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기는 스포츠가 공용어입니다.


❝스포츠에서 유일한 것이 승리라면 이기는 그 순간 다시 경합을 벌여야겠다는 욕구는 사라질 것이다. 그렇다면 마이클 조던과 로저 클레멘스가 나이 마흔에 계속 경쟁을 벌였던 사실을 어떻게 이해할 것인가.❞

─ '소크라테스 야구장에 가다' 中에서



-なわ-ばり繩張り
(1) 줄을 쳐서 경계를 정함.
(2) (폭력배 등의) 세력 범위. 세력권.

우리가 익숙히 들어 온 /나와바리/의 실체입니다. 사실 운동 선수들이라고 해서 매일 죽어라 운동만 할 수는 없는 노릇입니다. 어릴 적부터 뛰어난 신체 조건과 탁월한 운동 능력을 갖추었기 때문에 약한 친구들을 도와주는 정의의 사도 노릇을 하기도 했고, 때로는 말썽 꾸러기로 낙인 찍히기도 했던 시절도 있었을 것입니다. 하지만 이제 프로 선수로서 얼굴도 많이 알려졌고, 또 경제적으로도 안정됐기 때문에 소위 '생활'을 하는 선수들은 그리 많지가 않습니다.

하지만 파란만장했던 어린 날의 공격성은 쉽사리 사그라들지 않습니다. 특히 그런 공격성은 자신의 나와바리 안에서 더더욱 빛을 발하게 마련입니다. 선수들을 칭찬해 주고 싶은 건, 그런 공격성을 타인에 대한 물리적 폭력, 즉 파괴적인 방향으로 사용하지 않고, 힘찬 스윙을 통해 창조적으로 사용했다는 점입니다. 각각의 나와바리에서 여전히 자신이 죽지 않았음을, 주먹이 아닌 방망이로 자랑하고 있는 선수들을 한번 알아보도록 하겠습니다.

그러니까 결론은 특정 구장에서 잘하는 원정 팀 선수를 찾아보겠다는 뜻입니다 -_-; RCAA는 구장의 영향을 받는 기록입니다. 구장 효과를 따져서 계산하지 않고(귀차니즘으로 -_-), 각 구장에서의 득점력을 기준으로 계산했음을 일러둡니다.


- 광주 ; 이대호 RCAA +9, GPA .466, HR 4, RBI 12

물론 광주는 이번 시즌 가장 홈런 치기 쉬운 구장이었다. 그리고 타점은 자신의 능력도 능력이지만 앞선 타자들의 출루에 큰 영향을 받는다. 하지만 김진우랑 맞짱 뜨려던 까닭을 곰곰히 생각해 보면 이해가 간다. 아니 그런가?


- 군산 ; 정성훈 RCAA +5, GPA .492, HR 2, RBI 4

사실 군산, 청주, 마산 등은 표본으로 삼기엔 표본이 너무 적다. 하지만 11타석에서 홈런을 2개나 몰아친 건 칭찬해 줄 만한 일이다. 하지만 우리 재간둥이가 아무리 날아다니는 곳이라고 해도, 지금 이 상태라면, 다음 시즌부턴 군산에서 야구 하지 않기를 바란다. 억짱님을 생각해서라도 말이다.


- 대구 ; 김재현 RCAA +6, GPA .396, HR 3, RBI 6

돈 때문에 SK로 옮긴 건 아니었지만, 어쩌면 삼성에서 영입을 노려봄직했는지도 모르겠다. 특히 불양 형님께서 줄기차게 왼손 대타가 부족하다고 말씀하시는 걸 생각해 보니, 더더욱 그렇다 -_-;


- 대전 ; 송지만 RCAA +11, GPA .444, HR 6, RBI 15

아마도 전국에서 면적당 교회가 가장 많은 도시가 대전이 아닌지 조사해 보고 싶은 충동이 일었다. 혹은 화장실이 혼자 웃기에 아주 좋은 구조로 되어 있는지도 -_-; 수원에서의 RCAA는 -3, 현대팬들이 달리 이뻐하기 힘든 게 아니다.


- 마산 ; 황윤성 RCAA +3, GPA .531, HR 1, RBI 2

다시 한번, 군산, 마산, 청주는 표본으로 삼기엔 표본이 너무 적다. 하지만 인터뷰가 빨리 올라오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뽑았다. 불양 형님, 부탁드립니다. ^_^ 그리고 원정 타자 가운데 가장 높은 RCAA를 기록한 것 역시 분명한 사실이다.


- 문학 ; 문희성 RCAA +8, GPA .438, HR 2, RBI 4

사실 박기혁을 떠올리셨을 분들도 계셨으리라고 본다. RCAA +4로 박기혁 역시 좋은 모습이었다. 특히 이번 시즌 홈런 세 개 모두를 문학에서 때려내기도 했다. 아, 이렇게 쓰고 보니 박기혁을 뽑을 걸 그랬다. 그런데 왜 문희성을 뽑았을까? 그저 3연속 두산 선수들을 뽑고 싶었나 보다.


- 사직 ; 장원진 RCAA +8, GPA .453, HR 0, RBI 12

박한이 선수는 사직에서 인상에 남는 장면을 많이 보여줬다. 하지만 그의 RCAA는 +5밖에(?) 되지 않는다. '언제' 그것이 발생했느냐, 에 대해서는 박한이 선수가 우위일지 몰라도, '얼마나' 발생했느냐에 있어서는 장원진 선수가 우위다. 우리 누나가 가장 좋아하는 선수이기도 하다. -_-;


- 수원 ; 마해영 RCAA +10, GPA .524, HR 3, RBI 13

그 홈런 기억하고 있습니다.(2) 마해영 선수가 괜히 무섭다고 느껴졌던 게 아니었다. 정말 수원에서 본 그의 모습은, 공포 그 자체였다. 그래서 마님의 후반기 기록을 보고도 못 믿었는지 모르겠다. 어쩌면 내 눈을 더 못 믿는 건지도 모를 일이다.


- 잠실 ; 이대호 RCAA +8, GPA .349, HR 1, RBI 16

또 한번 이대호다. 잠실에서 RCAA 1~4위를 차지한 선수는 모두 LG 선수들이다. - 이병규(+22), 박용택(+12), 클리어(+10), 이성열(+9) 원래 홈구장에서 선수들이 더 잘한다는 걸 감안하자면 당연한 결과일 수도 있다. 재미있는 건, 그 다음 5~7위는 모두 롯데 선수들의 몫이라는 점이다. - 이대호(+8), 펠로우(+8), 박기혁(+8) 두산팬들 걱정 마시라, 그 다음은 동주곰이니까. (+6)


- 청주 ; 이호준 RCAA +7, GPA .544, HR 3, RBI 4

물론 경기수가 너무 작아서 (1/3 수준이다.) 탈락하기는 했지만, GPA .544는 리스트 가운데 가장 높은 기록이다. 14타수 7안타에 2루타도 하나 포함돼 있었다. 그밖에도 같은 팀의 이진영(+4), 조중근(+4), 김재현(+3), 정경배(+2) 등이 모두 상위권에 이름을 올리고 있다. 청주전 무패 신화는 이렇게 깨졌던 것이다.


역시나 특정 구장에서 가장 강한 임팩트를 남긴 선수는 서튼이었습니다. 정말 서튼의 수원 구장 기록(RCAA +39, GPA .405, HR 23, RBI 54)은 서튼에게 반하지 않고서는 도저히 견딜 수 없게 만드는 이유를 다시 한번 제공해주고 있습니다. 내년에도 서튼 선수, 자신의 나와바리를 굳건히 지켜주길 바라면서 글을 마칠까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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