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기는 스포츠가 공용어입니다.


❝스포츠에서 유일한 것이 승리라면 이기는 그 순간 다시 경합을 벌여야겠다는 욕구는 사라질 것이다. 그렇다면 마이클 조던과 로저 클레멘스가 나이 마흔에 계속 경쟁을 벌였던 사실을 어떻게 이해할 것인가.❞

─ '소크라테스 야구장에 가다' 中에서

2007 프로야구는 벌써 몇 달 전 SK의 첫 번째 한국 시리즈 우승과 함께 막을 내렸다.

어쩌면 여전히 SK 팬들은 첫 우승의 감격에 밤잠을 설칠는지도 모르겠다. 그게 무엇이든 본래가 처음이란 실제보다 과장된 모습으로 기억에 남지 않던가. 게다가 구광본이 부르짖은 것처럼 SK의 우승은 "오래 흔들렸으므로 아름"다웠다.

사실 전반기가 끝나고 이미 한번 점검했던 것처럼 이번 시즌 SK는 거의 완벽에 가까운 전력을 자랑했다. 반대로 KIA는 시즌 내내 좀처럼 전환점을 마련하지 못하며 팬들에게 실망만 안겨주고 말았다.

두산은 '미라클 두'의 전통을 이어갔지만 한국 시리즈에서 SK의 벽을 넘지 못했고, 한화는 주전들의 노쇠화에 무너진 삼성을 꺾고 플레이오프에 진출했지만 거기까지였다. LG는 분명 달라진 팀 컬러를 선보였지만 풀어야 할 과제 역시 많이 남긴 시즌이었다.

롯데는 올해도 '가을에 야구하자'던 약속을 지키지 못했다. 그래도 첫 번째 외국인 감독을 영입하며 부푼 2008 시즌을 꿈꾸는 반면, 현대는 다음 시즌을 기약하기 어려운 최악의 상황에 빠져 있다. 그나마 김시진 감독이 선수들을 잘 다독인 게 위안거리였을 정도다.

이렇게 우여곡절이 많았던 2007시즌에 각 팀들은 어떤 부분이 강하고 약했을까? 그리고 현재까지 오프시즌의 움직임은 이를 어떻게 반영하고 있을까? 소위 '능력치 그래프'와 함께 2007시즌을 되돌아보자.



SK는 공격 부문에서 전반기와 큰 차이를 발견하기 어렵다. 출루율은 .341로 리그 평균 수준이지만 장타율 2위 현대(.384)와 비교해도 20포인트 이상 차이가 나는 파워를 앞세워 리그에서 가장 많은 득점(703)을 뽑아 냈다.

136개의 도루 역시 두산(161)에 이은 2위 기록이었다. SK에서 도루를 10 이상 기록한 선수는 모두 5명. 주전 라인업 가운데 절반 이상이 필요에 따라 언제든 뛸 수 있는 선수들로 이뤄졌다는 뜻이다. 게다가 찬스에서의 집중력 역시 타의 추종을 불허했다.

수비력 역시 막강하긴 마찬가지였다. 선발진은 전반기와 마찬가지로 두드러진 활약을 보이지 못했지만 허리가 두터워지면서 전체적인 실점 억제력이 더욱 향상됐다. 잠실구장을 쓰는 두산(480)보다 더욱 적은 실점(465)으로 시즌을 마쳤다는 건 확실히 칭찬받을 만한 일이다.

SK는 FA로 풀렸던 이호준과 조웅천을 모두 잔류시키는 데 성공했다. 그리고 아직도 성장이 기대되는 젊은 선수들이 가능성을 보여주기 시작했다는 것 역시 타 팀이 결코 안심할 수 없는 부분이다. 2007시즌 SK는 정말 무서웠고, 2008시즌에도 그럴 가능성이 높다.


두산은 잠실을 쓰면서도 리그 2위에 해당하는 578득점을 올렸다. 무엇보다 도루 부문 2~4위를 모두 차지한 빠른 발이 가장 큰 무기. 끊임없는 도루 시도는 이 선수들의 단타를 2루타로 둔갑시켰고 이어 터진 단타 한방에도 두산은 손쉽게 득점에 성공할 수 있었다.

게다가 파크팩터를 감안할 때 .197의 IsoP 역시 확실히 칭찬받을 만한 수준이다. 사실 팀홈런(78)은 평균보다 떨어지지만 2루타(209)는 SK(212)에 이어 2위 기록이고, 3루타(32)는 리그에서 가장 많은 수치였다.

하지만 역시 두산에서 가장 돋보이는 전력은 리오스를 필두로 한 강력한 원투펀치였다. 비록 시즌 중반 부상으로 이탈한 적이 있기는 하지만 랜들보다 뛰어난 2선발을 보유한 팀을 찾는 건 쉬운 일이 못 된다. 신인왕 임태훈이 버틴 계투진 역시 불안 속에 시작한 2007 시즌을 2위로 마감할 수 있던 원동력 가운데 하나였다.

문제는 과연 이 전력이 2008 시즌에도 계속될 수 있는가 하는 점이다. 리오스의 일본행 가능성이 연일 보도되고 있고, 김동주 역시 구단이 제시한 62억을 거절했다. 팀의 '심장'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홍성흔 역시 팀에 트레이드를 요구한 상태다.

물론 두산은 해마다 새로운 얼굴을 잘 찾아내기로 유명한 팀이다. 하지만 과연 언제까지 기적이 계속될 수 있을까? 두산 팬들에겐 이래저래 힘든 겨울이 될지도 모르겠다.


2007 시즌 한화를 이끈 건 타선보다는 투수력 쪽이었다. 특히 선발진의 무게가 상당했다. 한화의 선발 투수들은 3.48의 평균 자책점으로 리그 1위를 차지했다. 전반기에도 이야기했지만, 한밭 야구장의 특성을 고려할 때 정말 대단한 기록이 아닐 수 없다.

한화 수비의 다른 요소들을 살펴보면 선발 투수들의 위대함이 더욱 빛난다. 불펜은 거의 안영명 혼자였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DER(.700)을 기준으로 할 때 리그 평균(.702)을 밑돈 수비력 역시 좋은 점수를 받기는 어렵다. 이런 상황에서도 한화는 두산보다 겨우 1점 더 많은 481점을 내줬을 뿐이다.

물론 그렇다고 해서 한화 타자들의 '명성'이 사라진 것은 아니다. 팀 홈런 104개는 여전히 리그 2위 기록이다. 하지만 수비와 반대로 534득점은 한화 타선을 고려할 때 조금 부족해 보이는 것도 사실이다. 전반기보다 페이스가 떨어진 채로 시즌을 마감한 것 역시 한화 팬들에게는 아쉽게 다가올지도 모르겠다.

현재까지 한화가 선택한 가장 큰 오프시즌 움직임은 크루즈와 재계약을 포기한 것이다. 물론 이는 공격력 때문이 아닌 수비력 때문이었을 가능성이 높다. 확실히 크루즈는 중견수 수비가 곤란한 타입의 선수였으니 말이다.

내년 시즌을 마치면 김태균과 이범호는 FA 자격을 취득한다. 과연 이들은 FA로이드 효과를 제대로 볼 것인가? 그리고 새로운 외국인 타자는 팀에서 어떤 모습을 보여주게 될까? 정말 홍성흔이 건너오지 않는다면 이 정도가 내년 한화를 예상할 수 있는 키워드가 될 것 같다.


한 삼성팬은 이번 시즌을 "부끄럽다"고 표현했다. 조금 지나친 표현일수도 있지만, 한국 시리즈 2연패를 차지하고 맞이하는 시즌임을 감안할 때 크게 틀린 소리는 못 된다. 실점(509, 최소 5위)이 득점보다 많았고, 특히 497득점은 리그 꼴찌였다.

공격은 한마디로 '총체적 부실'이었다. 출루가 리그 평균 수준으로 이뤄진 건 사실이다. 하지만 득점은 출루만으로 해결될 문제가 아니다. 장타력도 없었고, 찬스에서 집중력도 리그 최하위를 면치 못했다. 이러니 꼬이는 경기가 많아지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물론 심정수는 홈런왕을 차지했고, 양준혁은 리그에서 세 손가락 안에 들 정도의 활약을 선보였다. 박진만 역시 유격수라는 사실을 감안하지 않더라도 엄청난 활약이었다. 문제는 이 세 선수를 제외하고는 전혀 타자다운 타자가 없었다는 데 있다.

게다가 믿었던 수비 역시 신통치 못했다. 특히 불펜이 무너진 건 '선동열 야구'의 근간이 흔들린 일이기도 했다. 사실 전반기만 해도 삼성의 불펜은 권혁의 활약 등으로 그리 나쁘지 않았다. 하지만 결국 지난 2년간의 부하가 누적되면서 안타까운 모습을 보여주고 말았다.

내년에는 배영수가 돌아온다. 굳이 외국인 선발 2명을 고집하지 않아도 되는 상황이 벌어지게 된다는 뜻이다. 그리고 권오준이 계속 부진하리라는 보장은 없다. 오승환 역시 그리 쉽게 무너질 것 같지는 않다. 그렇다면 외국인 타자를 고려해 보는 게 마땅하다. 확실히 '공격력의 팀' 삼성이 사라진 건 너무 오래 전의 일이니까 말이다.


2006 시즌에 비해서 향상된 팀 성적을 거둔 건 사실이지만, 여러 모로 아직 갈 길이 바빠 보였던 2007 LG였다.

공격 부문에서 도루는 확실히 LG가 강점으로 내세울 만한 성적을 거둔 게 사실이다. 도루왕 이대형을 필두로 총 4명의 선수가 두자릿수 도루를 기록하며 상대 배터리를 흔들었다. 하지만 '흔든 효과'가 득점에 반영되지 못했다는 게 문제다.

타자(打者)는 기본적으로 '때리는 사람'이다. 그런데 LG는 가장 기본적인 공격 지표가 모두 리그 평균보다 떨어졌다. 이 때문에 도루수(130) 자체도 두산(161)보다 적지만 '파급 효과'라는 측면에서 뒤질 수밖에 없던 것이다. 김용달 코치가 많이 고민해야 될 부분이라고 본다.

한편 야수들의 수비 집중력 부족 역시 앞으로 LG가 풀어가야 할 과제다. LG는 DER .689로 최하위에 머물렀다. 외야가 넓은 잠실에서 이는 치명적인 약점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높다. 안정된 선발진을 보유하지 못한 팀이라면 더더욱 그렇다.

그래도 우규민이 버틴 구원진은 튼실했다. 김민기 역시 기대 이상의 성적을 거뒀고, 시즌 중반 롯데에서 영입한 박석진 역시 쏠쏠한 활약을 펼쳐 보였다. 하지만 이들 모두 삼진이 많은 타입의 선수들이 아닌 만큼 견실한 수비가 다시 한번 강조되는 아쉬움으로 연결될 수밖에 없다.

한 고참 선수가 "(감독님 말씀을) 따를 수밖에 없다"고 밝힌 것처럼 LG는 김재박 감독 체제로 접어들면서 변화의 몸부림을 치고 있다. 그리고 올해 한층 업그레이드 된 모습을 선보이면서 그 가능성을 팬들에게 보여주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과연 김재박 야구는 어떤 식으로 LG에 뿌리내릴 것인가. 그 결과가 2008 시즌에 드러날 것이다.


삼성이 공격이 완전히 무너졌다면 현대는 수비진이 뻥 뚫렸다.

전통적인 장점은 출루율을 바탕으로 공격은 그런 대로 선전했다. 비록 타이틀 획득에는 실패했지만 브룸바는 무시무시한 홈런을 연거푸 쏘아 올렸고, 이택근 역시 시즌 초반의 부진을 딛고 이제는 확실히 무게감이 있는 타자로 거듭났음을 보여줬다. 이숭용 역시 한때 .400에 육박하는 타율로 후배들을 이끌었다.

하지만 수비는 정말 한숨만 나온다. 선발이 일찍 무너진다. 어깨가 덜 풀린 불펜이 올라와 상황을 더욱 악화시킨다. 잔루로 상대를 막는 경우 역시 거의 없다. 이러니 상대편 스코어 보드에 점수는 차곡차곡 쌓이고 어느 틈에 경기는 역전되고 만다. 이게 2007 현대의 모습이었다.

그나마 야수들의 수비력이 버텨줬다는 게 유일한 위안거리다. 이는 박종호, 박진만 이후 처음으로 갖춰진 것이기에 더더욱 의미가 남다르다. 강귀태까지 군 면제가 확정된 상황에서 어느 정도 미들 라인의 안정화를 꾀할 수 있게 됐다는 뜻이기 때문이다. 그러니까 미래가 보인다고 해야 할까?

하지만 현대라는 팀 자체의 미래가 보이지 않는다는 건 정말 큰 문제다. 팀이 존립하지 못한다면 성장세 같은 낱말도 모두 무의미하기 때문이다. 현대가 없으면 프로야구의 미래도 없다. 현대 사태가 조속히 해결되기를 바란다.


'이대호와 8난장이'라는 소리를 듣기는 하지만 2007 시즌 롯데의 득점(533)은 사실 한화보다 겨우 1점 적을 뿐이다. 그러니까 타격이 안 돼서 팀이 무너졌다고 보는 건 억지라는 뜻이다.

하지만 이는 냉정히 말해 클러치 그러니까 득점권 타율이 높았기 때문이다. 좋은 의미에서는 집중력의 반영이라고 볼 수도 있지만, 득점권 타율은 등락을 거듭하는 기록이라는 점에서는 불안요소다.

야수들의 수비력 역시 지적하지 않고 넘어가기 어렵다. 2007시즌 롯데는 타격도 안 되고 수비도 안 되는 선수들로 짜여져 있다는 뜻이다. 하지만 에두아르도 리오스의 사례에서 봤듯이 수비력 때문에 외국인 선수를 사용할 수는 없는 법이다. 적어도 이번 겨울 수비력을 늘리기 위해 열심히 '굴러야 할' 필요가 있다.

그러나 역시 제일 큰 문제는 파워 부족이다. 사실 롯데 타자들은 출루율은 리그 평균과 엇비슷하다. 그러나 주자를 불러들일 한 방이 너무도 아쉽다. 게다가 이번에도 외부 FA를 영입하는 데 실패했다.

내년에 대단한 외국인 타자가 영입되지 않는 이상 이대호는 또 외로울 확률이 높다. 정수근이 정말 3번 타자가 되어준다면 또 모르겠지만. (마해영은 부활 문제와는 별도로 아직 롯데 소속이 확정되지 않았다.)

2007 시즌 KIA는 그래프가 보여주듯 무엇 하나 제대로 돌아가는 게 없던 한 시즌이었다. 하지만 최근 KIA 팬덤의 분위기는 너무도 고무돼 보인다. 자신들이 원하던 많은 것들을 이루었기 때문이다.

먼저 말 많고 탈 많던 정재공 단장이 옷을 벗었다. 그리고 시즌 중반 영입된 조범현 코치가 감독으로 승격됐다. 일단 상식적인 헤드쿼터 구성이라는 점에서 팬들은 반기고 있다. 이어진 후속 조치 역시 팬들이 쌍수를 들고 환영할 만한 일이었다.

역시나 서재응의 영입이 제일 큰 이슈. 아직 국내 마운드에서 공 하나 던지지 않았지만 그의 기량을 의심하는 팬들은 거의 없다. 그리고 최희섭 역시 시즌 막바지에 보여준 상승세를 내년 시즌에도 계속 이어나갈 것이라 기대하는 팬들이 많다. 유격수 자원으로 영입된 외국인 타자 역시 내야 전력의 극대화에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된다.

하지만 어떤 의미에서는 if가 너무 많이 붙는다. 모든 일의 앞뒤가 맞아 떨어지면 KIA는 분명 강팀이 될 가능성이 높다. 하지만 현재 보여준 전력으로 KIA는 분명 8위 팀임에 틀림없다. 과연 명가재건의 초석을 다지는 한 시즌이 될 것인가. 역시나 그것이 2008 KIA의 핵심이다.


※ 그래프에 사용된 기록에 관해

  • 출루는 각 팀의 출루율을 기준으로 했으며, 장타력은 IsoP가 기준으로 사용됐다. IsoP는 Isolated Power의 약자로 장타율에서 타율을 뺀 값이다. 이는 장타율에 타율이 개입된 점을 고려하는 과정이다. 예를 들어 3타수 3안타를 모두 단타로 기록한 선수는 타율과 장타율이 모두 1.000이다. 실제 장타는 하나도 없지만 말이다. 이 경우 ISO는 .000으로 해당 선수에게 장타 능력이 없음을 보여준다.

  • 기동력은 각 팀의 경기당 평균 도루수를 기준으로 했으며, 클러치는 각 팀의 득점권 타율을 기준으로 작성됨.

  • 선발과 구원 투수의 능력 측정에는 FIP가 사용됐다. FIP는 Fielding Independent Pitching의 약자로 전체 실점 가운데 투수가 책임져야 할 점수를 보여주는 메트릭이다. 보로스 맥라켄이 주장한 DIPS(Defense Independent Pitching Stat.)의 수학적 원리만을 뽑아 Tango Tiger로 알려진 세이버메트리션이 창안해 냈다. 공식은 FIP = ( 13 × 홈런 + 3 × 사사구 - 2 × 삼진 ) ÷ 이닝 + 보정용 상수

  • 야수의 수비 능력 측정에는 DER을 사용. DER은 Defense Efficiency Ratio의 약자로 인플레이된 타구(Balls In Play) 가운데 몇 %가 아웃으로 처리됐는지를 보여준다. 예를 들어 상대 타자가 10개의 공을 때려 그라운드 안에 공이 머물고 있을 때 이 가운데 3개만 안타로 연결됐다면 나머지 7개의 타구, 즉 70%의 타구가 아웃으로 처리된 것이다. 이 경우의 DER은 .700이다. 공식은 DER = ( 상대 타자 - 안타 - 삼진 - 사사구 - 에러로 인한 출루 허용) ÷ ( 상대 타자 -홈런 -삼진 -사사구 )

  • 잔루 처리 비율은 출루를 허용한 모든 주자수를 실점으로 나누어 계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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