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기는 스포츠가 공용어입니다.


❝스포츠에서 유일한 것이 승리라면 이기는 그 순간 다시 경합을 벌여야겠다는 욕구는 사라질 것이다. 그렇다면 마이클 조던과 로저 클레멘스가 나이 마흔에 계속 경쟁을 벌였던 사실을 어떻게 이해할 것인가.❞

─ '소크라테스 야구장에 가다' 中에서

타자들의 기록을 통해서도 확인했습니다만, 특정 구단에 강하거나 약한 선수들이 분명 존재합니다. 그 까닭은 인간관계 때문일 수도 있고, 자기보다 예쁜 엉덩이를 가진 선수 때문일 수도 있습니다. 지난 번 타자에 이어, 이번에는 특정 구단에 강하거나 약했던 투수들을 알아보도록 하겠습니다.

기준으로 삼은 건 RSAA(Runs Saved Above Average)입니다. 이는 Pitching Runs와 기본적으로 그 궤를 같이 하는 메트릭입니다. 말 그대로 평균에 비해 몇 점이나 더 막아냈는가를 나타내주는 지표, 따라서 (-)값을 기록하게 될 수도 있습니다.

그럼 최종 순위順으로 정렬된 결과물입니다. ;

- 對 삼성

弱 ; 기아에서 리오스의 RSAA는 -13점이었다. 두산으로 옮긴 이후에는 +29로 확실히 좋아졌다. 하지만 기아 시절 삼성戰 RSAA는 -9, 두산으로 옮긴 이후에는 -19점으로 오히려 나빠졌다. 정말 지독히도 약했다.

强 ; 손민한의 시즌 전체 RSAA는 33. 오승환과 함께 시즌 공동 1위다. 이 가운데 33%를 삼성 전에서 챙겼다. 리그 1위팀을 상대로 말이다. 특히 배영수와 맞붙어 1:0으로 완투패 했던 경기는 아마 두고두고 인구에 회자될 만한 경기였다.


- 對 두산

弱 ; 현대 팬들에게 올해 두산은 정말 악몽 같은 존재였다. 최종 전적 6승 12패. 중반 이후 나름 격차를 좁히긴 했지만, 중반까지 두산만 만나면 졌다고 생각하기 일쑤였다. 무엇보다 에이스의 부진이 컸다. 캘러웨이의 對 두산 RSAA는 -16. 시즌 전체 기록인 +5에 비해서 확실히 쳐지는 수치다.

强 ; 사실 두산을 상대로 최고의 RSAA를 기록한 선수는 오승환(+7)이다. 하지만 그는 그냥 그러려니 하자. 이건 어떨까? 바르가스의 시즌 전체 RSAA는 -12, 두산과의 경기에선 +3이었다. 로또가 터져야 할 때 터져줬다고 해도 괜찮지 않을까?


- 對 SK

弱 ; SK 프런트는 계속해서 '인천'이라는 코드를 마케팅에 적극 활용하고 있으며, 팬들로부터 괜찮은 호응을 얻어내고 있다. 하지만 그렇다고 인천 출신 최상덕을 영입할 필요는 전혀 없을 것 같다. SK와의 경기에서 RSAA -10을 기록, 인천 팀 선수들을 한껏 도와줬다.

强 ; 프로 스포츠에서 라이벌리가 빠진다면 재미는 반감될 게 틀림없다. 여러 가지 문제로 SK와 현대는 라이벌 아닌 라이벌 관계. 그래서일까? 손승락은 시즌 내내 -18의 초라한 RSAA로 루키 시즌을 마감했지만, SK와의 경기에선 +7을 기록했다.


- 對 한화

弱 ; 혹시 스투에 토스공과 낚시한 글을 읽으신 분은 아시겠지만, 크루즈는 한화와의 경기 이후 침체에 빠졌던 게 사실이다. 물론, 일부러 져 준 것이긴 했다. 너무도 확실하게 티를 냈다. RSAA -6, 시즌 전체는 +11이었다.

强 ; 궁금하다. 한화가 옆구리 투수에 약하기 때문에 신승현 선수에게 약했던 것인지, 아니면 신승현 선수에게 약했기 때문에 옆구리 투수에 약하다는 소리가 나왔던 건지. 아마도 둘 다 일 것 같다. 이 깡패들을 상대로 +11의 RSAA를 기록했다. 시즌 전체 기록이 +14라는 점을 생각하면, 꽤 높은 수치다.


- 對 롯데

弱 ; 유니콘스의 자이언츠 상대 전적은 6승 11패 1무. 현대의 열세다. 그 이유를 알아볼까? 현대 투수 다섯 명 - 송신영, 정민태, 오재영, 김수경, 전준호 -의 롯데 상대 RSAA는 -16이다. 개인적으로 김수경 선수의 6월 4일 경기가 가장 기억이 남는데, 롯데 타자들 정말 시원시원스러웠다. 특히 강민호 선수의 장내 홈런은 더더욱 그랬다.

强 ; 우리야 한 둘이겠어?, 하고 말씀하실 롯데 팬들의 목소리가 들리는 듯 하다. 하지만 역시 단연 최영필이다. 시즌 전체 RSAA는 +16, 롯데와의 상대 기록 역시 +16. 다른 팀과 경기할 때 최영필은 그저 평균 수준의 투수였을 뿐이다. 하지만 롯데를 만나선, 여러분들이 생각하는 것 이상이었는지도 모르겠다.


- 對 LG

弱 ; 다시 한번, 바르가스의 시즌 전체 RSAA는 -12였다. 따라서 LG를 상대로 -13 정도를 기록한 건 어쩌면 애교인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그렇다고, 상대 전적 최악의 RSAA를 기록한 투수라는 기록이 달라지는 건 아니다. 늘 터지는 건 로또가 아니다.

强 ; 롯데는 LG를 상대로 11승 7패를 기록했다. 이는 현대 상대 11승 6패 1무에 이어 두 번째로 높은 상대 승률. 왜 그랬는지 또 한번 알아보면, 롯데에서 뛰는 네 명의 이氏 투수 - 이상목, 이왕기, 이명우, 이용훈-가 LG를 상대로 기록한 RSAA는 +22에 달한다. 충분히 그럴 만 했다.


- 對 현대

弱 ; 김진우는 어느 틈엔가 이번 시즌에도 145이닝이나 던졌다. RSAA는 +5, 기대치에는 못 미치지만 나쁜 수준이라고 말하기는 어렵다. 하지만 상대가 현대라면 얘기는 달라진다. 14.1이닝 동안 15실점. 방어율 9.42, RSAA는 -8이다.

强 ; 현대가 두산에 약하다는 얘기는 이미 위에서 했다. 두산 타선은 현대의 에이스를 신나게 두들겨 팬 깡패들이었다. 그럼 현대는 상대 에이스에게 어땠을까? 비록 1패를 안기긴 했지만, 박명환에게 4승이나 선물했다. 방어율 1.23, RSAA는 +9였다.


- 對 기아

弱 ; 이번 시즌 SK는 기아에게 8패를 당했다. 그 가운데 6패는 각각 3패씩 나눠 가진 신승현과 채병룡 선수의 몫이다. 두 선수의 기록을 종합한 기아 상대 RSAA는 -12, 시즌 천제는 +14였다. 이런 차이는 상당 부분 신승현 선수의 책임이다.

强 ; 예상하신 대로, 배영수다. 32.1이닝 동안 다섯 점밖에 허용하지 않았다. 방어율 1.11, RSAA +12. 그나마 삼성을 상대로 거둔 3승 가운데 1승이 배영수로부터 얻어냈다는 게 유일한 위안, 그것도 홈구장에서 얻어낸 결과였으니 달콤하다고 불러도 좋을 것 같다. 하지만 3승을 선물한 것도 상쇄할 수 있을까?

어때요? 예상하셨던 대로입니까? 개인적으로, 김수경 선수가 3회까지 8실점이었나 할 때, 정말 좌절 모드였던 기억이 새삼스레 떠오릅니다. 롯데가 현대 타선이 도저히 극복하지 못할 만큼 점수를 따내자 그 전까지의 이 악물던 모습이 갑자기 사라지고 슬렁슬렁 던지던 손 교주의 모습이 ㅠㅠ 그래도 가뿐히 승수를 따가는 센스. 그래서 올해 손교주에게 미쳐 있었던 듯.


+

규정 이닝으로 잡은 건 18이닝이었고, 근소한 차이로 규정이닝에 미달한 경우, 그러니까 경기수는 많았는데 조기 강판됐다거나 했던 경우는 이따금 포함되기도 했음을 일러둡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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