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이슨 테이텀(26·보스턴)이 미국프로농구(NBA) 역사상 최대 규모 계약 기록을 갈아치웠습니다.
ESPN은 테이텀이 5년간 총 3억1400만 달러(약 4347억 원)를 받는 조건으로 보스턴과 연장 계약을 맺었다고 1일(이하 현재시간) 전했습니다.
테이텀은 2023~2024시즌 파이널에서 제일런 브라운(28)과 함께 보스턴에 팀 통산 18번째(역대 1위) 우승 트로피를 안긴 선수입니다.
그리고 NBA 이전 최대 규모 계약 기록 보유자가 브라운이었습니다.
보스턴이 역대 최대 규모 계약 1, 2위를 동시에 보유하게 된 겁니다.
평소 NBA 소식에 관심이 많은 분은 이 그래프가 이상하게 보일 수 있습니다.
브라운이 지난해 연장 계약을 맺었을 때 NBA 역사상 처음으로 총액 3억 달러 시대를 열었다는 이야기가 적지 않게 나왔으니까요.
그런데 이런 일이 벌어진 건 브라운이 단체협약(CBA)에 나와 있는 '지정 베테랑 선수 연장 계약(DVPE·the Designated Veteran Player Extension)'을 맺었기 때문입니다.
사실 NBA 팬들은 이 계약을 가리킬 때 DVPE라는 로마자 머리글자보다 '슈퍼 맥스(super max)'라는 말을 더 많이 씁니다.
위에 있는 그래프에서 총액 1~4위 선수는 전부 슈퍼 맥스 계약을 맺고 있습니다.
NBA 팀은 아주 더럽게 복잡한 샐러리캡(연봉 총액 상한선) 제도를 기준으로 선수 연봉을 결정합니다.
기본적으로 신인~6년 차 선수는 샐러리킵 25%, 7~9년 차 선수는 30%, 10년 차 이상 선수는 35%까지 연봉을 받을 수 있습니다.
그런데 특정 조건을 만족한 7~9년 차 선수는 샐러리캡 35%까지 연봉을 받을 수 있는 자격을 갖추게 됩니다.
이런 자격을 갖춘 선수가 바로 '지정 베테랑 선수'입니다.
여기서 '특정 조건' 첫 단계는 아래 가운데 하나를 충족하는 것.
• 직전 시즌 또는 최근 세 시즌 동안 두 차례 이상 올 NBA 팀 선정
• 최근 세 시즌 동안 한 번 이상 최우수선수(MVP) 선정
• 직전 시즌 또는 최근 세 시즌 동안 두 차례 이상 올해의 수비수(DPOY) 수상
다만 이 조건을 충족했다 하더라도 데뷔 4년 차 이후에 트레이드를 경험한 적이 있다면 슈퍼 맥스 계약 자격을 잃게 됩니다.
또 팀을 바꿔서 슈퍼 맥스 계약을 맺을 수도 없습니다.
'갈매기' 앤서니 데이비스(31·LA 레이커스)는 뉴올리언스에서 슈퍼 맥스 계약을 제안받았지만 이를 거절하고 트레이드를 요청했습니다.
슈퍼 맥스 계약을 맺으면 1년 동안 트레이드가 불가능한 신분이 되기 때문에 이를 거절한 겁니다.
이런 이유로 지금까지 슈퍼 맥스 계약을 맺은 선수는 테이텀까지 12명이 전부입니다.
연도 | 선수 | 구단 | 적용 시점 | 조건 (단위: 달러) |
2017 | 스테픈 커리 | 골든스테이트 | 2017~2018 | 2억116만 (5년) |
러셀 웨스트브룩 | 오클라호마시티 | 2018~2019 | 2억679만 (5년) | |
제임스 하든 | 휴스턴 | 2019~2020 | 1억7113만 (4년) | |
존 월 | 워싱턴 | 2019~2020 | 1억7113만 (4년) | |
2019 | 데이미언 릴러드 | 포틀랜드 | 2021~2022 | 1억7627만 (4년) |
2020 | 야니스 아데토쿤보 | 밀워키 | 2021~2022 | 2억2820만 (5년) |
2021 | 조엘 엠비드 | 필라델피아 | 2023~2024 | 2억1328만 (4년) |
2022 | 니콜라 요키치 | 덴버 | 2023~2024 | 2억7612만 (5년) |
데빈 부커 | 피닉스 | 2024~2025 | 2억2044만 (4년) | |
칼앤서니 타운스 | 미네소타 | 2024~2025 | 2억2044만 (4년) | |
2023 | 제일런 브라운 | 보스턴 | 2024~2025 | 2억8539만 (5년) |
2024 | 제이슨 테이텀 | 보스턴 | 2025~2026 | 3억1400만 (5년) |
스테픈 커리(36·골든스테이트)는 계약 다시 자유계약선수(FA) 신분이라 다음 시즌부터 바로 슈퍼 맥스 계약 시작이었습니다.
나머지 선수는 당시 계약이 1년 또는 2년 남아 있는 상태로 연장 계약을 맺은 형태라 한두 시즌이 더 지난 뒤에 슈퍼 맥스 계약을 적용하는 걸 알 수 있습니다.
그리고 계약 시점과 계약 기간이 같으면 총액도 같다는 걸 알 수 있습니다.
슈퍼 맥스 계약은 금액을 따로 정하는 게 아니라 샐러리캡 35%를 기준으로 연봉을 정하는 거니까요.
그런 이유로 브라운은 지난해 계약 당시에는 NBA 역사상 첫 3억 달러 시대는 연 게 맞았지만 지금은 아닌 겁니다.
브라운이 계약을 맺을 때만 해도 2024~2025시즌 샐러리캡은 1억4960만 달러가 될 거라는 예상이 지배적이었습니다.
그러면 첫 시즌 연봉으로 약 5236만 달러를 받고 해마다 연봉이 8%씩 오르면 총 3억 달러 이상을 받는다는 계산이 나옵니다.
그런데 NBA 사무국에서 실제로 발표한 새 시즌 샐러리캡은 1억4059만 달러 정도입니다.
그래서 슈퍼 맥스 계약을 맺어도 총액 2억8539만 달러에서 멈추게 됩니다.
달리 말하면 테이텀도 2025~2026시즌 샐러리캡에 따라 총액이 바뀔 수 있다는 뜻입니다.
NBA 사무국에서 현재 같은 샐러리캡 제도를 처음 도입한 건 1984~1985시즌이었습니다.
1984~1985시즌 최고 연봉 선수는 어빙 '매직' 존슨(65)으로 250만 달러를 받았습니다.
이를 현재 가치로 환산하면 759만 달러 정도 됩니다.
이로부터 40년이 지나 2024~2025시즌 최고 연봉 선수인 커리는 이보다 7배도 더 많은 5576만 달러를 받습니다.
샐러리캡을 그저 선수들 몸값을 묶어 놓는 용도라고만 생각한다면 언뜻 이해하기 힘든 결과일 수도 있습니다.
한국 4대 프로 스포츠(농구, 배구, 야구, 축구) 가운데도 현재 샐러리캡 제도가 없는 리그가 없습니다.
그런데 프로배구는 남녀부 샐러리캡 차이 때문에 '뜨거운 감자'가 되기 일쑤고 프로야구는 제도 도입 2년 만에 한도를 늘려야 한다는 이야기가 나오고 있습니다.
'리그 전체의 균형적 성장'이라는 차원에서 샐러리캡 제도를 도입했다고 보기 어려우니 당연한 일이기도 합니다.
제도부터 덜컥 도입했을 뿐 어떻게 하면 '운용의 묘'를 살릴 수 있을지는 크게 고민하지 않았던 겁니다.
샐러리캡이 성공적으로 자리 잡으려면 NBA처럼 복잡한 제도가 될 수밖에 없지만 한국에서는 아마 안 될 겁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