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기는 스포츠가 공용어입니다.


❝스포츠에서 유일한 것이 승리라면 이기는 그 순간 다시 경합을 벌여야겠다는 욕구는 사라질 것이다. 그렇다면 마이클 조던과 로저 클레멘스가 나이 마흔에 계속 경쟁을 벌였던 사실을 어떻게 이해할 것인가.❞

─ '소크라테스 야구장에 가다' 中에서

결국 일찌감치 가을잔치를 결정짓고 미리 포스트 시즌에 대비했던 한화가 두산의 플레이오프 파트너로 결정됐다. 한화는 이번 시즌 최고 돌풍 팀이었던 SK를 잠재워 그 상승세가 예상되지만, 누적된 피로를 무시할 수는 없는 일이다. 반면 시즌 최종일에야 플레이오프 직행을 확정지었던 두산 역시 시즌 막판의 상승세, 그리고 충분한 휴식 시간 등을 통해 우위를 선점했다고 하겠다. 하지만 역시나 경기 감각 문제를 거론하지 않을 수가 없다. 먼저 양 팀의 기본적인 기록을 통해 양 팀의 이번 시즌을 알아보도록 하자.

 

가장 주목할 만한 건, 이미 알고 계신 대로 한화는 이번 시즌 최다 득점 팀이고, 두산은 이번 시즌 최소 실점 팀이라는 사실이다. 스포츠 기자들이 즐겨 쓰는 대로 쓰자면, 이 역시 창과 방패의 대결이라 할 수 있다. 그리고 약간의 재미를 가미하자면 두 감독간의 사제대결이라고도 할 수 있다. 하지만 닮은 점보단 위에서 보셨듯 대비되는 구석이 더 많다. 구관이 명관일까, 아니면 청출어람일까. 한번 공수 기록을 통해 양 팀을 비교해 보도록 하자.


먼저 공격이다.

 

역시 공격력에서는 한화가 앞선다. 한화는 8개 구단 가운데 장타율 1위 팀이고, OPS 역시 그렇다. 순수 장타율(ISO 혹은 ISOP, Isolated Power)은 장타율에서 타율을 뺀 수치로, 이름이 보여주듯 팀의 순수한 장타력만을 측정할 수 있는 지표다. 한화의 ISO는 .164로 1위, 두산은 1할이 못 되는 .095로 꼴찌다. 공격력을 측정하는 또 다른 지표인 출루율에 있어 한화는 .341로 리그 5위, 평균 정도의 성적에 불과하다. 결국 한화는 장타력을 무기로 출루율은 평균 수준이지만 엄청난 득점을 올릴 수 있었던 것이다.

반면, 투수들의 구장인 잠실을 홈으로 감안한다고 하더라도 (역시 잠실을 홈으로 쓰는 LG의 ISO는 .129로 4위다.) 두산의 장타력은 의심스러울 정도다. 물론 팀의 중심 타선에 위치해야 할 선수들이 부상으로 결장을 거듭한 것이 그 원인일 수도 있다. 하지만 이들이 건강했다고 하더라도 한화 정도의 파워를 기대하기는 어려웠을 것이라고 본다. 하지만 양 팀의 타율은 .270으로 동률 1위다. 이는 두산이 부족한 파워를 타선에서의 집중력과 많은 단타 양산을 통해 극복했음을 의미한다. 실제로 단타수는 두산이 한화에 비해 정확히 100개 더 많다. 게다가 도루에 있어선 LG(149)에 이어 2위다. 소위 '똑딱이' 야구로 영양가 높은 득점을 올렸다고 표현해도 무방할 것이다.


이어서 수비 ;

 

두산은 최소 실점 팀답게 투수진과 수비진 모두 안정적이다. 일반적으로 맞춰 잡는 투수진이라는 얘기는 투수 자신의 능력도 능력이지만, 수비진의 질(質) 역시 중요한 점으로 작용한다. 투수가 아무리 땅볼을 많이 유도한다 하더라도 수비진이 이를 아웃으로 처리하지 못하면 아무런 의미가 없는 것이다. 이러한 수비진의 질을 측정해 주는 지표가 바로 DER(Defense Efficiency Ratio)이다. 반면 투수진만의 능력을 고려하는 지표는 FIP(Fielding Independent Pitching)라 불린다. 두산의 DER(.701)은 SK(.716), 삼성(.709)과 함께 DER이 7할이 넘는 수치다. 그만큼 수비진이 안정 돼 있다는 뜻이다. FIP 역시 삼성(4.17)에 이은 2위 기록, 4.20이다. 투수진 역시 준수하다. 투수들의 구장인 홈구장의 혜택을 본 영향도 있겠지만, 왜 리그 최소 실점 팀인지를 증명해주는 좋은 결과다.

한화는 최소 실점 5위, 리그 평균 수준이다. 하지만 최다 실책 1위의 불명예 기록이 보여주듯 수비가 안정돼 있지 못하다. 준플레이오프를 통해 이미 수비의 불안점이 노출되기도 했다. 하지만 시리즈 후반으로 갈수록 점차 안정된 면면을 보였다는 건 위안점이다. 실제로 실책이 많기는 하지만, DER 수치에 있어선 5위권으로 평균 수준은 됐다. 투수진의 FIP 4.62, 6위 기록으로 투수진이 안정돼 있지 못하다는 사실을 보이지만, 홈구장이 대전 구장임을 고려하자면 리그 평균은 된다고 봐야겠다. 하지만 준플레이오프에서 누적된 피로, 게다가 불펜진에서 최영필, 지연규 선수 이외에는 믿고 맡길 만한 투수가 없다는 약점이 노출된 이상 비상이 걸렸다고 볼 수 있다.


포수 싸움도 흥미거리다. 단순한 우연인지는 모르겠지만, 준플레이오프 결과는 양 팀 포수들의 컨디션에 따라 좌우됐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미 몇 차례 언급했지만, 상대 포수의 기분을 좋게 하지 말라, 는 야구계의 속담이 그대로 맞아 떨어진 것이다. 따라서 이번 플레이오프 역시 두 포수의 컨디션에 따라 좌우될 가능성이 높다. 달리 '안방마님'이라는 낱말이 존재하는 게 아니다. 홍성흔 포수는 국내 최고의 파이팅을 자랑하는, 두산 스피릿 그 자체라 할 수 있을 만큼 투지가 넘치는 투수다. 신경현 선수 역시 지난 시즌에 이어 이번 시즌 역시 더더욱 성숙한 모습을 보였다. 게다가 포스트 시즌을 겪으면서 노련한 박경완 선수를 상대로 승리를 챙긴 경험 역시 플레이오프를 치르는 데 있어 도움이 될 것임에 틀림없다.

물론, 포수의 가장 큰 임무는 투수 리드다. 하지만 단기전이 자잘한 곳에서 승부가 갈릴 수 있다는 점에서 도루 저지율 역시 무시 못 할 부분이다. 실제로 준플레이오프에서도 SK는 여러 차례 '뛰는 야구'를 감행해 높은 효율을 보였다. 이는 신경현 포수가 이번 시즌 무려 105개의 도루를 허용했다는 데이터에서 비롯된 작전이었을 것이다. 도루 저지율 30.1%, 두산의 기동력을 감안할 때 부족한 수치가 아닐 수 없다. 홍성흔 선수의 도루 저지율은 35.4%, 8개 팀 주전 포수 가운데 4위다. 뛰어나다고 볼 수는 없지만, 한화에 견제해야 할 선수가 그리 많지 않다고 볼 때 충분히 위협적이다. 홍성흔이 허용한 도루는 모두 53개, 신경현 선수의 절반 정도다.


요약하자면, 역시나 창과 방패의 대결이다. 그리고 방패는 충분한 휴식을 통해 더더욱 튼튼해졌을 것으로 전망된다. 게다가 이번 시즌 중반 새로 영입된 리오스라는 방패의 견고함은 재차 언급할 필요가 없을 정도다. 비록 피홈런 1위 투수라는 점에서 장타력의 팀을 상대해야 한다는 게 부담처럼 보이기도 하겠지만, 넓은 잠실 구장을 감안할 때 이를 걱정하는 건 기우에 지나지 않으리라고 본다. 게다가 후반기 같은 모습이라면 더더욱 그렇다. 반면, 김태균이라는 창의 날이 무뎌진 건 준플레이오프에서와 마찬가지로 한화에게 부담이 될 가능성이 크다. 하지만 김태균이 계속해서 부진할 것으로 보다가는 큰 코 다치기 십상이다.

이러한 결과를 토대로 시뮬레이션을 돌려 보면, 두산의 승률이 .599 정도 된다. 하지만 필자의 시뮬레이션은 이미 틀린 경험이 있다. 공은 둥글다. 그리고 야구는 '몰라요'다. 내일부터 펼쳐질 플레이오프에 야구팬들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다수의 성원'에 보답하는 멋진 경기가 '가을 잔치'를 뜨겁게 달구길 기대해 본다. 양 팀 선수, 그리고 팬 여러분 모두 파이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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