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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에서 유일한 것이 승리라면 이기는 그 순간 다시 경합을 벌여야겠다는 욕구는 사라질 것이다. 그렇다면 마이클 조던과 로저 클레멘스가 나이 마흔에 계속 경쟁을 벌였던 사실을 어떻게 이해할 것인가.❞

─ '소크라테스 야구장에 가다' 中에서

물론 신인왕 출신 선수를 놓고 사람들에게 주목받지 못한다고 말하는 건 좀 잘못된 이야기인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이 선수가 리그에서 최악에 가까운 성적을 거두고 있는 팀에서 뛴다면 어쩌면 당연한 귀결일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든다. 진정한 군계일학(群鷄一鶴), 바로 제이슨 베이 이야기다.

오늘 현재까지 베이의 시즌 OPS는 1.053으로 푸홀스에 이어 NL 2위다. 구장 효과를 감안한 GPA를 살펴봐도 .354나 된다. 얼마 전까지 4할이 넘었던 푸홀스(.397), 투수에게 유리한 홈구장을 쓰는 미겔 카브레라(.362)를 제외하면 그보다 높은 수치를 기록 중인 타자는 없다. VORP도 사정은 마찬가지다. 그는 빅 리그 전체에서 대체 선수와 비교할 때 가장 높은 가치(23.6)를 갖는 좌익수다. 배리 본즈(12.6)조차 이번 시즌에는 베이의 상대가 되지 못한다. 피츠버그 팬들에게는 요즘 유행하는 말대로 '완소' 베이의 모습이다.

사실 베이의 이런 활약은 올해가 처음이 아니다. 지난해에도 베이는 34에 달하는 뛰어난 Win Shares를 기록했다. 지난해 피츠버그가 67승밖에 거두지 못한 걸 감안하자면 상당히 높은 수치다. 일반적으로 3 Win Shares가 1승이라고 했을 때 전체 승리의 16.9%가 베이의 몫이었다는 뜻이다. 『THT Annual 2006』에 따르면 베이는 지난해 자신의 연봉에 비해 1600만 달러나 더 뛰어난 활약을 보인 것으로 계산될 수 있다고 한다. 가격대비 효율이라는 측면에서는 그 누구도 따라올 수 없을 만큼 뛰어난 성적을 보여준 셈이다.

하지만 지난 시즌에 이어 이번 시즌 역시 피츠버그의 사정은 암울하기만 하다. 현재까지의 승률 .333로는 시즌이 끝날 때까지 54승밖에 거둘 수가 없다. 100패가 넘는 성적이다. 게다가 이번 시즌 새로 피츠버그를 맡은 트레이시 감독은 팀의 부진한 성적을 선수들 탓으로 돌리고 있다. 팀의 분위기도 결코 좋다고 할 수 없는 상태라는 얘기다. 따라서 베이의 이런 고군분투가 더더욱 안타깝게만 느껴진다.

MLB 올스타 선발에는 팀 별 분배의 원칙이 있다. 모든 팀에서 최소한 한 명의 올스타는 선발된다는 뜻이다. 베이는 작년에 이어 올해도 팀을 대표해 올스타전에 출장하게 될 가능성이 높다. 그러나 이런 배려가 없더라도 사실 그는 이미 진정한 올스타급 선수다. 게다가 이번 시즌 올스타전은 피츠버그의 홈구장 PNC 파크에서 열린다.

하지만 그가 진정 바라는 건 자기 자신이 올스타에 출전하는 일이 아니라 팀이 5할 이상의 승률을 거두는 것인지도 모르겠다. 아니, 어쩌면 그 이상을 기대할는지도 모르겠다. 한 여름방의 향연이 아니라 가을 축제가 결국 야구 선수들이 가장 뛰고 싶어 하는 무대이기 때문이다. 개인적으로도 아름다운 PNC 파크에서 올스타전이 아닌 플레이오프 경기가 열리는 걸 보고 싶다.

피츠버그가 마지막으로 5할 이상의 승률을 달성했던 건 본즈가 마지막으로 피츠버그 유니폼을 입고 뛰었던 '92년의 일이다. 그 뒤로 13년간 연속해서 5할 승률 밑이다. 본즈 이후 피츠버그의 좌익수는 자일스-베이로 이어졌다. 하지만 상황은 별로 나아진 게 없다. 올해 역시 꽤 많은 선수를 영입했음에도 별 재미를 못 보고 있는 형편이다. 이제 유능한 선수들을 영입하고 싶어도 해당 선수들이 기피하는 경우도 생기고 있다.

사실 제이슨 베이는 샌디에고 팜 출신 선수다. 만약 박찬호가 등판한 경기에서 그의 활약을 볼 수 있었다면 국내에서도 '박찬호 도우미'로 이름을 높였을지도 모를 일이다. 그래서인가 더더욱 그에게 연민이 든다. 군계일학이라는 낱말은 때로 너무 외로워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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