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기는 스포츠가 공용어입니다.


❝스포츠에서 유일한 것이 승리라면 이기는 그 순간 다시 경합을 벌여야겠다는 욕구는 사라질 것이다. 그렇다면 마이클 조던과 로저 클레멘스가 나이 마흔에 계속 경쟁을 벌였던 사실을 어떻게 이해할 것인가.❞

─ '소크라테스 야구장에 가다' 中에서

페르난도 발렌수엘라 투구 모습. 로스앤젤레스타임스(LAT) 홈페이지

'엘 토로' 페르난도 발렌수엘라가 세상을 떠났습니다. 향년 64세.

 

발렌수엘라가 1980년부터 1990년까지 몸담았던 LA 다저스는 발렌수엘라가 22일(현지시간) 숨을 거뒀다고 이날 전했습니다.

 

멕시코 출신인 발렌수엘라는 신인 자격을 유지하고 있던 1981년 25경기에 등판해 192와 3분의 1이닝을 던지며 13승 7패 평균자책점 2.48을 기록했습니다.

 

파업 때문에 일정을 단축한 이해에 발렌수엘라는 완투(11경기), 완봉(8경기), 탈삼진(180개)까지 모두 리그 1위에 이름을 올렸습니다.

 

그러면서 내셔널리그 신인상사이영상을 동시에 받았습니다.

 

메이저리그(MLB) 역사상 이런 기록을 남긴 선수는 여전히 발렌수엘라뿐입니다.

 

1981년 월드시리즈 3차전에 선발 등판한 페르난도 발렌수엘라. 로스앤젤레스(LA)=AP 뉴시스

1981년은 다저스가 올해와 마찬가지로 뉴욕 양키스와 월드시리즈를 치렀던 해이기도 합니다.

 

뉴욕에서 열린 1, 2차전을 연이어 내준 다저스는 3차전에 선발 등판한 발렌수엘라의 완투승으로 추격을 시작했습니다.

 

그리고 이후 세 경기를 내리 따내며 결국 4승 2패로 월드시리즈 정상을 차지했습니다.

 

다저스는 1988년에도 월드시리즈 무대를 밟았지만 발렌수엘라는 이미 오렐 허샤이저(66)에게 팀 에이스 자리를 내준 다음이었습니다.

 

1991년 다저스로부터 방출 통보를 받은 발렌수엘라는 캘리포니아(현 LA 에인절스), 볼티모어, 필라델피아, 샌디에이고, 세인트루이스를 거쳐 1997년 MLB 생활을 마감했습니다.

 

발렌수엘라는 MLB에서 17년 동안 뛰면서 173승(153패)을 거뒀는데 이는 여전히 멕시코 출신 투수 최다승 기록으로 남아 있습니다.

 

1981년 월드시리즈 3차전에서 데이브 윈필드를 삼진으로 잡아낸 스크루볼. 유튜브 화면 캡처

발렌수엘라 이야기에 빠질 수 없는 게 스크루볼입니다.

 

스크루볼은 발렌수엘라 같은 왼손 투수가 던지면 오른손 타자 바깥쪽으로 흘러 나가는 궤적을 그립니다.

 

한마디로 커브볼과 반대로 움직이는 구종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문제는 공을 던질 때 팔을 비틀어야 하기 때문에 부상 위험이 크다는 것.

 

서클 체인지업을 던지면 스크루볼과 비슷한 효과를 낼 수 있어 스크루볼은 현재 자취를 거의 감춘 상태입니다.

 

똑같이 외국에서 온 왼손 투수에 비슷하게 움직이는 공을 던지기 때문에 류현진(37·한화)을 발렌수엘라와 비교하는 팬들도 있었습니다.

 

LA 다저스 중계 부스에 앉아 있는 페르난도 발렌수엘라. 로스앤젤레스타임스(LAT) 홈페이지

발렌수엘라는 2003년 구단 스페인어 해설위원으로 다저스로 돌아와 올 시즌까지도 이 자리를 지키고 있었습니다.

 

그러다 건강 문제로 지난달 이 자리를 내놓았고 결국 다시 마이크를 잡지 못하게 됐습니다.

 

다저스는 1991년 발렌수엘라가 떠난 뒤 아무도 쓰지 않았던 34번을 지난해 영구결번으로 지정하기도 했습니다.

 

스탠 카스텐 다저스 회장은 "발렌수엘라는 팀 역사상 가장 영향력 있는 선수였다. 너무 일찍 떠났다"고 추모사를 냈습니다.

 

삼가 고인의 명복을 빕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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