다. 타석에서 제대로 된 활약을 보여줄 수 없는 선수에게 순수히 타석을 내 줄 감독은 없었기 때문이다.
홍현우의 성적이 이렇게 곤두박질 친 것은 정말 도저히 예측이 불가능한 일이었을까? 한번 알아보자.
지난번에 우리는 투수들의 전성기는 평균 4.6년 정도 지속된다는 사실을 확인한 바 있다. 그럼 야수들의 전성기는 얼마나 지속될까? 이 사실을 알아보면 홍현우 미스테리에 대한 나름의 실마리를 찾을 수 있지 않을까?
전성기를 계산하는 방법은 투수 때와 같다. 그러니까 커리어 평균 기록의 70%선까지를 전성기로 보는 것이다. 다만 야수들의 경우 RCAA가 기준이 된다는 것만 다르다. 역시나 5시즌 이상을 소화한 선수를 대상으로 조사를 실시했다.
한편 투수들의 경우와는 달리 야수들은 고졸, 대졸 여부에 따라 그리 큰 편차를 보이지 않는다. 고졸 야수들이 소위 '정규 분포'에서 상대적으로 크게 이탈한 것은 사실이지만, 대졸 타자의 표본이 고졸에 비해 5배 가량 많다는 점을 생각하면 대단한 오차라고 보기 어렵다.
그런데 이 점에서 우리 FA 제도를 한번 생각해 보자. 현재 프로야구 선수가 FA를 채우기 위해서는 7시즌에 상당하는 경기에 출전해야 한다. 물론 7시즌을 치를 때까지 모두가 전성기였다고 말하기 어려운 건 사실이다. 하지만 소위 '대박'을 터트리기 위해서는 적어도 3~4 시즌 정도는 전성기의 모습을 보여줘야 한다.
자, 4시즌 동안 '크레이지' 모드를 선보인 타자가 있다고 치자. 한 팀이 마침 해당 포지션이 구멍이라 그 선수와 3년간 FA 계약을 체결하려 들었다. 이 선수가 팀의 기대치를 충족시킬 확률은 얼마나 될까? 정답은 21%다. 물론 이 계산에는 선수의 노쇠화에 따른 기록 변화는 온전히 반영되지 못했다.
FA 몸값이 치솟은 가장 큰 이유 가운데 하나는 선수들이 '앞으로 보여줄 수 있는 것'이 아니라 '여태껏 보여준 것'으로 평가받고 싶어 하기 때문이다. 그런데 사실 이미 리그를 지배한 수준의 타자라면 탱크에 '앞으로 보여줄 것'이 그리 많이 남아 있지 않다. 이러니 원하지 않아도 '먹튀'가 될 수밖에 없는 구조가 만들어진 것이다.
따라서 만약 FA 계약을 합리적으로 바꾸길 바란다면 FA 획득 기한을 단축할 필요가 있다. 한 살이라도 젊을 때 계약해야 선수도 보여줄 것이 많을 것이고, 구단 역시 투자 효율이 상승되는 효과를 누릴 수 있다고 믿는다.
좀더 어릴 때 FA 계약을 맺었다면, 홍현우가 지금 꼭 찜질방 사장이 되었다고는 할 수 없는 일이 테니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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