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기는 스포츠가 공용어입니다.


❝스포츠에서 유일한 것이 승리라면 이기는 그 순간 다시 경합을 벌여야겠다는 욕구는 사라질 것이다. 그렇다면 마이클 조던과 로저 클레멘스가 나이 마흔에 계속 경쟁을 벌였던 사실을 어떻게 이해할 것인가.❞

─ '소크라테스 야구장에 가다' 中에서

승리의 해법?


언젠가부터 반말로 글 쓰는 게 편해지더라구요. 그래서 죄송스럽다는 인사부터 q-_-p d_ _b 그럼 갑니다.

농구 경기를 풀어나가는 데 있어 가장 중요한 것 가운데 하나는 상대의 페이스에 말려들지 않는 것이다. 분위기, 흐름, 이 모든 것이 페이스를 어떻게 조절하냐에 달려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래서 상대의 방해 공작에 흔들리지 않고 완급조절을 능숙히 해내는 포인트 가드들이 명성을 얻게 되는 것이다.

그렇다, 바로 완급조절이 페이스의 핵심이다. 경기를 빠르게, 때로 또 느리게 조절하는 능력 말이다. 하지만 대체로 빠른 팀은 빠르다. 그리고 그 반대도 그렇다. 슈팅을 빨리 가져가는 팀은 빠르고, 슛 클락이 다 되어서야 슛을 쏘는 팀은 느리다. 이를 측정하는 방법은 없을까? 그것이 바로 페이스 팩터(Pace Factor)다.

4라운드가 끝난 현재, 가장 빠른 팀은 SK 나이츠다. 페이스팩터라는 78.1, 40분당 SK와 상대팀 각각 78.1번 정도 공격권을 소유하게 된다는 뜻이다. 2위팀 전자랜드 블랙슬래머(76.0)과 비교할 때도 2번 정도 차이가 나는 수치. 거꾸로 가장 느린 속도의 농구를 구사하는 팀은 동부화재 프루미로 40분당 70.8번밖에 되지 않는다. SK와 비교할 때 7번 정도나 차이가 난다.

여기서 우리는 중요한 사실 한 가지를 발견할 수 있다. SK는 총득점 1위(3227) 팀인 반면, 동부는 팀 득점 최하위(2815)를 차지하고 있다는 점이다. 그러니까 빠른 공격을 하면 할수록 득점이 늘어날 확률이 많으며, 그 반대 역시 마찬가지라는 것이다. 물론 이는 슈팅%가 비슷하다는 전제가 성립할 때 가능한 일이다. 3점슛이 전체 필드골에 미치는 효과를 고려한 eFG%(Effective Field Goal%)를 알아보면, SK(54.0%), 동부(54.5%)로 역시 별반 큰 차이가 없다는 사실을 발견할 수 있다.

따라서 평균 득점으로 팀 공격력을 측정하는 건 그리 현명한 접근이 아니다. 실점 역시 마찬가지다. 이런 점들을 염두에 두고 고안된 메트릭이 바로 효율성(Efficiency)이다. 득/실점과 마찬가지로 효율성 역시 공격과 수비 부분으로 나뉘며, 이는 100번의 공격권이 주어졌을 때 몇 점이나 득점할 수 있는가를 보여준다.

SK의 경우 공격 효율(Offensive Efficiency)에 있어 114.3으로 리그 5위를 기록했다. 많은 득점이 상당 부분 빠른 페이스에 의존한 결과라는 뜻이다. 공격 효율 부분 1위 팀은 118.4를 기록한 서울 삼성 썬더스다. 이 팀은 eFG%에 있어서도 56.4%를 기록하며 리그 1위를 기록했다. 하프코트 오펜스의 안정성이 빛을 발휘는 부분이다. 뿐만 아니라 자유투까지 고려한 TS%(True Shooting%)에 있어서도 60.0%로 1위를 차지했다. 2점짜리 필드골 이외에도 3점슛과 자유투 모두에 있어 성공률 높은 슈팅을 선보인 것이다.

반면 수비 효율(Defensive Efficiency) 1위 팀은 모비스 피버스(107.4)가 차지했다. 가장 주목할 만한 건, 상대팀은 모비스를 상대로 625개의 3점슛밖에 시도하지 못했다는 점이다. 이는 리그 평균 770.5개와 비교할 때 현격하게 낮은 수치다. 34.1%에 그친 3점슛 성공률 역시 33.3%의 LG 세이커스에 이은 2위 기록, 모비스를 상대로는 3점슛을 시도하기도 어려웠고, 또 성공시키기도 그만큼 어려웠다는 뜻이다.

하지만 동부의 성적도 만만치 않다. 동부의 수비 효율은 108.9, 모비스와 함께 110이 넘어가지 않는 유이한 팀이다. 동부를 상대로 한 나머지 9개 팀은 44.7%의 슈팅밖에 성공시키지 못했다. eFG%와 TS% 역시 50.4%, 52.9%로 최하위다. 그만큼 동부의 수비가 두터웠다는 뜻이다. 사실 수비의 최종 목적은 수비 리바운드다. 상대팀이 슈팅 실패를 수비 리바운드로 연결시킨 비율을 보여주는 메트릭인 DRR(Defensive Rebound Rate)을 알아보면, 동부의 기록은 67.6%밖에 되지 않는다. 이는 SK의 66.8%에 이은 리그 9위 기록이다. 이런 낮은 DRR에도 최소 실점, 최저 2위 DEF를 기록할 수 있던 배경엔 바로 상대의 슈팅 성공률을 낮추는 강력한 수비가 자리 잡고 있었던 것이다.

결론을 내자면 이렇다. SK의 공격력은 상당부분 빠른 슈팅의 산물이다. 많은 슈팅을 시도함으로써 많은 득점을 만들어 냈다는 얘기다. 하지만 내실을 들여다보면 그리 뛰어난 공격력을 선보였다고 보기가 어렵다. 공격권 100회당 어시스트 비율을 알려주는 AsR을 살펴보면, SK의 기록은 14.0으로 리그 최하위다. 반면 포인트 가드 문제로 골머리를 썩는 동부의 경우 15.1로 KT&G와 함께 공동 2위에 올랐다. 1위는 15.5의 모비스.

4라운드까지 동부는 23승을 거뒀고, 모비스 역시 22승 팀이었다. 일찌감치 플레이오프 직행을 확정지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SK 역시 나쁜 순위는 아니지만, 승수는 4승이나 차이가 난다. 이 차이는 어디서 비롯됐을까? 강력한 수비와 팀원 전체가 참여하는 유기적인 공격. 적어도 '05-'06시즌 4라운드까지, 승리의 해법은 바로 이것이 아니었을까?


사실 APBR은 SABR보다도 아직 불완전하긴 하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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