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기는 스포츠가 공용어입니다.


❝스포츠에서 유일한 것이 승리라면 이기는 그 순간 다시 경합을 벌여야겠다는 욕구는 사라질 것이다. 그렇다면 마이클 조던과 로저 클레멘스가 나이 마흔에 계속 경쟁을 벌였던 사실을 어떻게 이해할 것인가.❞

─ '소크라테스 야구장에 가다' 中에서

1990년대 최고 타자최고 선발 투수를 이미 스포홀릭 시절에 논한 바 있고 1980년대도 이미 훑고 지나왔다. 그 사이 시간은 다시 흘러 벌써 2008년이 되었고 2000년대에도 다시 7 시즌이 쌓였다.

(여담이지만 2000년대의 시작은 2000년이 아니라 2001년이다. 그러니까 21세기의 시작이 2001년이라는 뜻이다. 유니콘스의 18승 트리오는 그래서 20세기의 역사가 된다.)

사실 현재까지 2000년대 최고 투수를 고르는 건 그리 어려운 일이 아니다. 10명 가운데 7명은 리오스에 그 자리가 주어져도 별 불만이 없으리라고 본다.

2000년대에 리오스는 90승이나 거뒀고 리그 평균에 비해(PRCAA) 147점이나 더 막아냈다. 'Last impression is lasting impression'이라는 말은 맞다. 그렇지만 리오스만큼 리그를 지배한다는 느낌을 준 투수를 최근에 찾아보기란 쉬운 일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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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one

문제는 누가 두 번째로 뛰어난 투수인가 하는 점이다.

먼저 박명환을 첫 번재 후보로 꼽을 수 있다. 가장 최근에 FA 계약을 체결한 거물급 투수니까 말이다. 그것도 라이벌 팀에서 곧바로 빼올 만큼 기대치가 큰 투수다.

박명환은 '건강하기만 하다면' 대단한 투수가 맞다. 그러나 모든 전제는 곧 제약이다. 2000년대 들어 박명환이 규정 이닝을 채운 건 세 번밖에 안 된다. 박명환(912⅔)은 한 시즌을 통째로 날린 배영수(934⅔)보다도 이닝수가 적다.

달리 말해 잠실에서 6이닝을 챙겨줘야 하는 투수에게 No.2를 주기란 무리라는 뜻이다.

다음 후보는 배영수다. 배영수는 2000년대 중반 투수 MVP의 신호탄을 쏜 선수다. 하지만 배영수 역시 건강이 문제다.

물론 2007 시즌을 통째로 날려버린 걸 제외하면 그는 평균 155⅔이닝을 먹어주는 투수였다. 거꾸로 이야기 하자면 그만큼 공백도 크다는 뜻이다. 리오스는 남들보다 2시즌을 덜 뛰고도 최다승과 최다 이닝을 소화했다.

팔꿈치 고장만 아니었다면 No.1을 다퉜을 선수지만 배영수를 탈락시키는 건 그런 까닭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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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게 두 선수를 제외하고 나면 후보는 롯데 손민한과 한화 송진우로 압축된다. 손민한은 2005 시즌 리그 MVP, 송진우는 2002년 최고령 골든글러브를 수상한 게 2000년 대 두 선수 최고의 업적이다.

손민한은 2000년대 들어 연평균 151 이닝을 소화했다. 송진우는 145⅓이닝이다. 손민한이 이닝을 더 먹어준 건 사실이지만 5이닝 정도를 그리 큰 차이라고 말하기는 어렵다.

평균 자책점 역시 손민한(3.40)이 송진우(3.51)에 앞선다. 하지만 손민한은 사직을 홈구장으로 쓰는 반면 송진우는 대전 구장에서 전체 경기의 절반을 치러야 한다.

게다가 송진우는 고향이라는 이유로 청주 구장 선발 역시 단골로 책임진다. 역시나 0.1점 정도의 차이는 무시할 수 있을 정도다.

손민한이 앞선 3승도 마찬가지다. 2000년대 들어 롯데가 한화보다 약체였다고는 하지만 손민한은 그리 승운이 없는 선수는 아니었다.

송진우(6.26)가 유일하게 앞선 건 탈삼진 비율이다. 송진우는 손민한(5.36) 보다 9이닝당 탈삼진을 한 개 정도 더 잡았다. 구위 자체만 놓고 보자면 송진우가 손민한에 뒤질 게 없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세이버메트릭스 기록 가운데 하나은 PRCAA가 이 사실을 증명한다. 송진우는 이 기간 동안 리그평균보다 98점을 더 막아냈다. 손민한은 92점이었다.

이상학 씨가 정확히 지적한 것처럼 스포츠팬은 본질적으로 논쟁을 극히도 사랑하는 족속들이다. 가끔 이 사람들이 스포츠가 좋아서 논쟁을 시작하게 된 건지 논쟁이 좋아서 스포츠를 좋아하게 된 건지 헷갈릴 정도다. 한 자리를 정해야 할 때는 더더욱 그렇다.

2000년대 No.2 투수는 누구일까? 우리가 흔히 비교에 사용하는 척도에서 앞선 손민한? 아니면 세이버메트릭스가 손을 들어준 송진우?

자, 논쟁을 시작할 때다. (이런데 댓글이 안 달린다면? ㅡㅡ;)




댓글, 28

  •  댓글  수정/삭제 lecter
    2008.02.28 18:33

    논쟁은 밑의 분께 ↓ㅎㅎ(당연히 손민한으로 생각했는데, 송회장님은 좀 의외네요ㅎㅎ)

    •  수정/삭제 kini
      2008.02.28 20:05 신고

      송진우 선수가 원래는 대놓고 강한 남자였는데 언제부터인가 소리없이 강한 남자가 됐죠 ^^;

  •  댓글  수정/삭제 기다림미학
    2008.02.28 23:47

    이거 판단이 너무 어려운데요.;;;
    진짜 어렵습니다.ㅎㅎ
    이런 경우 개인적으로 보통 직관에 따라 선택을 하는데 두선수 모두 직관적인 느낌상으로도 우위를 정하는게 어려울 정도로 저에게 크게 각인되었던 투수들이라........
    그래도.... 선택을 한다라면 송진우 선수 손을 들어줄것 같습니다 ;;;;;
    늘 한방의 부담에서 자유로울수 없는 구장이 홈이라는 사실이 좀더 송진우 선수쪽으로 생각이 기울게 하네요(물론 어디까지나 개인적 선택입니다.-_-;;)

    •  수정/삭제 kini
      2008.02.29 00:36 신고

      한화 팬들조차 대전 구장은 '탁구장'이라고 부르는 경우가 종종 있는데 (물론 감독 영향이 더 크겠지만) 문동환도 부담없이 던지고, 류현진도 성공적으로 적응한 걸 보면 다시 한번 대단하다는 생각이 듭니다. 아울러 청주 '쿠어스 필드' 역시.

      그럼 이제 롯데 팬들의 반격을 기다릴 차례인가요? ㅡㅡ;

  •  댓글  수정/삭제 소심쟁이
    2008.02.29 00:40 신고

    요즘 어린 친구들이 송진우 선수가 그냥 꾸준하게 리그 중위권 수준의 성적만 오랫동안 찍어주면서 선수생활을 '가늘고 길게'만 한 선수로 알고 있는거 보면 참 답답하기도 하고 그렇습니다. 키니님께서 정리해주신 것처럼 '기록'은 거짓말을 하지 않죠.

    뭐 더 대단한건 2000년 이후 송진우 선수의 기록들은 전성기 시절의 기록이 아니라 강속구를 잃어버리고 난 후 제구 위주의 피칭에 다시 눈을 뜨고 나서 기록한 기록이라는거죠.


    (늘 눈팅만 하고 가다가 제가 좋아하는 송진우 선수에 관련된 글이라 처음으로 글 남기고 갑니다^^. 언제나 좋은글 올려주시는거 잘 보고 있어요.)

    •  수정/삭제 kini
      2008.02.29 11:51 신고

      개인적으로 우리나라에서 특정 투수의 이름을 딴 투수MVP가 제정된다면 저는 '송진우 상'이 되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2000년대 최고 투수 논쟁과는 별개로 프로 무대에서 보여준 것만으로는 송진우 선수를 따라올 만한 인물이 없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포스트시즌에서 송진우, 한용덕이 연이틀 해태를 거의 노히트노런으로 막았던 걸 어떻게 잊을까요. 물론 두 경기가 경기 막판 역전당하고 말았지만 -_-;;

  •  댓글  수정/삭제 카이져
    2008.02.29 00:42

    어렵긴 하지만... 그래도 손민한의 손을 들어주고 싶습니다.
    이유는 송진우에 비해 선발로 등판해 소화한 이닝이 많다는 것...
    그리고 아무리 사직 구장을 홈으로 사용하긴 했지만
    최악의 팀에서 18승을 거두며 MVP를 차지했다는 점...
    등이 되겠네요...^^

    •  수정/삭제 kini
      2008.02.29 11:53 신고

      예전에 어디선가 그런 글을 봤는데 출처가 기억이 안 나서 내용만 떠올려 보자면, 2005년에 롯데가 최악의 팀이었던 건 사실이지만 뜻밖에 손민한 선수는 득점지원이라든지 승수쌓기에서 별로 손해본 게 없더라고요.

      물론 그렇다고 선발로 던진 이닝의 가치가 사라지는 건 아니지만요 ^^;

  •  댓글  수정/삭제 그리핀
    2008.02.29 08:48

    2000년대 현재를 기준으로 보았을때는 송진우의 근소한 우위라 보여집니다... (아시는지 모르지만 저는 롯데팬입니다... >.<)

    하지만 키니님께서 제목으로 언급하셨듯이 2000년대라는 기준을 생각한다면 아직 3년이 남았죠... 그렇기에 앞으로 3년동안 No.2의 자리의 변동은 틀림없이 있다라고 믿고있으며 그 주인공은 손민한이라 기대하고있습니다... 그리고 손민한이 있었던 2000년대와 송진우가 있었던 2000년대의 소속팀의 전력은 극단적으로 갈려지죠... 그래서인지 저는 손민한의 존재감과 공헌도에 더 높은점수를 주기에 No.2라고 주장해보고싶습니다^^

    •  수정/삭제 kini
      2008.02.29 11:55 신고

      그리핀 님께서 롯데 응원하신다는 건 물론 알고 있습니다 ^^

      저 역시 앞으로 3년이라는 시간 동안 No.2는 물론 잘하면 No.1도 변할 수 있을지 모르겠다는 생각을 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첫줄과 마지막이 상반되는데, 결국 손민한이 No.2라는 말씀이시죠? ^^;

  •  댓글  수정/삭제 넘나
    2008.02.29 15:42

    아, 이건 본문과 그닥 관계 없는 생각인데요...

    딱딱 끊어지는 10년을 기준으로 넘버1을 꼽는 글을 볼 때마다 그 "중간에 낑기는" 선수들은 어찌해야 하나... 라는 생각이 듭니다. 두 개의 decade 사이에 걸쳐서 활약한 선수들 말입니다.

    이를테면...

    임창용은 1996부터 2005년까지

    1304 1/3이닝 98승 168세이브 평균자책 3.04를 기록했는데요...

    손민한이나 송진우의 2000년대(남은 3년을 포함해서) 기록이 임창용의 10년보다 더 나은 결과를 낳을까요?

    아마 쉽진 않을 듯 싶은데....

    만약 그렇다면, 80년대, 90년대, 00년대 어느 시기에도 포함되지 않는 임창용의 10년('94~'05)는 누가 알아줄까요.. ㅜ.ㅜ

    •  수정/삭제 kini
      2008.02.29 18:47 신고

      사실 이렇게 연대별로 끊으면 그게 문제라는 생각은 저도 곧잘 했습니다. 류현진의 경우도 2006년에 데뷔했으니 어쩌면 아무 곳에도 포함되지 못할 소지도 있죠.

      어쩌겠습니까. 재수죠 ㅡㅡ;

  •  댓글  수정/삭제 그리핀
    2008.02.29 16:39

    첫줄은 스탯에서 나오는 우위와함께 키니님께서 언급하신 구장효과등에 대한 인정이라 변명해봅니다^^;; 그리고 마지막째줄은 꼴찌에 가까운팀을 응원하면서도 우리는 강하다라고 우겨보는 심정이고 말이죠... ㅎ

    그리고 MLB의 사이영 NPB의 사와무라에 비견되는 상은 저 역시도 송진우가 되어야한다고 생각됩니다... 하지만 그렇게되기에는 난관이 좀 많을것같아서 걱정입니다... 쩝

    •  수정/삭제 kini
      2008.02.29 18:48 신고

      아, 그런 의미였군요 ^^

      선동렬이 보여준 포스는 범접하기 힘든 수준이지만, 이미 국내 리그에서 보여준 것만으로는 송진우가 더 많다는 게 제 개인적인 판단입니다.

      진짜 그런 상이 생길 때 이런 의견이 반영될지는 모르겠지만 말입니다.

  •  댓글  수정/삭제 최우정
    2008.02.29 22:47

    오랜 롯데팬으로써 손민한이 No.1이었으면 하는 바램이지만 현실적으로 No.2마저도 송진우선수의 손을 들어주고 싶네요. 2000년대 뿐 아니라 프로야구 전체를 봐도 선동렬을 빼면 송진우가 최고라 하고 싶구요. 안타깝지만 송진우선수에겐 넘겨줘도 아깝지 않다는 생각이. 존경받아 마땅한 선수입니다.^^

    •  수정/삭제 kini
      2008.03.01 18:37 신고

      역시나 투수 쪽에서는 선동렬이라는 넘사벽이 존재한다는 게 문제죠. 적어도 프로에서는 그렇습니다. 롯데 팬이시라면 최동원을 미셔도 뭐 ^^;

      손민한 선수가 앞으로 3년간 어떤 활약을 보이느냐에 따라 No.2 자리가 충분히 돌아갈 수 있다고 봅니다. 송진우 선수는 아무래도 나이가 ^^;

  •  댓글  수정/삭제 임성준
    2008.03.01 00:26

    저는 리오스에 한표입니다.

    넘버원에 손민한 ㅡ,ㅡ

    저는 답이없는 '손민한빠' 입니다

  •  댓글  수정/삭제 Tumbler
    2008.03.01 15:08

    아 어렵네요.
    송회장님은 사실...개인적으로는 1990년대 최고의 투수라 칭하고 싶네요

    아무래도 넘버 2는 손민한이 아닐지.

    아휴 우리 명환님이 건강만 하면 1위도 넘봤을텐데;;

    •  수정/삭제 kini
      2008.03.01 18:39 신고

      저는 90년대 최고 투수는 정민철이라는 내용의 글을 이미 쓴 지라 ^^;

      박명환이야 뭐 이닝만 먹어줄 수 있다면 최고 반열이죠. 역시나 또 이렇게 전제와 가정을 필요로 한다는 게 문제겠지만요 ㅡ,.ㅡ

  •  댓글  수정/삭제 예술인
    2008.03.05 10:34

    송진우, 손민한 두사람모두 2000년대에서 가장 안좋았던 시즌 1개씩만 빼면 이닝이나 승수면에서 송진우가 우위에 서있을텐데... 개인적으론 올시즌 송진우선수가 건강하게 꼭 복귀하셔서 3000이닝도 채우시고, 재활마져도 송진우선수가 모범케이스가 되었으면 합니다.

    •  수정/삭제 kini
      2008.03.05 12:06 신고

      가장 부진한 시즌을 똑같이 빼는 게 공정한가에 대해서도 이견이 있을 수 있겠죠 ^^;

      송진우, 양준혁 같은 선수가 늘어나야 팬들도 자기가 응원하는 선수를 오래 볼 수 있을 테니, 저 역시 송진우 선수의 선전을 기원하겠습니다.

  •  댓글  수정/삭제 ㅎㅎ
    2008.03.25 16:28

    손민한이 승운이 없는 선수가 아니란건 05년 이후의 이야기 입니다.

    01-04년 롯데가 4년연속 최하위를 할때

    02년 팀이 리그 최고 기록인 97패를 하며 2할대 승률기록하며 1.5군이라는 비아냥을 들을때

    송진우와 손민한이 같은 공을 던져도 누가 승수를 쌓기가 유리했을까요?

    •  수정/삭제 kini
      2008.03.27 13:06 신고

      그 시절을 감안하면 그럴 수도 있겠군요. 그런데 당시는 여러 모로 손민한이 리그 에이스 평가를 듣지는 않았던 시절이라…

    •  수정/삭제 ㅎㅎ
      2008.03.28 04:17

      96년 애틀란타 올림픽 출전당시 문동환 손민한 양에이스였고... 2000년 시드니때도 올림픽 대표로 출전, 면제 받았고... 01년 다승왕을 하기도 했지만..

      꼴지 롯데에서 뛴다는 이유로 관심을 받지 못했죠. 당시 롯데는 팀이 완전히 무너졌어요... 심지어 1.5군이라는 비아냥과 함께 롯데와 기록을 공식기록으로 인정하지 말자는 비아냥을 들을정도였으니... 분위기도 워낙 안좋았었고..

    •  수정/삭제 kini
      2008.03.29 05:29 신고

      아마 시절의 대단한 활약상을 차치하더라도 (이건 개인적으로 아마 때 못한 스타가 어디 있냐는 주의라…) 손민한이 과소평가 받던 시절이 있다는 생각에 기분이 묘하군요 ^^;

  •  댓글  수정/삭제 ㅎㅎ
    2008.03.25 16:31

    누적스탯인 승수와 이닝, 비율스탯인 방어율과 whip에서 모두 손민한이 앞서는데

    그것도 한해가 아니라 8년간 쌓인 결과인데 가볍게 무시될수 있을런지요

    손민한의 우위라 봅니다

    •  수정/삭제 kini
      2008.03.27 13:07 신고

      하지만 손민한은 투수친화적인 구장에서 뛰었고, 송진우는 반대 구장에서 뛰었다는 점도 염두에 두어야 하지 않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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