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기는 스포츠가 공용어입니다.


❝스포츠에서 유일한 것이 승리라면 이기는 그 순간 다시 경합을 벌여야겠다는 욕구는 사라질 것이다. 그렇다면 마이클 조던과 로저 클레멘스가 나이 마흔에 계속 경쟁을 벌였던 사실을 어떻게 이해할 것인가.❞

─ '소크라테스 야구장에 가다' 中에서

#1

아무리 ‘그까이꺼 지면 되지. -_-’, ‘많이 먹었다 아이가, 고마해라.’ 모드로 이번 시즌 유니콘스의 경기를 보고 있다지만, 그래도 사람인지라 3연승을 거두고 나니 약간 기운이 나는 게 사실입니다. 어쩌다 3연승 했다고 좋아해야 하지? 하는 생각은 애써 잊습니다 ㅡ,.ㅡ

개인적으로 김재박 감독 스타일의 야구는 3연승을 하는 것보다 3연패를 당하지 않는 게 더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쪽었는데요, 지지 않는 것보다 이기는 게 확실히 매력적이라는 것 거짓말을 할 수가 없는 모양입니다. 3연승 징크스 같은 게 분명 존재했던 이번 시즌이지만, 현대를 상대로 해서는 비교적 부진한 모습을 보이고 있는 고효준 선수와도 멋진 대결을 펼쳐 이번 시즌 처음으로 4연승을 한번 기록했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사실 한화에게 2게임 연속으로 대박 깨질 때만 해도 일요일 경기 역시 기대하지 않았습니다. 2위 두산을 깨뜨리고 홈으로 돌아온 그 상승세를 맞이하기에 현대는 다소 뭔가 흐트러진 모습처럼 보였던 게 사실이니까요. 토토에 관해 질문하는 동생에게도, 한화는 꼭 걸어, 하고 말할 정도로 자포자기한 심정이었으니까요. 그리고 2:0이 됐을 때, 사실 초탈했습니다. 아무렇지도 않았죠. ‘그까이꺼 지면 되지.’

그렇게 야구는 까맣게 잊어 버리고, 일요일을 보냈습니다. 대전 경기 결과를 접해 들었을 때, 캘러웨이 많이 깨졌네, 하고 생각해 버린 게 사실입니다. 그런데 스코어가 제 예상과는 정반대더라구요 ^^: 그래도 한 게임이겠거니 했습니다. 하필 다음 상대가 두산이라니 -_-

그런데 두산과의 시리즈 첫 경기도 잡는 겁니다. 그래, 황장군이니까. 오우, 역시 서튼이야. 2차전 선발 박명환, 역시나 포기 모드. 하지만 송신영 선수의 호투를 발판으로 또 승리. ^^ 두산 선수의 도움이 약간(?) 있었죠 ^^;


#2

흔히들 야구는 흐름의 경기라고 합니다. 그리고 분위기를 살리는 팀이 이기고, 그러지 못한 팀은 진다고 합니다. 위기 뒤에는 기회가 온다는 말이 거의 정설처럼 굳어져 있고, 사실 미래는 알 수 없는 노릇인데도, 흐름을 거스르는 투수 교체 및 선수 교체에 팬들은 분노하고는 합니다. 그럼, 도대체 그 흐름이라는 건 무엇일까요?

사실, 두 경기 그렇게 박살 나고, 한화를 상대로 2점을 먼저 내줬을 때, 그것도 팀의 에이스인 캘러웨이 선수가 선취점을 헌납했을 때, 그 흐름은 한화 쪽으로 흘러가는 게 당연한 것처럼 보이는 게 아닐까요? 그럼 그 순간 흐름을 돌려온 요소는 무엇일까요? 엑셀 양과 저는 그 흐름을 돌려 온 요소가 무엇일까, 궁리하다가 한번 WP를 사용해서 알아보기로 했습니다.

- Win Expectancy

먼저 간단히 WP(Win Expectancy)에 대해서 소개해 드리겠습니다. 해석 그대로, 승리 기대치입니다. 매 이닝별, 아웃 카운트별, 주자 위치별, 득점별 상황을 고려해서 그 상태라면 경기에서 최종적으로 승리할 확률이 얼마나 될 것인가를 추측하는 통계치입니다.

1회초가 시작될 때, 양 팀은 모두 .500의 WP를 갖습니다. 이기거나 지거나 둘 중에 하나겠죠 ^^: 하지만 1회초 공격이 소득 없이 끝나고 1회말이 되면, 홈팀은 .589의 WP를 기록하게 됩니다. 비록 점수는 0:0이라고 하지만, 이미 원정팀은 득점을 올릴 수 있는 9번의 기회 가운데 1번을 날린 셈이 됐으니까 말입니다. 만약 홈팀 역시 1회말을 득점 없이 끝낸다면 2회초 원정 팀의 WP는 다시 .500으로 돌아갑니다.

그럼 이런 기대 확률은 어떻게 알 수가 있느냐? 크리스토퍼 쉐이라는 사람이 1979년에서 1990년까지의 모든 MLB 경기를 일일이 쪼개서 그 확률을 구해낸 통계치입니다. 그래서 사실 1회초가 시작될 때 원정팀의 WP는 .500이 아닙니다. 이론적으로는 .500이 맞습니다만, 홈에서의 승률이 더 높기 때문에, 1회초 공격이 시작될 때 원정팀의 WP .484를 나타냅니다. (총 32767 경기 가운데 15845승을 챙겼습니다.)

그리고 이러한 아이디어를 이어 받아 해마다 누적치가 더해지면서 변수들은 조금씩 변화를 겪게 된 것입니다. 사실 이 정도 표본이면 그 신뢰도를 어느 정도는 인정해도 좋다고 봐야겠죠 ^^: 여튼, 참 뭐하는 사람들인지 이런 엄청난 노가다를 하고 있는 광경을 생각해 보면 신기한 생각이 들면서도, MLB.com의 Game Day를 보면 분명 컴퓨터로 잘 가공하고 처리하기 때문에 그리 고된 작업만은 아닐 것 같다는 생각이 듭니다. 별님께서 자료 제공을 안 해주시면 아무 것도 할 수 없는 저랑은 분명 다른 여건이겠죠. -_-


# 3

그럼, 이러한 WP가 실제 경기에서는 어떻게 적용되는지 알아보겠습니다. 멀리 갈 것 없이, 현대가 최근에 3연승을 거둔 경기의 WP를 한번 보겠습니다. (제 자료에서는 1회초 공격할 때 WP는 .500입니다.)

먼저 일요일 대전 경기 ;



경기 초반 먼저 점수를 내주면서, 승리할 수 있는 확률이 많이 떨어졌지만, 정성훈 선수의 3점 홈런을 계기로 반등을 시작합니다. 굳이 점수가 나지 않았더라도 아웃카운트의 변화와 주자들의 진루 여부에 따라 WP는 변화합니다. 만루 홈런이 한방에 내는 점수는 더 크지만, 흐름이라는 측면에 있어서는 역전 3점 홈런의 가치가 더 컸다고 볼 수 있겠습니다.

이어서 화요일 수원 경기 ;



서튼의, 서튼을 위한, 서튼에 의한. 선제 솔로 홈런으로 기세를 올립니다. 이후엔 점수차는 유지되는 가운데 경기가 계속 진행되기 때문에 승리할 확률 역시 올라갑니다. 그리고 서튼의 1타점 2루타로 정점에 다다른 뒤, 결국 깔끔하게 승리로 마무리. 서튼 선수의 활약과 황두성 선수의 호투 속에 이기는 흐름을 꾸준히 놓지 않고 이어간 경기라고 하겠습니다.

마지막으로 7월 27일 수원 경기 ;



팽팽하게 이어지던 경기의 흐름이 상대의 실책을 바탕으로 득점과 연결되면서 급격히 흐름이 현대쪽으로 넘어오는 양상(문이 아닙니다. -_-)을 보이게 됩니다. 송신영 선수 계속되는 호투로 흐름을 이어갔고, 타자들도 1점을 추가 하면서 주도권을 놓지 않습니다. 그리고 깔끔함 조용준 선수의 마무리.


# 4

결국 어떤 상황과 어떤 선택이 득점과 연관되는가를 통계적으로 다룬 자료입니다. 예전에 눈팅 시절 아마도 육손님이 쓰셨던 글로 기억하는데요, 이 WP에 의하면 무사 1루는 (희생번트 성공 후) 1사 2루보다 WP가 떨어지게 됩니다. 그래서 이것이 절대적이다, 고 말할 수는 없죠. 하지만 엄청난 양의 표본을 분석한 끝에 내 놓은 통계 자료니까 그저 장난이라고만 치부하기에도 좀 묘한 구석이 있겠네요 ^^:

그때도 많은 논쟁이 벌어졌던 것 같은데, 사실 이길 확률이 99%가 넘어 간다고 해도, 그 1%의 확률을 따라 잡아 이기면, 이긴 게 되는 게 바로 야구입니다. 그래도 확률적으로 그러한 흐름을 이렇게 가시적으로 나타낼 수 있다면, 막연히 감으로만 생각하거나 분위기로만 생각하고 있던 걸 이렇게 눈으로 확인할 수 있다면, 그래도 한번쯤 확인해 볼 만한 가치가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에 한번 이 작업을 시도하게 됐습니다. 그러니까 예측이 아닌 이미 지나 온 결과로서 말이죠 ^^

결론은 현대가 완전히 뺏길 뻔한 흐름을 되돌린 한 경기, 초반에 잡은 흐름을 놓치지 않은 한 경기, 그리고 상대의 실수를 놓치지 않고 물고 늘어져 흐름을 잡은 한 경기, 이렇게 세 경기가 각기 다른 모습을 보인다는 점을 확인했다, 는 것입니다. 남은 경기 동안 어떤 모습을 보일지 모르겠지만, 그래도 계속 이렇게 좋은 모습 보여주길 바랍니다.


+ 혹시 궁금해 하시는 분이 계실까봐.

가장 엄청난 흐름의 반등을 가져온 경기는 어떤 경기였을까요? 네, 많은 분들이 생각하고 계신 그 경기입니다. 한번 보실까요?



5회에 8점을 냈지만, 그래도 WP가 5할 가까이에 갔을 뿐, 5할에 달성했던 건 아닙니다. (.478) 5회 말에 곧바로 2실점, 그리고 6회에도 1점을 추가 실점 하면서 점수 차이는 다시 석점으로 벌어지게 되고, WP는 하락을 거듭합니다. 8회에 얻은 1점도 사실 WP를 크게 올리지는 못했습니다.

9회초에 롯데 공격이 시작 될 때 롯데가 승리할 확률은 7.7%밖에 되지 않았습니다. 라이온 선수가 삼진으로 물러나 아웃 카운트가 1이 됐을 때 WP는 0.037, 즉 승리할 확률이 3.7%밖에 되지 않았습니다. 이대호 선수의 안타로 8.7%. 펠로우 선수의 2루타로 1사 2,3루가 됐을 때 WP는 23.2%까지 치솟습니다.

그때 터진 손인호 선수의 2타점 적시타로, WP는 49.9%가 됩니다. 승리할 확률이 26.7%나 늘었습니다. 그때 꽝~ 최준석 선수의 홈런으로 승리할 확률은 41.6%가 상승한 91.5%

이 정도면 정말 불가능한 경기 흐름을 뒤집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겠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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