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기는 스포츠가 공용어입니다.


❝스포츠에서 유일한 것이 승리라면 이기는 그 순간 다시 경합을 벌여야겠다는 욕구는 사라질 것이다. 그렇다면 마이클 조던과 로저 클레멘스가 나이 마흔에 계속 경쟁을 벌였던 사실을 어떻게 이해할 것인가.❞

─ '소크라테스 야구장에 가다' 中에서

#0 WP 그래프

 

데이비스 선수의 홈런으로 전세를 뒤집었으나, 이호준 선수 여전히 자신의 건재함을 증명하듯 홈런을 쏘아 올리다. 내야에 김민재 선수와 정경배 사이에 떨어진(?) 이도형 선수의 내야 안타 때 데이비스 선수 부지런히 홈인, 다시 리드를 잡다. 그리고 9회에 승리를 확인하는 고동진 선수의 솔로포로 승리 굳히기. 9회말 1사 1,2루의 위기가 닥치지만, 지연규 선수 박경완 선수를 병살로 처리하며 경기가 마무리 되다.

#1 투수진

어제 시리즈를 원점으로 돌린 홈팀 SK는 신승현 카드를 뽑아 들었다. 12승 9패, 방어율 3.38, WHIP 1.23. 김원형 선수 역시 이번 시즌 내내 빼어난 피칭을 선보였지만, SK의 실질적인 에이스라고 불러도 좋을 만큼 인상적인 투구 내용을 보였다. 특히 12승 가운데 3승을 한화를 상대로 거둔 성적이었고, 방어율 역시 1.31로 자신의 평균을 훨씬 뛰어 넘는 좋은 기록이었다. 게다가 장타율의 팀 한화를 상대로 허용한 장타율은 .271에 지나지 않았다. 이번 시즌 한화가 옆구리 투수에게 약하다는 평을 듣게 만든 주인공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한편, 어제 송진우 선수를 내고도 패배를 맛본 한화 측에선 김해님을 선발로 내세웠다. 이번 시즌 6승 8패 1세이브 2홀드, 방어율 4.28, WHIP 1.42. 이번 시즌 한화 마운드의 한 축을 담당하며 쏠쏠한 모습을 보여준 건 사실이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김해님 선수가 마운드에서 오래 버텨줄 것이라고 생각한 야구팬들은 별로 없었을 것이라고 본다. 김 감독이 김해님 선수에게 기대한 것은 많은 이닝 이팅이 아니라, 전력투구로 4회 정도까지 준수하게 버텨주는 모습이었을 것이다. 하지만 1회부터 2실점 하며 너무도 쉽게 무너져 버렸다.

그리고 이 장면에서 오늘의 영웅이 등장한다. 최영필 선수가 바로 그 주인공이다. 사실 어제 경기를 통해 한화는 불펜진의 암울한 현실을 확인했다. 따라서 불펜진에 그리 큰 여유가 존재할 리 없었다. 그런 상황에서도 1회 실점을 허용한 직후, 곧바로 최영필 선수를 투입한 것인 김 감독의 대단한 승부수라고 하겠다. 그리고 그런 감독의 의중을 간파하기라도 하듯, 최영필 선수 SK 타선을 단 1실점으로 꽁꽁 묶으면서 추가적인 불펜의 손실 없이 팀을 승리로 이끌었다. 지연규 선수도 단 4개의 공을 던졌을 뿐이다.

반면, 신승현 선수는 지나친 자신감이 오히려 화근으로 작용한 듯 하다. 구위 자체가 무딘 편이었다. 6 1/3이닝 동안 피안타 6개를 허용하며 3실점, 동점 상황에서 마운드를 내려왔다. 특히 5회 변화구가 밋밋하게 떨어지면서 데이비스 선수에게 얻어맞은 2점 홈런이 컸다. 그리고 마운드에 오른 이승호 선수. 지난 글에서도 언급했지만, 이승호 선수는 데이비스 선수를 상대하기 위해 엔트리에 오른 선수임을 기억할 필요가 있다. 물론 앞선 고동진 선수 역시 좌타자기 때문에 한 박자 빨리 교체를 감행했을 것이다. 고동진 선수를 삼진으로 잡아낸 건 어떤 의미에선 칭찬 받을 만한 일이 아니라 당연한 일이다. 문제는 데이비스 선수에게 안타를 허용하며 마운드에서 물러났다는 점이다. 3타석 상대 1삼진, 1볼넷, 그리고 1피안타. 감독의 의도와는 다소 어긋난 결과라고 하겠다.

이어서 바통을 넘겨 받은 윤길현 선수. 김태균 선수와 제대로 승부가 벌어지지 못했다. 여러 차례 언급했지만, 김태균 선수는 시리즈 내내 안타까운 모습을 보이고 있을 뿐이다. 오히려 승부는 이도형 선수가 아닌 김태균 선수와 했어야 한다는 아쉬움이 남는다. 물론 결과론적인 얘기다. 사실 이도형 선수에게 얻어맞은 내야 안타는 키스톤 콤비의 수비가 너무도 아쉬운 결과기 때문이다. 많이 먹힌 타구이기는 했지만, 베테랑 수비수들이라면 그 정도는 잡아주었어야 했다. 이에 대해서는 추후에 수비진을 논할 때 다시 한번 언급하기로 하겠다.

그래서 결국 위재영 선수가 마운드에 오를 수밖에 없었다. 어제와 그제 경기 모두 등판했다는 점을 고려하자면, 오늘 하루쯤은 사실 아껴두어야 할 투수였다. 하지만 SK 불펜진 역시 어제처럼 점수차가 많이 벌어진 경기라면 모를까, 박빙의 상황에서 믿고 등판 시킬 만한 투수는 그리 넉넉한 편이 못된다. 15개의 투구로 1이닝 동안 브리또 선수에게 내준 볼넷을 제외하고는 완벽하게 틀어막으며 자신의 소임을 충실히 달성했다. 그리고는 다시 옆구리 투수 정대현 선수가 마운드에 올랐다.

조원우 선수는 확실히 지난 2경기에 비해 좋지 못한 모습이었다. 그래서 조원우 선수를 잡아낸 것이 그리 큰 성공인 것처럼 보이지 않는다. 뒤에서도 언급하겠지만, 조원우 선수는 박경완 포수의 리드를 오히려 역이용하는 타격 패턴을 바탕으로 리드오프 역할을 충실히 수행해 왔다. 하지만 오히려 이젠 그 수가 다시 SK 배터리에 의해 읽힌 듯한 기분이었다.

그래서 정대현 선수의 문제는 고동진 선수에게 얻어 맞은 홈런이다. 물론, 좌타자들이 옆구리 투수에게 강하다는 건 야구계의 상식이다. 하지만 고동진 선수에게 홈런을 맞았다는 건 분명히 얘기가 다르다. 게다가 올해 첫 피홈런이 너무도 절묘한 타이밍에서 나왔다는 점에서 참 뼈아픈 피홈런이 아닐 수 없다. 1점과 2점은 한번의 공격으로 따라가기에 분명히 성질이 다른 점수차이고, 이어서 나온 세 타자, 오히려 더 강타자를 상대로 해서는 깔끔한 투구 내용을 보여줬다는 점에서 더욱 아쉬움이 남는다.

그럼 마지막으로, 오늘의 히어로 최영필 선수의 투구 내용을 한번 꼼꼼하게 뜯어 보기로 하자. 오늘 최영필 선수의 투구 내용중 가장 돋보였던 건 공격적인 투구 패턴이었다. 27명의 타자를 상대로 18명의 타자에게 초구 스트라이크를 잡으며(66.7%) 유리한 고지를 점령한 뒤 승부를 시작했다. 초구에 스트라이크를 잡지 못한 경우에도 2구째에는 6번 스트라이크를 집어넣으며 빠른 승부를 펼쳤다. 스트라이크 : 볼 비율은 1.79로 그렇게 안정적인 수준은 아니었지만, 이렇게 빠른 승부를 시도했기 때문에 효율적으로 SK 타자들을 요리할 수 있었다.

특히 2구째에는 직구 : 변화구 비율을 13 : 12로 가져가며 3차례 헛스윙을 유도 SK 타자들이 투구 패턴을 예측하기 곤란하게 만들었다. 전체적으로 직구 대 변화구의 비율은 59 : 50이었으며, 좌타자를 상대로는 30 : 24의 비율을 보였다. 투구 방향은 주로 우타자의 바깥쪽 코스가 많았다. 특히 우타자의 바깥쪽으로 떨어지는 변화구를 매우 효과적으로 사용했다. G/F 비율은 5/13으로 뜬 볼이 더 많았다. SK 타자들의 타구가 대체로 왼쪽으로 가는 경향이 많았고, 한화의 좌측 내야진, 즉 3루, 유격수가 불안하다는 점을 고려할 때 이러한 공략 역시 효과적이었다고 하겠다. 또한 선두 타자의 출루를 철저하게 봉쇄한 것 역시 피안타를 6개나 맞았지만, 홈런으로 인한 1실점을 제외하고는 실점이 없었던 원동력이 됐다고 본다.

결론적으로 최영필 선수는 오늘 승리를 챙긴 것을 넘어, 어제 문제점을 고스란히 노출했던 불펜진을 보호할 수 있는 훌륭한 역할을 소화해냈다고 볼 수 있다. 이동일이 하루 있다는 점, 그렇다면 문동환 선수의 조기 등판이 충분히 예상 가능하다. 그리고 문동환 선수의 호투가 계속해서 이어진다면, 한화는 불안한 불펜진의 소모를 최대한 억제한 채 다음 단계를 바라볼 수도 있는 일이다. 그 교두보 역할을 최영필 선수가 완벽하게 해낸 것이다. 이제 한화는 문동환 선수에 이어 오늘 공 4개밖에 던지지 않은 지연규 선수를 곧바로 투입하는 완벽한 시나리오를 꿈꿀 수 있게 됐다.


#2 수비진

사실 이번 시리즈 내내 양 팀은 계속해서, 그리 깔끔하지 못한 수비 장면을 계속해서 연출하고 있다. 오늘도 상황은 크게 다르지 않았다. 특히 결승점으로 기록된 SK의 7회초 실점 장면이 문제였다. 사실 SK로서는 어안이 벙벙해질 실점이었다. 딱히 위기 상황도 아니었고, 잘맞은 타구에 의한 실점도 아니었다. 말 그대로 빗맞은 타구를 제대로 처리하지 못해 벌어진 일이었다.

물론 앞선 2회 수비에서도 SK의 피스톤 콤비는 피로가 누적된 듯한 플레이를 보였다. 신경현 선수의 3-유간 깊숙한 타구를 잡아 2루로 송구했던 김민재 선수, 하지만 정경배 선수의 백업 플레이가 늦는 바람에 결국 내야 안타를 허용하고 말았다. 실점은 없었지만, 미들 인필더 라인의 누적된 피로를 보여주는 중요한 대목이었다.

그리고 이러한 피로는 결국 7회 실점 장면에서 그대로 재현되고야 말았다. 데이비스 선수의 발이 빠르다지만, 원바운드만 처리했더라도 실점을 막을 수 있는 타구였다고 본다. 양 선수 모두 무리한 다이빙 캐치를 시도하다 결국 공을 그라운드에 떨어뜨렸다. 몸을 추스르기까지 다소 시간이 필요했고, 그 틈을 놓치지 않고 홈으로 뛰어든 데이비스 선수에게 결국 결승점을 헌납하고야 말았다. 윤길현 선수가 막 마운드에 오른 상태고, 방망이가 부러지며 먹힌 타구가 나왔다는 것이 사실 SK 측에 운이 따르지 않은 상태였는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베테랑 수비수라면 실점을 허용하지 않는 판단을 했어야 한다고 본다.

경기에 이기는 바람에 잊혀지기 쉽겠지만, 1회말 이호준 선수의 타구를 결국 안타로 만들어 준 한화의 외야수들도 반성할 필요가 있다. 어차피 김해님 선수가 그리 오래 마운드에 있기 힘든 컨디션임을 감안할 때 더욱 그러했다. 하지만 한편으로, 한화는 수비가 많이 안정되어 간다는 증거를 몇 차례 선보이기도 했다. 고동진 선수의 재빠른 판단과 위치 선정, 깔끔한 펜스 플레이는 칭찬 받을 만한 것이었다. 또한 타석에서는 연일 부진의 늪을 벗어나고 있지 못하지만, 조동화 선수의 땅볼 타구를 처리한 김태균 선수의 수비 역시 칭찬 받을 만한 수준이었다.

거듭 말하지만, 단기전은 아주 작고 사소한 것에서 승부가 갈릴 가능성이 크다. 2차전에서는 브리또 선수의 송구 판단 실수 하나가 그랬고, 오늘 역시 7회초 SK의 수비가 결국 경기 흐름을 바꿔 놓고야 말았다. 사실 당초 예상에서 수비진은 SK의 우위였다. 하지만 이제 한화의 수비는 점점 안정 돼 가고 있는 것처럼 보이는 반면, SK는 오히려 반대다. 하루 주어진 이동, 휴식일 동안 심신양면으로 수비력에 대한 주의력 및 집중력을 길러 벼랑 끝에서 탈출할 수 있는 원동력을 마련해주길 SK 측에 바라는 바이다.

한화의 경우, 김재현 선수에 대한 쉬프트가 별 문제 없이 돌아가고, 이범호 선수의 수비 역시 안정돼 가고 있다는 느낌이 계속 배어나고 있다. 하지만 이제 인조 잔디로 돌아가 경기를 치르는 만큼 이런 안정세에 변화가 찾아올지도 모르겠다. 그렇지만 이는 역으로 인조잔디를 홈으로 쓰는 한화에게 좀더 유리한 일일지도 모르겠다. 어차피 알고 있는 약점이었던 만큼, 약점을 최소화 하는 방향으로 투수진에 힘을 실어주길 바란다.


#3 공격진

SK는 김해님을 1회말 공격부터 두드리며 승기를 잡는 듯 했다. 이는 어제의 상승세가 그대로 이어진 결과라고 보기에도 무리가 없을 것 같았다. 말하자면, 김해님 선수의 컨디션이 나빴던 만큼, SK 공격진은 어제의 감을 그대로 유지하고 있는 것처럼 보였다는 뜻이다.

하지만 최영필 선수가 마운드에 오른 이후, SK 타선은 최영필 선수를 공략하는 데 있어 완전 실패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오늘 최영필 선수의 투구 내용이 인상적이었던 건 틀림없는 사실이었지만, 그렇다고 해서 실투가 전혀 없었던 건 아니었다. 하지만 리듬을 완전히 빼앗긴 상태로 타석에 임한다는 듯, 멀뚱히 바라보다 그대로 스트라이크를 흘려보내거나, 엉뚱한 타구에 방망이를 헛돌린 경우가 많았다. 덕분에 안타를 6개나 쳐내고도 이호준 선수의 홈런으로 1점을 얻어내는 데 그치고 말았다.

말하자면, 타선의 응집력이 매우 부족했다. 안타 6개 가운데 4개가 2사 이후에 나왔고, 연속 안타 역시 9회말 5번 타자 이호준, 대타 조중근 선수의 기록이 유일했다. 뿐만 아니라 2회 이진영 선수의 도루 실패 이후 김재현 선수의 안타가 터졌다는 점 역시 아쉬운 점이 아닐 수 없다. 조동화 선수 역시 아쉬운 주루 플레이로 횡사하고 말았으며, 김재현 선수는 타구를 피하지 못해 아웃되는 아쉬운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한마디로 전체적인 짜임새가 보이질 않았다.

몇 차례 언급했지만, SK가 자신의 팀 컬러를 극대화하기 위해서는 선두 타자의 출루가 절대적으로 중요하다. 하지만 득점에 성공한 1회를 제외한 나머지 이닝에서 선두 타자로 나온 선수들은 평균 3.75개의 투구밖에 기다리지 않았다. 1회 박재홍 선수는 7구만에 볼넷으로 걸어 나갔고, 이후 득점에 성공했다. 다시 말하지만 이는 최영필 선수의 투구 패턴에 말린 결과이다. 하지만 역으로 이를 제대로 공략 못한 SK 타선의 책임이기도 하다.

반면, 한화는 2루타 2개, 홈런 2개를 터뜨리며 자신들의 팀 컬러를 극대화 시키는 데 성공했다. 특히 시리즈 내 부진한 모습을 보이던 이범호, 이도형 선수가 2루타를 때려냈다는 점은 고무적인 일이다. 데이비스 선수는 시리즈 내내 1차전부터 계속해서 최고의 모습을 선보이고 있고, 고동진 선수는 사구 2개로 운 좋게(?) 출루에 성공한 여세를 몰아 9회말 승부에 쐐기를 박는 솔로 홈런을 날렸다. 이승호 선수를 상대로도 믿고 기용해준 감독님에게 비록 그 타석에서는 삼진으로 물러나고야 말았지만, 이후 은혜에 보답하는 멋진 홈런이었다고 하겠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문제가 전혀 없는 건 아니다. 우선, 김태균 선수는 오늘도 침묵이었다. 시리즈 타율 .091. 팀의 리더다운 모습이라고는 전혀 볼 수 없는 모습이다. 특히 9회말 수비에서 카메라에 하품 하는 모습이 잡힌 건 정말 실망스런 모습이라 하지 않을 수가 없다. 컨디션이 나빠서, 혹은 운이 나빠서 성적이 그렇게 드러나는 건 어쩔 수 없는 일이다. 하지만 열심히 하지 않고서 좋은 성적을 기대한다는 건 애당초 불가능한 일이다. 뭐랄까 아무런 의욕도 보이지 않는 모습이어서 너무 안타까움이 남는다.


#4 나가면서

이제 하루 휴식 및 이동일을 갖고 대전으로 장소를 옮겨 시리즈가 펼쳐진다. 대전 구장은 문학 구장과 경기 여건이 상당히 다른 구장이다. 우선적으로 홈런을 비롯한 장타가 더 많이 나온다. 데이터 상 홈런은 약 27% 정도 늘어나고, 2루타는 약 37% 정도 증가한다. 따라서 큰 것 한방에 의해 경기가 좌우될 수 있다. 한편, 천연 잔디인 문학 구장과는 달리 인조 잔디가 깔려 있다. 이는 수비진의 움직임에 있어 분명 제약이 될 것이다.

예상대로라면, 양팀 선발 투수로는 SK의 크루즈 선수와 한화의 문동환 선수가 선발 투수로 나설 것이다. 크루즈 선수는 비록 시즌 막판 구위 노출로 많이 얻어맞기는 했지만 충분한 휴식을 취한 뒤 등판한다는 메리트를 안고 있다. 반면, 1차전에서 뛰어난 피칭을 보이긴 했지만 문동환 선수는 휴식일이 짧은 후유증을 드러낼 수도 있는 일이다. 따라서 선발 투수진의 운영도 물론 중요하지만, 불펜진을 어떻게 활용하느냐 하는 점이 4차전의 키포인트가 될 것으로 본다. 어차피 벼랑 끝에 몰린 SK로서는 모든 자원을 소비해서라도 반드시 경기를 잡아야만 하고, 한화  역시 문동환 선수를 내고도 패한다면 시리즈 흐름을 넘겨줄 게 틀림없기 때문에 전력을 다할 것이라고 보기 때문이다.

하지만 위에서 언급했다시피, 대전 구장은 장타가 나와 단번에 흐름을 뒤바꿀 수 있는 구장이고, 또한 수비진의 움직임이 자유롭지 못한 구장이다. 결국 마운드에 올라 있는 투수들을 수비진이 어떻게 도와줄 것이냐 하는 점은 다시 한번 중요할 수밖에 없게 된다. 하지만 그보다 더 중요한 건, 이런 달라진 구장의 특성에 따라 포수진의 리드가 어떻게 달라지느냐 하는 점이라고 본다.

사실 오늘은 신경현 선수의 리드가 빛이 났다. 바깥쪽 낮은 코스로 가다가도 곧바로 몸쪽 빠른 공을 승부구로 구사하며 SK 타자들의 타이밍을 무너뜨리는 모습을 여러 차례 선보였다. 그런 점에서 기분 좋게 홈으로 돌아가 4차전을 맞이할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상대가 박경완 선수라는 건 결코 만만하게 볼 일이 아니다. 박경완 선수는 오늘 지난 2경기에서 철저하게 농락당한 조원우 선수에게 빚을 110%도 더 갚아주는 완벽한 모습을 선보였다. 그것이 박경완 선수다. 결코 똑같은 실수를 반복하지 않는다는 얘기다.

벼랑 끝에 몰린 SK가 시리즈를 원점으로 가져갈지, 한화가 홈에서 비축된 힘을 다시 마음껏 자랑하며 두산과의 플레이오프에 진출할지, 그 키는 포수들이 쥐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달라진 구장에 따라 두 포수의 리드가 어떻게 변할지, 두 포수의 맹활약을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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