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 갈매기'는 올해도 비상하지 못했습니다.
프로야구 롯데가 7년 연속으로 포스트시즌 문턱을 넘지 못한 것.
롯데는 24일 수원 방문 경기에서 KT에 1-5로 패했습니다.
그러면서 '트래직 넘버' 1이 사라지고 말았습니다.
롯데는 이날까지 시즌 전적 63승 4무 72패(승률 0.467)로 7위.
롯데가 남은 5경기에서 모두 이기면 68승 4무 72패(0.486)가 됩니다.
이날 기준 5위 KT(70승 2무 70패·승률 0.500)가 남은 2경기에서 모두 패해도 승률 0.493(70승 2무 72패)로 롯데보다 높습니다.
그러니까 롯데는 이제 무슨 짓을 해도 올해 '가을 야구' 무대를 밟을 수 없습니다.
롯데가 포스트시즌에 진출한 건 2017년(정규리그 3위)이 마지막입니다.
그리고 롯데가 2013년부터 올해까지 12년 사이에 유일하게 가을 야구 무대를 밟은 것도 2017년뿐입니다.
프로야구는 기본적으로 전체 팀 중 절반이 포스트시즌으로 향합니다.
그러면 12년 사이에 딱 한 번만 가을 야구 초대장을 받은 확률은 0.32%인데 그 어려운 일을 롯데가 해냈습니다.
롯데는 지난 시즌 종료 후 김태형(57) 감독에게 지휘봉을 맡겼습니다.
두산 시절 '명장' 소리를 듣던 그였지만 올해는 개막 후 4연패로 시즌을 시작해야 했습니다.
5월로 달력을 넘겨야 할 때도 롯데는 8승(1무 21패)을 거두는 데 그치면서 '봄데'도 못했습니다.
5월 성적은 13승 1무 10패(승률 0.565)로 나쁘지 않았지만 '꼴찌'는 여전히 롯데였습니다.
이후 롯데는 '아킬레스와 거북이' 역설에 시달리게 됩니다.
롯데는 6월 1일부터 올스타 휴식기 이전까지 14승 1무 11패(승률 0.560)로 10개 팀 중 가장 좋은 성적을 올렸습니다.
문제는 '역대급'이라고 평가받은 순위 경쟁 속에서 승패 마진 +3을 기록한 게 전부였다는 점.
그래서 가을 야구를 꿈꿀 만큼 순위를 끌어올리기지 못한 건 어쩌면 당연한 일이기도 했습니다.
치고 올라갈 수 있을 때 더 치고 올라가지 못한 건 상승세를 탈 만하면 역전패를 당해 분위기가 꺾였기 때문입니다.
롯데가 시즌 득점과 실점이 똑같던 날 썼던 '데이터 비키니'를 통해 말씀드렸던 것처럼 롯데는 역전패가 가장 많은 팀입니다.
이 기사가 나간 7월 23일 기준으로 25번이었던 시즌 역전패는 38번으로 13번이 늘었습니다.
이 기간 역전패를 13번 당한 것 역시 리그 최다 기록입니다.
롯데가 역전패가 많은 이유는 수비가 약하기 때문입니다.
롯데는 이날까지 범타처리율(DER) 0.649로 역시 최하위 기록을 남기고 있습니다.
땅볼 유도가 많은 투수진을 갖춘 팀이 '성담장'으로 수비를 강화하려고 한 뒤로 계속 되풀이되는 문제입니다.
성민규 전 단장(42)도 이 문제를 모르지 않았기에 자유계약선수(FA) 시장에서 노진혁(35)을 영입했겠지만 결과는…
올 시즌 또 한 가지 특징은 방문 경기에서 약해도 너무 약했다는 점입니다.
롯데는 이날까지 안방 경기에서 36승 3무 29패(승률 0.544)를 기록 중입니다.
2위를 확정한 삼성의 이날 현재 승률이 0.550(77승 2무 63패)입니다.
반면 방문 경기에서는 27승 1무 43패(승률 0.386)로 10개 팀 중 가장 나쁜 성적을 거두는 데 그쳤습니다.
타자 | 안방 | 방문 |
윤동희 | .930 | .732 |
나승엽 | .936 | .793 |
고승민 | .917 | .701 |
황성빈 | .984 | .647 |
이 표를 통해 확인할 수 있는 것처럼 롯데 팬들이 '준비된 미래'라고 평가하는 △윤동희(21) △나승엽(22) △고승민(24) △황성빈(27) 등 '윤나고황' 모두 방문 경기에서는 힘을 쓰지 못했습니다.
전체적으로 롯데 타선은 안방 경기에서 10개 구단 중 2위에 해당하는 팀 OPS(출루율+장타력) 0.825를 기록했지만 방문 경기 때는 0.733(7위)으로 내려갔습니다.
또 김원중(31)도 안방에서 2.50이었던 평균자책점이 방문 경기 때는 5.40까지 치솟는 '똥개파' 마무리 투수였습니다.
그나마 다행스러운(?) 사실은 김원중이 블론 세이브를 안방과 방문 경기에서 똑같이 3개 기록했다는 점입니다.
롯데가 내년에도 포스트시즌 초대장을 받지 못하면 구단 역사상 최장기 '가을 야구 가뭄'을 맞게 됩니다.
이전까지는 2018년부터 올해까지 그리고 '888-8577' 시절인 2001~2007년 사이 7년이 공동 1위 기록입니다.
겨울이 되면 전통에 따라 '내년에는 다르다'는 기사가 쏟아질 게 틀림없는 일.
도대체 언제쯤 롯데는 진짜로 팬들에게 '희망'이라는 건 선물할 수 있을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